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 교통사고부터 대형 재난까지 '나비효과'…"수면건강 인식 개선·정책 지원 중요"

[수면건강 인식개선 국회토론회]② 수면 장애, 우울증·삶의 질 저하 이어 업무 중 과실, 졸음 운전 등으로 사회적 문제 야기 가능

 
메디게이트뉴스 공동 주관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수면부족 국가로 꼽힙니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시간 22분에 훨씬 못미치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한국인 수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하며 매년 하락하는 추세로, 한국인은 수면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생산성 저하 등을 따져보면 전국적으로 11조 497억원의 손실이 추산됩니다. 

지난 8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는 '수면건강'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첫 토론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수면 관련 모든 학회인 대한수면의학회,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연구학회, 대한수면호흡학회, 대한치과수면학회, 한국수면학회, 한국수면기술협회, 메디게이트뉴스가 공동으로 주관했습니다. 본 토론회와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①잠 못자는 대한민국, 수면시간 OECD 꼴찌…7개 학회 한자리에 모여 "수면건강 인식 개선 필요"
②수면 부족, 교통사고부터 대형 재난까지 '나비효과'…"수면건강 인식 개선·정책 지원 중요"
③"수면건강산업, 5차 산업혁명 된다"…건강보험 지원 확대·유망기업 지원 확대 건의
④언론·복지부도 수면건강 정책 변화 '공감대'…교육부·노동부 등 다부처 협력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개인의 수면 부족이 나와 가족, 나아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수면 부족과 수면 장애가 개인의 건강은 물론 일상 생활 혹은 주요한 업무 중 과실을 유발해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제기됐다.

수면 부족 개인 건강에 악영향, '수면 부채' 발생 시 졸음 운전, 업무 중 과실 발생 위험
 
대한수면학회 정유삼 회장(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한수면학회 정유삼 회장(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수면 부족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수면 부족은 개인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고, 반응 속도를 감소시킨다. 단기적으로 개인의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과식 및 번아웃을 부른다. 장기적으로는 뇌전증, 뇌졸중,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졸음을 막기 위해 카페인과 각성제를 남용하다 보니 부정맥과 수면주기 이상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운전 중이나 주의력을 요하는 상황에서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착오와 오류 증가와 작업 효율 저하 등으로 사회 구성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매일 쌓이는 수면 부족이 '빚'처럼 작용하는 '수면 부채(Sleep Debt)'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 수면 부채가 누적되면 집중력이 감소하고 실수가 증가한다. 이것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 회장에 따르면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재앙은 수면 부족의 교대 근무자가 실수로 냉각시스템을 꺼버려서 원전 사고를 일으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에는 쓰리마일 아일랜드에서 한 작업자가 새벽 3시에 쿨링 시스템 오작동에 너무 늦게 반응해 방사능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1등 항해서가 48시간 동안 6시간밖에 못 잔 상태에서 항해를 하다 유조선이 좌초되며 기름이 새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수면 무호흡증이 있거나 6시간 이하로 자는 경우 거의 알코올을 마신 것과 비슷하다"며 "전체 교통사고 중 25%가 졸음 때문인데, 생명과 연관된 전체 사고 중 75%가 수면과 연관돼 있어 졸음 운전은 한 번 사고가 생기면 굉장히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해외에서는 정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미국 뉴저지는 2003년에 24시간 이상 잠을 못 자고 교통사고가 난 경우 사고를 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 발표됐다"라며 "또 응급실에서 잠을 못 잔 전공의가 잘못된 약을 처방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생긴 일이 있다. 이 환자의 아버지가 변호사였는데, 수면 부족으로 전공의가 실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공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제안해 법제화됐다. 이 법이 우리나라에 '전공의 특별법'이라는 형태로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면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불면증이 가장 흔하다. 증상 기준으로는 전 인구의 3분의 1이며, 진단받는 환자는 6~15% 정도 된다. 과다졸림증도 4~26%로 나타나고, 폐쇄성수면무호흡증도 2~4% 가량 된다. 그 외에도 기면증은 0.04%로 굉장히 희귀하지만, 이 질환이 있는 환자는 큰 생활 문제를 겪는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수면무호흡증은 심한 경우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3배 높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어린이의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어린이 성장과 학습에 방해가 된다. 수면 무호흡이 집중력 장애, 학습 장애, 산만, 심혈관 질환, 호르몬 장애, 안면 성장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수면무호흡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결국 수면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며, 수면 질환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수면 건강을 증진시키고 수면 부족 및 수면 질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변화 위해선 대국민 인식 개선 캠패인 우선돼야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수면 장애와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국민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17시간 연속으로 깨어 있으면 알코올 농도 0.05%와 비슷한 수준이며 24시간 깨어 있으면 0.1% 정도로 만취한 상태와 유사한 수준의 수행력 저하를 보인다"며 "그러나 한국의 경우 수면부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황을 소개했다. 

실제로 대한수면연구학회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수면시간 변화 추이를 보면, 2004년 6.51시간에서 2019년 7.15시간으로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22시간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환자 추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수면장애 진료환자는 84만2856명에 그쳤지만 2018년 91만명으로 증가하더니 2020년 103만6678명으로 대폭 늘었고 2021년엔 109만7282명으로 증가했다. 

정기영 회장은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조사에 의한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자료를 바탕으로 대국민 홍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특히 학교에서의 수면에 대한 교육 전개와 더불어 기업과 산업체 등에서도 수면 관련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 지원과 더불어 수면 관련 기구 설립 등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수면재단이 우수한 해외 사례 중 하나다. 미국은 수면재단을 통해 대중 수면 교육과 함께 설문조사, 연구, 졸음운전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한다"며 "슬립헬스(Sleep health)라는 잡지도 출간하면서 적정 수면시간과 수면건강지수 개발 등 수면 관련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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