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임시공휴일에도 문 여는 병의원, 쉬지 못하는 의료진
정부가 오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과 국민들의 휴식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연휴 당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세가 번진 적이 있고, 임시공휴일이라고 병원이나 선별진료소가 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의료진을 위해 휴일을 지정한다고 하지만 의무적으로 쉴 수 있는 건 공공기관의 공무원들과 300인 이상의 일부 기업일 뿐, 의료인들은 임시공휴일에 대부분 쉬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연휴로 인해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기라도 한다면 의료진에 되레 더 큰 업무 과부하가 얹어지는 셈이다.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임시공휴일에 쉬지 않고 병원을 운영하고, 또 운영해야 한다. 지난 임시공휴일에도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 병원들은 정상 진료를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적자가 심화하고 있고 365 진료, 야간진료가 기본이 되어버린 의료계 현실상 임시공휴일에 쉬는 병의원은 적다. 나를 포함한 주변 대부분의 의료인에게 임시공휴일은 당연히 일하는 날로 인식돼 있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취지는 잘 알겠지만, 이걸 의료인을 위한 혜택처럼 생색을 내는 것을 보니 의료계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다. 정작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어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들은 의료계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걸 보면 이런 의문이 더욱 커진다.
어쨌든, 휴일은 휴일이니까 혜택을 보는 국민들은 가급적 외부 집단 모임을 자제하고 조용히 개인적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방역에 철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의료계를 위한다며 제정한 휴일이 코로나19의 일선 의료진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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