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역항암제 개발 늦지 않았다

암젠 한정훈 상무, "국내사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사진: 암젠 JAPAC 면역항암제부문 한정훈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언가를 개발할 때 마켓을 먼저 보고, 마켓 니즈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찾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마켓을 보지요. 임상 데이터가 아무리 잘 나와도 마켓에서 먹히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마켓을 보지 않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면역항암제가 전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텍들이 앞다퉈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이미 BMS, MSD,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에서 5개 제품을, CAR-T는 노바티스와 길리어드에서 2개 제품을 내놨다.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사가 뛰어들어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답은 예스. 단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살피기 전에 시장을 보고 차별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암젠 JAPAC 면역항암제 부문 한정훈 상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사들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한 상무는 미국 뉴저지의대,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연구소에서 9년간 종양학 연구를 했고,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9년간 마케팅을 수행했으며, 현재 8년째 메디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범용 CAR-T, CAR-NK로 차별화 가능

암젠은 현재 면역관문억제제와 이중 특이적 T세포 관여 항체(BiTE), 항암 바이러스,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등 4가지 계열의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세계 최초로 BiTE 기전의 항암제 블린사이토와 항암 바이러스 임라이직(T-Vec)을 출시했고, 기존에 나온 제품들과 차별화된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한 상무는 "글로벌 회사들이 마켓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작용 등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아시아에 특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CAR-T의 경우 제조에 오래 걸리고, 약값이 4~5억가량으로 매우 고가인 데다 생산시설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 상무는 아시아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출시했을 때 회사 차원에서는 단가가 맞지 않고, 환자 입장에서는 비싸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시장이 큰 곳에서만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대안으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가격을 1~2억 원 선으로 낮출 수 있는 범용(universal) CAR-T 개발이다.

한 상무는 "범용 CAR-T는 현재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T세포 대신 NK세포를 이용한 CAR-NK 치료제로도 차별화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 회사에서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병용요법·복합제·바이오마커도 좋은 전략

면역관문억제제도 마찬가지다. 빅파마들이 여러 적응증으로 PD-1/L1 억제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릴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는 병용요법이다.

예를 들어 폐암 치료제로는 옵디보가 먼저 허가를 받았지만 키트루다가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 효과를 입증, 1차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더 우월한 지위를 차지했다. 옵디보는 여보이와의 병용요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이 더 유리하다.

이같이 효과적인 병용요법을 찾는 것은 물론 아예 복합제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한 상무는 "PD-1 억제제와 병용 효과가 있는 물질을 결합해 복합제를 만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이 독성을 떨어뜨리고 전체 생존율을 늘린다는 것은 거의 모든 데이터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키트루다가 FDA로부터 적응증 허가를 받은 MSI-H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찾거나, 니치마켓 공략, 유지요법과 같은 독특한 환자 세팅, 초기 단계 적응증 획득 등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상무는 "항암제 개발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폐암 환자의 수명을 1년에서 2년 늘렸다고 끝이 아니라 그들도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에서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함께 들어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전 세계적인 평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늦었다 생각하지만 아직도 할 것이 많다"며 "최소 5년이면 충분히 2상까지 개발할 수 있는 데다 기술이 많이 발전한 만큼 국내사들도 과감하게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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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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