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 반토막, 코로나 엔데믹 직격타에도 3257억 시설투자 단행

"사상 최대 규모 시설 투자로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할 팬데믹 대응 ‘드림팀’ 꾸린다"

사진 =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백신을 개발 중이다(SK바사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라 백신 매출 급감으로 실적이 급감했으나, 미래 발생할 신종감염병 대응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드림팀'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사회를 열고 세계를 연결할 ‘바이오 허브’ 구축을 위해 총 3257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실적 반토막에도 지속가능한 경영과 체계적이고 신속한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돌입한 것이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0.8% 감소한 4567억2587만원에 그쳤다. 

지난 2021년 SK바사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노바백스 CMO 계약 체결 등으로 최대 매출을 경신했으나 지난해 2분기 들어서면서 AZ 백신 CMO 종료, 노바백스 관련 이슈, 독감백신 생산 중단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SK바사 측은 국산 1호 코로나백신인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해 하반기부터 높은 실적 개선이 이뤄져 1조클럽에 입성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예상과 달리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른 접종 인구 감소, 화이자, 모더나 등이 오미크론 변이 적응증을 가진 2가백신 출시 등으로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 75.7% 감소한 1150억1362만원,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 역시 70%가까이 빠진 1417억3318만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65.5% 감소한 1224억5195만원에 그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조감도.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SK바사는 송도 글로벌 R&PD 센터(Global 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Center, 이하 R&PD 센터)의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총 3257억원을 투입, 글로벌 백신∙바이오 허브를 구축해 ‘미지의 질병(Disease-X)' 대응을 위한 '드림팀'을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SK사바는 8일 이사회를 통해 R&PD 센터 설립안건을 의결하고, 설립을 위한 절차 진행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날 SK바사는 기 승인된 투자비 419억원(토지비 등)을 포함한 총 3257억원을 투자해 송도의 3만413.8㎡(9200평) 부지에 R&PD 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오는 2025년 상반기 중 R&PD 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가 송도로 이동할 예정이다.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첨단 R&PD 센터 설립을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을 고도화하고, 신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생태계(Hub)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실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글로벌 방역 전문가들은 새로운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을 통해 백신의 연구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새로운 감염병 발생 시 100일 이내로 백신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이번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을 선도하고자 SK바사는 R&PD 센터에 글로벌 기업·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오픈 랩(Open Lab)을 설립할 방침이다.

오픈 랩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파트너십을 추진·강화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바이오 기관∙기업들의 사무·연구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았던 빌&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국제백신연구소(IVI) 등 유수의 글로벌 기관들 뿐 만 아니라 다수의 산학 주체들이 이미 R&PD센터에서 이뤄질 상생의 바이오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중장기 전략 중 하나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백신 수요가 높지만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국가에 SK바사의 고도화된 R&D·생산 역량을 이식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뿐만 아니라 연구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나 백신 개발의 수요가 있는 국가 기업들과의 협업과 더불어 해당 국가의 바이오 인력 양성 역시 오픈랩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SK바사는 R&PD 센터를 중심으로 한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 본격화를 통해 자체 개발 백신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불균형 해소를 통한 인류 보건 증진 기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적인 R&D 기술력 고도화와 자체 백신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연구 및 생산시설 고도화도 추진한다. 

우선 감염병 BSL(biological Safety Level, 생물안전등급)-3 연구시설을 포함한 최첨단 연구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BSL은 생물학적 위험도가 높은 미생물 연구가 가능한 시설에 대한 등급 기준으로, 위험도가 높고 중대 질환을 유발하는 신규 감염병 대응 백신의 개발을 위해서는 BSL-3 수준의 연구 시설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C(D)MO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도 설립한다. 파일럿 플랜트란 신규 공법이나 제품을 도입하기 전 건설하는 소규모의 시험적 설비를 의미한다. 

R&PD 센터의 파일럿 플랜트는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cGMP 수준의 생산시설로 설계돼 신규 백신 과제 또는 CDMO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파일럿 플랜트에는 신성장 전략 중 하나인 CGT(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바이럴벡터(Viral Vector) 등 신규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된다. 특히 SK바사가 JV(Joint Venture), M&A 등을 통해 신규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파일럿 플랜트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투자를 이끌어내는 핵심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비임상, 임상, 일부 상업 생산 등을 위한 시료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글로벌 수준의 백신 생산 시설인 ‘안동L하우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R&PD 센터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바이오 및 백신 산업 고도화를 위한 꿈의 무대"라며 "체계적인 플랫폼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윤 창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의 코어(Core)로써 전 세계인의 안전한 내일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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