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성분 23개, 제품은 500개…일선 의료기관 혼선 극심

자체 전산팀 개발·외주업체 DUR 사용시 별도 업데이트 절차 필요…자가점검표 작성과 처방내역 보고도 골칫거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재택치료에 활용되는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해당 의약품의 병용금기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수십여개 성분이어서 처방시 반드시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rug Utilization Review) 점검이 필요한데, 일부 의료기관에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청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팍스로비드 처방 설명회에서 '투여전 자가점검표'를 활용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질병관리청 측은 "팍스로비드와 병용 처방이 안 되는 성분이 23가지 성분이며, 이중 6가지 성분은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복용 금기 대상에 해당된다"면서 "이를 반드시 환자로부터 확인하고 '투여전 자가점검표'를 작성해 처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질병청은 "처방 후에는 심평원 보건의료 위기대응 시스템에 로그인 한 후 이에 대한 약품 처방 내역을 다시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설명회 이후 1000여명의 의료진들이 "DUR에 팍스로비드를 뜨게 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병용금기를 파악할 수 있으나 이를 적용하지 않아 수백개에 달하는 병용 금기 의약품을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다. 게다가 자가격리 중인 환자에게 전화상담시 투여전 자가점검표를 모두 읽어준 후 확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처방 후 보고 역시 전자차트 연동을 통한 자동 입력이나 약국 조제시 입력 후 연동 등으로 하면 되는데 별도 내역을 보고하라는 것은 행정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질병청은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고 행사를 마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극심한 상태에 달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을 묻는 질의에 회의를 주관했던 질병청 측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중수본 측에 문의했으나 "팍스로비드 처방과 관련해서는 모두 질병청 소관"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실제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성분은 ▲드로네다론 ▲라놀라진 ▲로바스타틴 ▲리팜피신 ▲세인트존스워트 ▲실데나필 ▲심바스타틴 ▲아미오다론 ▲아팔루타마이드 ▲알푸조신 ▲에르고타민 ▲카르바마제핀 ▲콜키신 ▲클로자핀 ▲트리아졸람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페티딘 ▲프로파페논 ▲플레카이니드 ▲피록시캄 ▲피모자이드 ▲메틸에르고노빈 등 23개며, ▲리팜피신 ▲세인트존스워트 ▲아팔루타마이드 ▲카르바마제핀등의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성분은 투여 중단 직후에도 투여하면 안 되는 의약품이다. 이들 성분은 23개지만 해당 성분을 함유한 제품은 500여개에 이른다.

DUR 소관기관인 심평원 측은 "심평원에서 제작한 DUR을 사용하는 곳은 팍스로비드가 자동 업데이트 돼 처방시 병용금기 알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질병청 설명회에서 문의가 나온 곳은 병원 자체 전산팀이 DUR을 만들었거나 외주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요양기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전산팀 또는 외주업체가 심평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DUR을 아예 요양기관에서 깔지 않았다면 환자 동의를 얻은 후 심평원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확인하는 방안도 있다. 이는 공인인증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라면 환자에게 그 목록을 확인하고 알려달라고 전달하는 방식도 있으며, 개인 정보를 의사에게 입력하게 한 후 인증번호를 전달해 의사가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UR을 통한 병용금기 확인 문제는 '업데이트' 설명 미흡에 따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전화상담시 투여전 자가점검표 작성과 약품처방내역 보고 등은 현장의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처방 의사 입장에서는 투여 전 자가점검표를 작성하면 진료시간이 20~30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전화상담이라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일일이 읽으면서 설명하기가 어렵고, 환자 입장에서도 이를 듣고 대답하기 여의치 않다"라며 "게다가 처방 후 별도로 약품처방내역을 심평원에 보고하는 것 역시 상당한 행정낭비로, 다른 약들처럼 심평원이나 약국 등 자동연계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1차의료기관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을 하려면 여러 행정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6만여명씩 나오고 있고, 재택치료 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선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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