전국 입원전담전문의들 "복지부 발표대로 추가 병동 업무확대 시 사직서 제출...번아웃에 의료소송 위험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입원전담전문의 업무범위 확대 등으로 메우려고 하자, 입원전담전문의들도 덩달아 사직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현실화된 의료공백을 ▲입원전담전문의 업무범위 확대로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 환자도 볼수 있도록 허용 ▲인턴이 필수진료과에서 수련 중일 때 응급실, 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관을 필수진료과 수련으로 인정 ▲응급의료진찰료 수가 인상 ▲입원환자 비상진료정책지원금 ▲입원환자 전문의 추가 보상 등 대책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이날 해당 발표에 대해 전국 입원전담 전문의들이 일제히 응급실 등 업무범위가 대폭 확대된다면 사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미 빅5병원 중 모 대학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내부적으로 사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남아 있는 소수 의료인력을 혹사시켜 의료공백을 막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의료사고와 소송 등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직의 이유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진료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전문의를 말한다. 2023년 12월말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327명으로 상급종합병원 38개소와 종합병원 25개소에 배치돼 있다. 당초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를 제한하는 전공의법 시행과 함께 전공의들의 업무공백을 메우면서 환자 안전에도 기여해 지난 2021년 정부의 본사업으로 확정됐다.
익명을 요청한 빅5병원 A입원전담 전문의는 "정부 방침으로 병원이 입원전담 전문의들로 응급실을 돌리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기존 허용 병동 이외 응급실 등 추가 업무범위가 늘어날 경우 곧바로 사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 남아 있는 인원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금방 번아웃이 올 것이 뻔하고 의료사고와 분쟁 등 소송 리스크도 높아진다"라며 "현재 상황은 공급자만 쥐어짜는 대책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 승무원만 더 희생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B입원전담 전문의는 "오늘 복지부 발표를 보고 입원전담 전문의들이 업무범위가 늘어나면 전부 사직하겠다고 한다. 입원전담 전문의는 근무와 휴무가 확실한 장점이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어차피 전국 입원전담 전문의 수는 모자라는 데도 계약직, 이름만 교수 신분이라 사직하고 다른 일을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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