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있어 안심 되십니까?" 건보공단의 '답정너' 여론조사는 여론조작, 대국민 사기극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23화. 건보공단 정책 홍보성 여론조사 6억원 예산 낭비  

2020년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19일 국정감사에서 "건보공단의 대국민 여론조사가 건보공단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옹호할 목적으로 ‘답정너’ 방식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건보공단이 쓴 여론조사 비용은 평균 1억 1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무려 5배에 이르는 연평균 6억이 넘는 비용을 사용했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수억의 비용을 들여 실시한 여론조사의 문항이 엉터리라는 데 있다. 

“정부는 2~3인실 보험 적용, 선택진료비 폐지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항목에 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들을 추진했습니다. 건보 혜택은 넓히고 부담은 낮추는 이러한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보공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국가재난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있어 안심이 되었는데 동의하십니까?” 등과 같은 홍보성 질문이 대다수였다. 

“사무장병원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원인이다. 동의하십니까?”
“사무장병원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무장병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을 건강보험공단에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등과 같은 뻔한 정답 유도형 질문도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사무장병원이 불법적으로 개설한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62%가 '모른다’고 응답했는데, 어떻게 사무장 병원의 수사권 조정에 80%가 찬성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그동안 건보공단이 시행한 여론조사는 정책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비교 설명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순전히 정답 유도형 질문을 통해 건보공단을 홍보하거나 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홍보를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윤종필 의원은 “왜곡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모자라 이를 공표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고 올해 이종성 의원은 “이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다.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조사결과는 정책수립 근거의 의미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주변에서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공기관의 정책 수립에 있어 국민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 국민의 의중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설픈 정보에 국민들이 휘둘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 또한 공공기관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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