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 존립...서울고법 항고심에서 지혜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에 의대정원 증원 근거를 요구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법원이 의대정원 증원에 제동을 걸고 5월 중순 법원 결정 전까지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중단하라는 요청은 의대 증원 제동의 서막이 됐으면 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은 4월 30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5월 10일까지 2000명 증원 및 배분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법은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대학 총장은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국가가 의대정원을 늘릴 때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 판례를 보면 제삼자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에도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이 같이 명령한 이유는 정부 측이 제출한 수많은 증거자료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고서 등을 이미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그걸로는 안 된다. 각 의대가 2000명 증원을 소화할 수 있는지 조사했던 자료와 실사한 자료, 관련 회의록 등을 일체 제출하라. 이달 중순에 결정할 테니 그 때까진 증원을 확정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증원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면 서울행정법원이 진행하는 본안소송의 판결이 있기까지 최소한 2년 이상 증원 절차가 중단된다.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1심에 이어 2심도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6월 모집요강에 1500명 증원이 반영될 것이지만, 반대로 인용되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져 정원 승인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인용결정으로 결말이 나면 그동안의 의대증원은 원상회복이 가능해질 수 있지만 시간적으로 혼란은 피할수 없어 결국 대교협의 정원신청 대학의 증원 심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국가권력의 전횡과 남용을 방지하고 삼권분립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통치 조직원리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대헌장에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삼권분립이 법으로 명시됐고 1787년 미연방헌법, 그리고 1791년 프랑스 헌법이 채택해 권력분립이 정착됐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한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것은 국가권력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부가 바로 서야 법치주의 확립과 더불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대한민국 국가가 존립한다는 대명제다. 

판사도 자신의 이념이나 의견이 아니라 오직 헌법에 따라 판결을 하는 직업이다. 어느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어느 당의 지지로 인준을 받아 판사가 됐는지는 판사의 판결과 무관해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판사들의 이념적인 성향이 법의 해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념은 배움과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 일련의 신념으로 세상을 향한 창문을 보는 기준이 된다. 

사법부의 독립과 권한의 중립성은 민주주주의 기본 틀인 균형을 유지하는 기본 질서다. 신속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존립한다'를 증명하는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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