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교수 1명이 4시간동안 당뇨병 환자 300명 진료…망가진 의료전달체계, 본인부담금 인상하면 해결될까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20화. 상급종합병원 경증 환자 본인부담률 60→100% 상향 예정 

추석 연휴 이후부터 고혈압, 당뇨병 등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시 부담하는 비용이 크게 증가될 수 있다. 또한 경증 환자를 진료한 대형병원도 패널티를 받게 된다.

복지부는 10월 7일부터 100개의 경증 질환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100%로 인상시키는 법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추후 고시 개정을 통해 100%로 상향할 예정이다.

또한 1년간 환자가 부담한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그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있는데, 여기서도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진료를 제외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 역시 경증 환자를 진료하면 추가 가산을 받을 수 없게 했다.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으로 경증 환자가 가급적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막고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하는 환자 중 경증 환자의 비율은 중증 환자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과 희귀 질환을 중점적으로 진료하고 의료진을 양성하는 수련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대형병원 선호주의와 여러 선심성 보장정책으로 인해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환자 입장에선 대형병원이나 동네 병의원에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에 큰 차이가 없다 보니, 기왕이면 다홍치마로 대형병원으로 몰려갔다. 낮은 수가로 박리다매식으로라도 수익을 내야 하는 대형병원들은 경증 환자 유치에 힘을 쏟았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은 넘쳐나는 경증 환자들로 중환자 치료나 수련 환경에 신경을 쓰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내가 직접 본 모대형병원의 경우 내분비내과 교수 1명이 오후 4시간 동안 무려 300명에 가까운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질환 본인부담률 100%가 시행되면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동네 의원보다 대략 3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 3배의 비용을 부담해도 병원은 손해를 본다. 이 제도로 이제 환자와 병원 서로가 손해인 구조가 된다.

아직 100개의 경증 질환 분류에 논란이 많고 허점이 적지 않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대형병원들이 더욱 박리다매를 추구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앞으로 여러 의견을 모아 법을 다져나가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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