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는 회의록 작성 의무 없다는 정부…오히려 논란만 더 '증폭'

공공기록물 관리법 따라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로 인정될 가능성 있어…"일부러 감춘다"는 비판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법원이 제출을 요구한 의료현안협의체 등 회의록에 대해 정부가 '작성 의무가 없다'며 공식적으로 회의록이 없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법률적으로 의료현안협의체가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다는 반대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가 일부러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 자료 제출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7일 법조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가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인지 유무다. 

우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를 보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해 운영하는 회의 ▲정당과의 업무협의를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가 참석하는 회의 등이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회의 대상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료현안협의체 등 회의가 차관급 이상 직위자가 참여하지 않아 회의록을 남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18조 9항에 따르면 '그 밖에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라는 규정이 존재한다. 

즉 법률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의료현안협의체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로 볼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의료협안협의체는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에 해당하므로, 회의록 작성의무가 있다"며 "보건복지부 측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00명 의대증원을 논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의료현안협의체는 중요한 정책 협의를 하는 회의로 봐야 하고 회의록 작성이 필요한 주요 회의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의협과 합의하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복지부 주장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 18조 4항을 보면 회의록은 그 회의를 소집 또는 주관하는 공공기관이 작성해야 한다"며 "회의 안건과 관련해 업무의 연관성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이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해야 위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합의했기 때문에 회의록이 필요없다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부러 법원 판결에 불리할 수 있는 회의록 내용을 감추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현안협의체의 경우 정부가 회의록 대신 보도자료와 회의 직후 백브리핑으로 기록을 갈음한다고 했지만 정작 해당 내용을 보면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합의한다는 내용은 없다. 다시 말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이 있더라도 해당 내용이 법원에 제출될 경우 이를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볼 여지는 적다는 뜻이다. 

28차례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의대 정원'이 언급된 것은 총 네 번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10차 회의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논의와 실질적인 필수·지역의료 유입방안이 선행되면 의대 정원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의대정원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오히려 의협 측은 지속적으로 모두발언과 백브리핑 형식으로 의대정원 증원이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점 강조해 결국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증원 관련 양측 합의는 무산됐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사직 전공의는 "당시 오고간 내용들 중 얼마나 숨기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을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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