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총 개최 동의자도 바라지 않았던 '탄핵과 비대위'…대의원들은 왜 마음을 돌렸나

비대위 찬성 40표에 그쳐…간호법 비대위 실망감 더해 "로드맵 디테일 떨어진다" 혹평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기사회생했다. 23일 진행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본인과 부회장 2인에 대한 불신임안(탄핵)이 모두 부결된 데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까지 전부 무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비대위만 구성되더라도 각종 의료현안에 대한 협상 권한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이번 임총이 이필수 회장에겐 매우 힘든 고비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협상 파트너인 보건복지부마저도 의료현안협의체를 잠시 멈추고 이번 탄핵 국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호의적인 표심이 압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 2인에 대한 불신임 찬성표는 30%대에 그쳤고 그나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비대위 구성안 표결은 오히려 회장 불신임 찬성비율(25.4%)보다 낮은 23.6%를 기록했다. 이날 비대위 구성에 찬성한 대의원은 40명 뿐이었다. 

애초 임총 개최에 동의한 대의원만 해도 83명에 달했기 때문에 출석대의원 과반 득표(95표)만 얻으면 되는 비대위 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임총 개최에 동의한 대의원들조차 집행부 탄핵과 비대위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표결 결과는 집행부에 일부 불만은 있지만 이와 별개로 탄핵과 비대위 구성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초에 탄핵과 비대위 구성 여부 보다 임총이 개최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A 대의원은 "불만에 대한 표출은 임총을 개최한 것 자체로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임기도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구성되면 현실적으로 혼란만 가중된다. 사실상 회무 공백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이번 임총이 집행부에게 자극이 돼 향후 회무 진행에 있어 신중함이 더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대위 관련 공개토론에 나선 이종열 대의원도 "현 상황에서 비대위와 집행부 공존은 어렵다. 사실상 비대위가 생기면 집행부 회무가 정지돼 공백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엄철 대의원도 "임기가 겨우 6개월 가량 남았는데 비대위를 설치하고 운영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비슷한 맥락이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대위 구성에 반대했다는 입장도 있다.

앞서 간호법 비대위 사례를 봤을 때, 비대위가 구성된다고 해서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위 구성에 따른 로드맵의 디테일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재민 대의원은 "비대위 설계 기획에 대한 로드맵은 디테일이 다소 아쉽다고 느껴졌다. 지난 2020년 파업 이후 출범한 범의료계 투쟁 위원회도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의 디테일이 결여된 반 쪽짜리 위원회로 정리됐다"며 "이번 임총 안건들은 의협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2020년 범투위 때의 과거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 대의원도 "선택지가 없었다. 불만은 있지만 그렇다고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더 나아질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다"며 "간호법 때도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와 집행부 역할이 겹치며 오히려 비효율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임총에서 눈여겨 볼 또 다른 대목은 부회장 2인의 불신임안건 표차이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탄핵 찬성표는 36.5%(69명)인 반면, 이상운 부회장은 약 5%p 가량 적은 31.7%(60명)에 그쳤다. 기권표도 이상운 부회장이 더 많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날 탄핵 반대 여론이 절대 다수였고 두 부회장의 탄핵 사유가 유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명에 가까운 표 차이도 유의미하다는 반응이다. 

의협 내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상운 부회장에 대한 대의원 민심이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상운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회무능력 평가와 더불어 이정근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의료배상공제조합에서 최근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결과적으로 비대위 구성 반대표심이 75%를 넘게 되면서 이번 임총이 오히려 이필수 회장에게 내부 결속력과 대외 협상력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C 대의원은 "임총 표결 결과에 따라 이필수 집행부는 내부적인 믿음과 신뢰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단단한 내부 결속력은 향후 의료현안협의체 등 관련 논의에서 의협 측 협상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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