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학회, 임신부 백신 접종 공감대 형성...허가 이슈 '관건'

대한산부인과학회 "원하는 임신부에게 접종 서둘러야"...식약처 허가 필요해 지체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질병관리청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질병청은 임신부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허가가 필요하단 입장이라 실제 접종이 진행되기 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질병청과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온라인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학회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 3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원하는 임신부들에게 백신을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날 회의에 참석한 질병관리청 관계자들 역시 임신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 학회와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DC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mRNA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와 접종을 하지 않은 임신부의 조산이나 유산 비율에 별 차이가 없는 등 특별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CDC는 의사와의 상담 등을 통해 임신부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안전성 문제 등의 우려로 임신부를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확산 등 상황이 급변했고, 해외 연구 결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임신부 대상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실제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300명이 넘는 임신부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특히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이달 들어서는 40여명의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돼 임신부와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날 회의에서 당장 접종을 시작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신부 대상 백신 접종은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란 이유에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은 회의가 끝난 후 본지와 통화에서 “질병청도 임신부 백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학회의 제안에는 십분 공감했지만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도 허가를 해주기 위해선 백신 제조사에서 허가 신청을 해야하는데 아직 한국화이자나 모더나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질병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기존 연구 결과로 안전성이 어느정도 입증됐고,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임신부들은 생균 백신만 아니면 다 별 문제없이 백신 접종을 해왔다”며 “단순히 서류 제출 정도의 문제라면 괜찮겠지만 만약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까지 필요한 것이라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접종을 원하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접종을 해주고, 모니터링을 해나가면서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학회는 조만간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입장문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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