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현 정부 입맞에 맞춘 '공공력 스카우터'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서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총동원되며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파업을 선언한 의사들에게 진료개시 명령 발동에 이어 형사고발 조치까지 했고, 전공의들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개인이 직장에 낸 사직서를 ‘진료 거부’라는 억지 논리까지 동원해 겁박을 주고 있다.
이렇게 갈등으로 치닫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무시’와 ‘일방통행’ 때문이다. 이 갈등은 의료계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의료계가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주장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국가 상황이 엄중해 의료진이 최전선에서 이에 맞서고 있을 때, 정부는 의료 구조를 완전히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정책을 의료계와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진행해 버렸다.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고 있는 소방관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다.
그런데 이 사태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이런 시국에, 무모하게 정책을 밀어 붙일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더 큰 이유가 있는건 아닐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던 중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의 입학 전형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공공의대의 입학기준이 통상 입시와 다르게 시·도지사에게 개인적인 추천 권한이 주어진다는 소문이었다. 3년 전 정책 발의 당시 공문이 공개되며 이 소문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소문이 점차 확산되자 궁지에 몰린 보건복지부는 공식 블로그에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 해명 자료는 폭탄으로 변해 삽시간에 모든 커뮤니티로 퍼지며 논란을 폭발시켰다.
해명 자료에는 ‘시·도지사의 개인적 권한’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의 진행’이라는, 객관성 없이 주관적 권한으로 선발하겠다고 명백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시민단체장은 ‘꼭 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이 의사가 될 필요가 없다’고도 했고 ‘개인 능력보다 공공 능력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나왔다.
이를 본 사람들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입시는 권력자와 그 주변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현대판 음서제가 될 것이 분명하고, 아직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난해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무시험 의대 입학이라는 희대의 입시 논란 트라우마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개인의 희생능력, 사명감, 도덕성, 정의감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공공력 스카우터’ 기기를 개발하는 건 어떨까. 도덕성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여러 직업, 공무원, 판사, 검사, 변호사, 약사, 간호사, 회계사, 기업 대표, 기업 임원 등의 공채, 고시 등에 아주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 공공력 스카우터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정부가 암암리에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그동안 각 부처나 공기관에 임명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말이다. 그 분야에 대해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자신 있게 척척 임명해온 것을 보면 정부가 이미 공공력 스카우터를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 그 공공력 스카우터를 의료계 뿐만 아니라 입시에까지 활용하고 싶은가 보다. 물론 그 스카우터에 공공 능력이 높게 측정되는 사람은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자녀일 것이란 생각이지만 말이다. 처량하고 답답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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