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하고도 무용지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국산화 성공했지만 정부 외면

치료제와 백신 모두 수입약 우선·경증 환자 기존 출시 감기약으로 대증치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지난해 국산 코로나19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에 성공했으나 시장에서 원활한 사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높은 비용과 연구인력,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정부차원의 구매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제약사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스카이코비원은 면역반응 강화와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 유도를 위해 GSK의 면역증강제 AS03이 적용된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으로,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와의 협업,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 2년간 독감백신 생산까지 포기하면서 코로나백신 개발에만 매진해온 결과, 글로벌 협업과 임상을 통해 우수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한지 불과 5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정부가 낮은 백신 접종률과 현장 활용률 등을 고려해 주문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SK바사도 초도물량 61만도즈 공급 이후 완제 생산을 잠시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말부터 본격화된 2가백신 접종에 ▲화이자 오미크론 변이 BA.1 ▲화이자 오미크론 변이 BA.4/5 ▲모더나 오미크론 변이 BA.1 ▲모더나 오미크론 변이 BA.4/5 등 4가지 개량백신이 우선 선택옵션이 되면서 이미 현장에 풀린 초도물량 활용률도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mRNA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별도로 선택해서 맞을 수 있다. 2가백신 옵션에는 없으나 스카비코비원 역시 오미크론에 대한 1/2상 연장연구를 통해 면역반응을 확인한만큼 해당 제품으로 예약하면 접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완제 생산은 중단했으나, 원액은 지속적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에서 요청이 있으면 바로 완제 출하도 재개할 수 있다"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며, 이미 유럽 등에 허가신청을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2가백신 예방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이며 정부에서도 화이자, 모더나 2가백신을 주력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SK바사 백신의 추가 구매가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일동제약 역시 첫 국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으나, 정부의 외면으로 임상현장에 도입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제품명 조코바, 엔시트렐비르푸마르산)을 공동개발에 나섰고, 국내 임상과 판매를 맡은 일동제약은 지난해 증상 발현 후 72시간을 넘지 않은 경증·중등증 환자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일 1회 5일간 복용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 3CL-프로테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체내 증식을 막는 기전을 가진다.

지난해 8월 일동제약은 경구용 코로나 치료 후보물질 S-217622의 제2/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식약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기침, 인후통, 콧물·코막힘, 발열, 피로감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5가지 주요 증상을 해소하는 데 걸린 시간이 복용군의 경우 167.9시간으로 위약을 복용한 대조군의 192.2시간에 비해 유의미하게 단축됐다.(중앙값 기준, p=0.04)

또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의미하는 체내 바이러스 RNA 감소 측면에서도 유효성 입증 기준을 충족했다. 엔시트렐비르(S-217622) 3회 복용 후인 임상 4일차 시점에서 바이러스 RNA 값이 투약군에서 1.47log10copies/ml 더 많이 감소하여 대조군에 비해 30분의 1 수준을 보였다.(P<0.0001)

약물의 안전성과 관련, 임상 참여자 중 심각한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내약성 또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 측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임상시험(2/3상 3단계)을 시행, 백신 접종 여부 및 위험 요인 유무와 관계없이 코로나19 환자에 있어 5가지 주요 증상 개선뿐 아니라, 체내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모두 충족한 최초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후생성이 조코바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해 현지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긴급사용승인이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청)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미 경구용 치료제의 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식약처의 긴급사용 승인, 정부 구매 등의 필요성이 낮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와 백신의 자국화를 역설하고 '끝까지 지원한다'고 강조해왔으나, 국산 치료제가 나왔음에도 '시장성'에 입각해 신속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일동제약은 타 코로나 제품과 달리 일반적인 의약품 허가 절차를 밟는 플랜B를 택했다. 일동제약 측은 "현재 국내 긴급사용 승인으로 사용 중인 수입산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의 경우 고위험군의 기저질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오미크론 변이로 급증하는 경증, 중등증 일반환자군에게 사용가능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임상시험을 통해 조코바의 경증·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에서 내약성과 효과를 확인한만큼, 향후 위험 요인과 관계없이 광범위한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현장에서 항암제, 전문의약품 등에 대해 국산 제품 외면이 이어지면서 제약사들이 R&D 동력과 의지가 많이 꺾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를 국산화를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국산 개발 제품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필수약 개발과 국산화에 대한 의지를 꺾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져 또다른 신종 감염병이 나올 때 많은 제약사들이 이를 반면교사 삼으면 국가 보건안보에 큰 위협이 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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