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규원 인턴기자·경희 의전원 본4] 최근 국내 연구진이 눈물로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현재 렌즈형 혈당측정기는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기기는 렌즈로 봐야 할까, 아니면 혈당측정기로 봐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의료기기 규제 혁신을 발표하며 먼저 체외진단 기기에 대한 ‘선도입 후평가’를 약속했다. 정부가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기기 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 발전에도 가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해당 기기의 분류, 관리, 유통, 책임소재 등 전반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혈당측정용 렌즈’의 유통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혈당측정용 렌즈’는 정부 정책으로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 체외진단 기기이기도 하다. 이 기기는 혈당을 측정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콘택트렌즈로써 시력 교정의 효과도 있다. ‘혈당 측정이 가능한 렌즈’로 분류할 수도, ‘시력 교정이 가능한 혈당측정기’로 볼 수도 있다.
이 기기가 만약 렌즈로 인정된다면 안경점에서만 유통·판매가 가능하고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혈당측정기로 분류되면 의료기기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료기기상이나 약국 등에서 판매할 수 있고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의사 처방도 안과에서 처방해야 할지 아니면 내분비내과에서 처방해야 할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만약 안과에서 처방하면 혈당 측정 모니터링이 가능할까. 아니면 내분비내과에서 처방하면 시력 측정은 어떻게 할까.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안경점까지 들르면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직접 택배 배송을 받아볼 수도 있을까. 여러 이익단체의 의견이 엇갈린다면 정부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 이진휴 위원은 23일 메디게이트뉴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종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이득이고 각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이유도 여기에 해당한다.
렌즈형 혈당측정기에 인슐린 약물 주입 기능이 포함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의약품으로 봐야 할지 의료기기로 봐야할지, 약사법을 적용해야 할지 의료기기법을 적용해야 할지 등 폭넓게 고민해봐야 한다. 유통채널도 약국까지 확대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 헬스케어특위는 8월 말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 기기가 오작동해서 환자가 피해를 본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이 위원은 "책임을 개발자에게만 돌리면 오히려 규제가 되어버린다며, 사회가 책임을 분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정할 때는 답이 없다. 그럴 때는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택이 최선이다. 책임은 분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타운홀 미팅을 예를 들어 이런 문제들은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미리미리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추후에 갈등의 소지가 적어진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각 부처별 규제 개선에서 그쳤다. 부처 간에 규제 혁신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국민이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부처 간 융합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의료기기 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 세부적인 규제 개선, 연구, 유통 등 산업 전반적인 것들을 논의해서 정부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의료민영화나 원격의료 같은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그는 “이런 골치 아픈 논의를 계속해서 소통을 해야 해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 없이 정부 독단으로 정책을 정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역시 대화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간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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