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중요...수가 인상하고 만성질환 관리로

일차의료 강화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정립 가능할까

▲일차의료 강화를 통한 전달체계 정립 포럼에서 김윤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작 의료현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 쇄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차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만성질환 관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에 일차의료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만성질환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까지 의료전달체계의 정립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지난 2년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운영했고 이달중 권고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개원의들로부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가 인상 등 일차의료 인센티브 방안 제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혁신포럼'에서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율은 45%, 혈당 관리율은 13%에 불과해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만성질환 관리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차의료 의원에 대해 진찰료를 인상하고 만성질환 관리 관련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찰료 인상안으로 일차의료 의원 진찰료를 33% 인상하거나 초진과 재진을 차등(각각 60%, 20%)해서 인상, 시간에 비례해 5분 2만원 등으로 인상, 만성질환 관리를 급여 확대와 연계해서 인상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의원은 병원과 수가 차등을 통한 기능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만 보고 경증 환자를 진료하면 디스인센티브(수가 감산)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상급종합병원에 중증 환자가 오면 중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만성질환관리 제도화 모형은 고혈압, 당뇨병 관리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환자 치료의 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여기에 제시되는 수가 정책은 조기평가와 치료계획 수립을 위한 환자 1명당 진찰료(연2회) 6만5800원, 교육 및 상담료(4~8회) 회당 8700원, 중증도에 따른 환자 관리료 월 1만3500~1만6400원 등이다. 이렇게 하면 환자 1명당 26만3000~33만2000원의 진료비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으로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고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라며 “기존 수가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차의료에서 진료를 받을 환자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고 의료기관 종별 칸막이를 쳐야 한다”라며 “종별에 맞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디스인센티브(수가 감산)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해왔는데, 이제 시범사업이 아니라 제도화가 필요하다”라며 “만성질환관리 제도화를 위한 수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차 의료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라도 여기에 참여할 수도 있고,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환자의 경험과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경험으로 만성질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가 인상, 저수가인가 아닌가 
이날 13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인원으로 구성된 토론은 저수가 문제제기부터 시작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저수가가 일차의료 문제점의 원인일까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저수가라 의원에서 환자를 많이 보게 되는 것인지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수가 인상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원 진찰료를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것에 반대하고 기능별로 인상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영남의대 예방의학과 이경수 교수는 "의원이 진료량을 줄이고도 적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런 고민이 없다"라며 "수가를 올리더라도 진료량을 통제하는 방법이 없는데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제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임준 교수는 "원가가 얼마라는 것이 아니라 수가를 정하는 구조가 잘못됐다"라며 "사람과 시간, 관계적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가 구조 자체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된다"라며 "그동안 비급여가 유지된 것은 생존 때문인데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수가가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이동욱 사무총장은 "환자를 많이 보면서 박리다매를 하는 수가 구조가 원가 이하라는 것이다"라며 "만성질환 관리에 모순점이 있다면 의료공급자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고 약을 먹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개원의들 지적 쇄도...5년간 완성할 로드맵  
▲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이 질의를 하고 있다. 줄 서서 질의하는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이날 참석한 학회와 개원의 단체들은 다소 혼란스럽다며 현장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토론자를 보면 정책전문가가 대부분이고 일차의료는 현장이 대부분이다”라며 “현재 특별히 일차의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의학회는 (의료기관 간)균형점을 찾고자 한다”라며 “일차의료 관리체제는 여러 그룹이 서로 공유하고 연결돼 있는 체제로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정부는 일차의료 정책이 바람직하다면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라며 “정부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개원의들이 오늘 같은 토론회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조현호 의무이사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연결돼야 한다"라며 "잘하는 곳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곳에도 인센티브를 줘서 중간층이 두터워지도록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윤 교수는 “이 자리는 결정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고 일차의료가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라며 “5년동안 로드맵을 짜고 꾸준히 논의해 고민하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협 비대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료현안을)논의하지 못하게 하고 연구도 막고 있다"라며 "투쟁은 투쟁대로 하고 논의는 논의대로 해야지, 정책 결정 시점이 오면 (의료계)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이상진 건강정책과장은 "만성질환 관리를 모색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가겠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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