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중재자' 자처한 한동훈 대표…'자중지란' 아닌 당정 갈등 돌파 가능성은

의대증원 관련 한동훈 대표-윤석열 대통령 입장차 명확…의정갈등 해결 여론 많지만 '2026년 유예' 중재안 평가는 엇갈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사진=국민의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증원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과 별개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의대증원 방침을 유예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향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6일 돌연 정부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수정론'을 들고 나왔다. 국민적 동의는 분명하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질의에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의대증원과 관련해선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직접 의정갈등 해결에 개입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일부 정책 수정을 주장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의대증원 절차는 마무리됐다. 의대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 내에서까지 불거지고 있는 정책 수정의 여지를 명확히 일축하는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반면 한동훈 대표의 의지 역시 굳건했다. 그는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이 현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인식차이를 갖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정부가 현재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인식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의에 "새로운 대안이나 돌파구 필요한 만큼 응급실과 수술실 상황이 심각한가, 아닌가로 판단할 수 있다. 저는 심각하다고 판단했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정면충돌 양상이 가시화됐지만 한 대표가 '의대증원 수정론'을 그대로 밀고 가는 이유는 '여론변화'에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의정갈등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어 조속한 사태해결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지지율(리얼미터 집계, 26일 공개)은 4.10 총선 직후부터 넉 달넘게 30%대 초·중반에 머물렀지만 최근 2주 연속 하락하면서 30.0%를 기록해 겨우 30%대에 턱걸이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7%를 기록해 일주일 전보다 6%p 상승했다.

즉 한 대표 입장에선 의대증원 수정론 자체가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동훈 대표는 최근 사태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면담한 바 있다.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사태해결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확실하다. 충분히 가볼만 한 길이라고 한 대표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여당 관계자는 "최근 응급실 공백 등 의료대란 관련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정갈등을 해결하라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조율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자 회담 일정을 내달 1일로 확정했다. 여야 대표 간 공식 회담은 11년만이다. 민주당은 의대증원 문제를 회담 의제로 올리자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 대표가 제시한 '2026년 의대증원 유예' 중재안 관련 여당 내 반대 여론은 한동훈 대표를 둘러싼 대표적인 위험요소 중 하나다. 특히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편에 서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유예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사전에 심도 있게 상의를 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나는 정부의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한 대표와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안을 만의 하나 정부가 받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의 제안이 전공의들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취지다. 윤상현 의원 역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법원이 공공복리적 측면에서 의대증원에 관한 정부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의대증원 유예를 받아들이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는 2026학년도 유예로 중재안을 공개했지만 전공의 등 의료계는 2025년도부터 의대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전공의 7대요구안 역시 그대로 유효하다"며 "한 대표 주장이 관철된다고 해도 의정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그게 중재안이 갖고 있는 태생적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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