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폭력으로 응징?…"환자 생명 책임지는 의료인은 환자·보호자의 분풀이 대상이 아닙니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08화.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의료인 폭행 문제 
 

드라마 '찬란한 내 인생'에서 간호사 폭행 장면이 나와 논란을 빚었다. 극중 보호자가 간호사의 복장을 지적하며 폭행을 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방송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올리며 제목을 '무개념 간호사 참교육'이라고 달면서 의료인들의 큰 공분을 샀다. 해석하자면, 보호자가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가 무개념이기 때문에 그 간호사를 주인공이 시원하게 폭력으로 응징해 주는 장면이라고 제작진이 제목에 친절하게 적어 놓은 셈이다. 

병원은 생명과 건강의 위협 앞에서 불안과 공포 등의 부정적 감정이 뒤섞이고 분출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인으로 일을 하다 보면 환자나 보호자들의 격한 감정적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되고, 그 감정의 분풀이 대상으로 자주 노출된다. 국내 연구조사에 따르면 임상간호사 중 중환자실 간호사의 96.8%, 응급실 간호사의 96.5%, 정신과 병동간호사의 94.7% 등이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어릴 때 보았던 '약속'이라는 영화를 아직까지 매우 싫어한다. 그 영화에는 주인공이 응급실에서 자신의 부하를 살려내라며 의료진의 멱살을 잡고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뿐이 아니다.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는 자주 환자나 보호자가 분풀이 대상으로 의료진을 폭행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만큼 의료 환경에서의 폭력이 사회적으로 당연시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와 사회가 상호적으로 학습해 온 의료인 폭행은 그동안 숱한 사건사고들을 일으켰다. 하지만 병원은 생과 사가 갈리는 곳이고 1분 1초에 따라 누군가의 운명을 가르는 곳이다. 여기서 의료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나의 분풀이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의료인은 병원에서만큼은 더욱 보호돼야 한다.

그나마 이제는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드라마 제작진이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올리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참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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