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청회·시범사업 일정 짜놓고 PA합법화 강행 의지 보인 정부, 업무범위 명확화가 관건

의협, 공청회까진 합의했지만 시범사업은 공청회서 재논의 입장…병협·간협 등은 필요성 주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의 진료보조인력(PA) 시범사업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향후 PA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업무범위 조율 과정에서 PA 시범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재 보건복지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한 상태로 알려져 있고 병원과 간호계 의지가 강해 시범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범사업 강행 의지 보인 정부…업무범위 불명확, 의료계 합의 전제돼야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9월 PA 공청회 개최까진 합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 측은 공청회 이후 시범사업 강행 의지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발협 회의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이미 보발협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복지부는 PA 관련 공청회와 시범사업 일정을 모두 짜놓은 상태였다"며 "9월 공청회가 PA 시범사업의 요식행위가 되려는 분위기여서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논의 끝에 공청회까지는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PA 시범사업 추진 여부는 공청회 이후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PA 업무범위 등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는다면 시범사업이 무산될 여지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즉 PA와 간호사 등 업무범위가 명확히 정해지기 전엔 PA 시범사업도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9년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를 통해 직역 간 보다 구체적인 업무범위 설정을 통해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PA와 전문간호사 의료행위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복지부가 PA 문제를 지금 당장 의료계와의 상의 없이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PA 업무범위가 합의되지 않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료법에 반하는 요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와의 합의가 없다면 PA 문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강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의사와 PA 간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면 현행 의료법상 불법의 여지가 많다. 이 때문에 PA 시범사업은 의료계 단체와의 협의가 필수 관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A 불법화 해소하자는 병원계…현실적으로 문제로 시범사업 하자는 일부 전공의도
 
그러나 PA 시범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범사업 추진 여부에 있어 중요한 쟁점인 PA 업무범위에 대해 기존업무보다 확대를 주장하는 단체가 더 많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현재 의협을 제외한 병원협회와 간호협회, 노동조합 단체 등은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PA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병협은 이미 전임 임영진 전 회장 집행부에서부터 복지부와 함께 PA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반대 주장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PA에 대한 2년 정규 교육과정을 만들어 PA를 제도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에서 기피과 의료인력 문제는 심각하다. 단순히 PA제도를 반대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병협과 의협이 입장이 조금 다르지만, 이번에야 말로 전체적인 의료시스템을 고려해 PA 시범사업 논의가 긍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PA 도입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PA 시범사업에 대해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견해도 나온다. 지방 수련병원의 경우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PA 도입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간호계, 전문간호사제 활성화가 해답…정부도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지지’

간호계는 이번 기회에 의사와 간호사 간 명확한 업무범위를 재설정하고 불법과 합법 사이를 강요받는 낡은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간호사 제도 활성화를 통해 불법의료행위 등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건의료노조는 5일 간호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간호사가 업무 부적절성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4만3000여명 중 55%가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업무범위가 명시된 문서(업무분장표, 직무기술서 등)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4.8%였다. 또한 업무범위가 명시됐더라도 업무범위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응답도 23.5%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실장은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간호사들의 업무만족도가 떨어지고 의료서비스 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업무 구분이 엉망인 곳일수록 소통과 협력체계가 무너지고 직무소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도 간호사 업무범위의 확대를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최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 회의 과정에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것과 무관하게 일반간호사도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로 규정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일반간호사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로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애매한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는 현행 의료법 규정에 준하는 하위법령으로 재개정이 필요한 수준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내부적으로 무면허의료행위 근절 특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안을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예정"이라며 "의협은 우선 공청회가 시범사업의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대처하고 근본적으론 PA 양산이 아니라 응급실 혹은 입원전담의제도 확산을 해답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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