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국민들 현혹하는 건강기능식품·식품 허위·과대광고
한동안 세간에서 크게 유행하던 크릴 오일이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됐다. 혈관 내 기름 성분을 없애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해 왔는데,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됐다. 심지어 항산화제, 추출용매 등의 기준규격까지 위반한 사실이 알려지며 제품들이 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입으로 섭취하는 모든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성분과 효능에 따라 식품,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등으로 분류된다. 식품 중에서 특정 성분을 섭취하기 편하도록 정제한 것이 건강기능식품이고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만든 것을 의약품이라고 한다. 체내에서 특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의약품은 효과를 내는 만큼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친다.
그리고 일반의약품은 오남용의 위험 때문에 광고가 제한되고 인증받기가 매우 어려우며 인터넷 판매 등이 금지된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은 그런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광고 및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러한 물건들을 파는 사업자들은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무 근거 없이 마치 특정 질병의 치료제나 예방책인 것처럼 허위·과대광고를 무분별하게 일삼는다. 일반의약품처럼 강력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부작용도 두드러지지 않아 사람들이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해도 돈을 벌 수 있다.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시중에 알려진 크릴 오일의 주 효능은 “첫째, 인지질이 체내 지방을 분해하고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해 준다. 둘째, 두뇌 건강, 치매 예방에 좋다. 셋째, 노화방지, 산화방지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전혀 검증되지 않은, 판매 회사가 상상으로 지어낸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인지질은 크릴 오일만으로 섭취할 수 있는 성분도 아니고, 계란 1개에 들어 있는 인지질의 양이 크릴오일 1알의 5배에 달한다. 인지질은 체내에서 부족하면 알아서 합성되는 물질이고 과다 복용시 되레 체내에 침착되어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회사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마케팅에 국민들이 놀아나고 돈을 쓰면서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셈이다.
의사들은 평생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의 효능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한 두 번 정도는 환자와 보호자를 말려 보기도 하지만 이내 포기한다. 광고의 힘은 진실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운동하고 병에 걸렸을 때 잘 치료하는 것이다. 그것 이외의 요행은 없다는 걸 사람들이 언제쯤 깨닫고 상술에 놀아나지 않게 될까. 누군가는 지금도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환상을 심어준 대가로 큰 돈을 벌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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