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첫 당뇨병 환자의 신체·정신건강 통합 관리 앱 '당당케어'의 민·관·학 협력 사례
행동활성화 이론 기반으로 질환 관리와 함께 정신건강 케어까지 도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에 다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고, 당뇨병 전 단계 환자는 거의 1600만 명에 이른다. 이 둘을 합하면 국내 인구의 절반 가량이 당뇨 위험에 놓인 셈이다. 이는 2050년 경 달성될 것으로 예측한 수치다. 그러나 질병 조절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은 30년 이르게 달성됨에 따라 조만간 당뇨병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당뇨병은 적절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환자 스스로 혈당 조절을 위해 전반적인 지식습득과 함께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질환 관리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통합적 질환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한당뇨병학회와 사노피, 서초구와 은평구가 당뇨병 환자의 자기관리능력 향상을 돕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당당케어'의 효과성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당케어는 일상적인 당뇨병 관리는 물론, 평생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만성질환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등 당뇨인들의 정신 건강 상태까지 돌보는 통합 헬스케어 앱이다. 환자들은 ▲당당케어 살펴보기 ▲일상활동 기록 및 점검 ▲가치중심활동 탐색 및 계획 ▲목표활동 실행 및 점검 ▲목표활동 문제 해결과 반복 ▲마무리하기 등 행동활성화 이론을 기반으로 구성된 6개의 단계를 거쳐 당뇨병 자기관리 습관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인 '당뇨병의 정석' 영상 콘텐츠를 연동해 사용자가 당뇨병과 관련된 일상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올해 효과성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현재 최종 분석을 앞두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을 만나 당당케어의 제작 및 협업 배경, 효과성과 이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알아봤다.
원 이사장은 "당뇨병 환자, 그 중에서도 소외계층은 우울증에 많이 빠지게 된다. 환자들이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만 가만히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정신적인 문제와 혈당의 관계를 굉장히 밀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암환자와 같이 당뇨병환자들이 만성 질환자로서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거나 정신과 상담과 같은 치료를 병행하면 혈당이 정상범위로 돌아갈 수 있다"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당당케어 앱에서 행동 개선을 유도하면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당당케어 앱 이용에 대한 MOU를 맺은 은평구, 서초구와의 결과에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뇨 환자 꾸준히 늘어…국내 지침서도 35세 이상이면 검사 하도록 권고
Q. 국내 당뇨병 치료 및 연구 발전을 위해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회에서 어떤 직책과 활동을 맡고 계신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올해부터 내년 12월까지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임기 중 대학당뇨병학회를 초격차 학회로 만들고자 한다.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Diabetes and Metabolism, ICDM)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당뇨병 관련 학회 학술대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학회지 DMJ의 올해 임팩트 팩터는 5.893으로, 전 세계 내분비 대사 분야 중에서 상위 25% 안에 들어가며, 아시아에서는 제일 높은 수치이다. 향후 학회를 더 발전시켜 임팩트 팩터 수치를 전세계 상위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재단법인 당뇨병학연구재단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연구나 학술지원 위주였으나, 최근 민·관·학 협력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차상위 계층이나 소외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당당케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행동 교정을 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우울증 등 정신 상담, 행동 교정 등의 도움으로 당뇨병 치료에 긍정적 영향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학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와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하고 있지만 이렇게 노력함에도 환자들의 질환 관리가 쉽지는 않다. 질환관리율을 살펴보면 당화혈색소 7을 기준으로 50%, 6.5를 기준으로 25%로 밖에 관리가 되지 않으며 수치 개선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원인 중 하나는 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회는 2년 전 부터 '당뇨병의 정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카카오에서 '당당이의 카카오 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환자 교육을 위한 교육자 육성에도 열심히 힘쓰고 있다.
Q.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최근 고령화로 인해 국내 유병률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는지 궁금하다.
본인은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음에도 당뇨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를 보면 국내 3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고, 당뇨병 전 단계 환자는 거의 1600만명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진료 지침을 홀수해에 맞춰 2년마다 발간하는데, 올해는 짝수해임에도 발간하게 됐다. 진료 지침에는 35세 이상일 경우 당뇨병 검사를 하도록 추가됐다. 미국당뇨병학회도 35세 이상 환자에 대해서 검사를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MZ세대도 질환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 당뇨는 식이요법 및 운동과 많이 관계돼 있으며, 집에 앉아서 휴대폰만 하는 등 생활습관과 관련 있다. 당당케어는 이런 생활환경의 변화를 역이용해 앱을 통한 행동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행동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앱이 많이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
당뇨 환자의 우울장애 경험, 일반인보다 2~3배 높아…우울장애, 당뇨병에 악영향
Q. 만성질환은 특히 평생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환자의 부담감이 상당히 크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가?
혈당을 올리는 원인은 크기 두 가지로 육체적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나눠진다. 진료 시 환자에게 가장 먼저 먹는 것에 대해 묻고, 다음으로 사용하고 있는 민간요법 등에 대해 묻는다. 이 둘에 해당사항이 없다면 최근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우울증에 빠지면 온몸이 다 아프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지방간은 간이 아픈 것이고,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우울증은 뇌라는 장기가 아픈 것이다. 최근에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많은 약이 나와 있다. 세로토닌을 이용한 약제를 복용하면 혈당 조절이 매우 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가 혈당을 올린다고 볼 수 있다.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 밖에 없으며, 나머지 다른 대부분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Q. 당뇨병 환자 중 우울증을 겪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로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관련 스트레스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서적 고통을 호소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주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당 증가나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다시 스트레스 상승과 혈당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곤 한다. 이처럼 당뇨병 자가관리와 관련된 부정적 감정과 부담을 '당뇨병-스트레스'라고 부르며 흔히 번 아웃, 즉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증상이 동반된다. 이는 곧 ▲당화혈색소(A1C) 증가 ▲기분 저하 ▲합병증 발병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인구는 15~30%로 일반인 대비 약 2~3배 높다. 당뇨병은 우울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우울장애 또한 당뇨병 치료나 약물 순응도 감소, 불량한 혈당지수 관리, 불규칙한 식사 습관, 신체활동 저하, 비만 등의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당당케어, 행동활성화 이론 기반으로 우울증의 악순환 끊는데 도움
Q. 당뇨 환자 케어를 위해 개발된 어플리케이션 당당케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당뇨병은 환자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외래 방문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불규칙한 검진 및 관리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소득층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좌절감 등 사회심리적 요인 또한 당뇨 자가관리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외면할 수 없다.
2020년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당뇨병 관리가 더 어려워진 상황 속, 취약계층 당뇨병 환자들이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당당케어' 앱이다. 이 앱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행동활성화 이론'을 기반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정신 건강은 물론 식단과 운동 등 당뇨병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전하고, 스스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구축하는데 가이드 역할을 한다.
총 6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으며, 12주 동안 진행된다. 앱을 시작한 첫 일 주일 동안은 일상 활동을 매일 기록하고, 이 후 그 동안의 활동을 요약한 점검 보고서를 통해 유저가 행동과 기분 간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초기 단계를 지난 후 유저의 가치관을 반영한 목표 활동을 수립하고 이를 반복하며 습관을 쌓아 나가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만일 목표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교육자료를 통해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안한다. 결과적으로는 앱의 도움 없이 당뇨병 자가관리를 꾸준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습관이 구축되면 유저분들이 자유롭게 앱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Q. 당당케어를 구성하는 6가지 항목은 행동활성화 이론이 기반이 됐다고 하는데, 해당 이론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하다.
당당케어를 구성하는 6가지 항목에 기반이 되는 행동활성화 이론의 원리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분이 좋거나 활력이 있어야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라고 말할 수 있다. 행동활성화 이론에 따르면 현재의 기분과 상관없이 먼저 행동에 옮기는 것 자체가 긍정적 보상으로 이어져 '우울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먼저 행동하면 그에 따라 동기와 에너지가 증가하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다.
이렇듯 행동활성화 이론에 기반한 당당케어 앱 콘텐츠를 통해 활동을 계획하고 나의 행동과 그 행동을 했을 때 감정을 기록해 나가면서 감정의 긍정적 보상을 찾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심리상태 또한 호전되며, 효과적으로 당뇨병 자가관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당케어의 효과성 연구 바탕으로 앱 보완해 내년 중 전국 배포 예정
Q. 현재 당당케어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사노피, 서초구 및 은평구는 해당 연구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먼저 당당케어는 당뇨병 환자 지원을 위해 민·관·학이 협력한 첫 사례이자, 당뇨병 환자의 신체 및 정신건강을 통합 관리하는 국내 첫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모두 의료 사각지대에 처한 취약계층 당뇨병 환자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자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당당케어 앱의 효과성 연구를 위해 학회와, 사노피, 그리고 서초구 및 은평구와 각각 당당케어 3자 MOU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학회는 당뇨 및 심리케어를 위한 앱 개발 지원과 의학적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사노피는 앱 콘텐츠 개발과 효과성 연구를 포함해 프로젝트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된 앱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서초구 및 은평구는 연구에 참여할 지역 내 당뇨병 환자 모집과 관리를 주관한다.
이 연구를 통해 당당케어 앱을 통한 당뇨병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가 당뇨 자가관리 습관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앱을 보완해 내년 중 전국 배포할 예정이다.
Q. 당당케어가 배포된 이후 환자들의 삶에 질에 미칠 영향에 관해 기대하고 있는 바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당뇨병은 의료적 치료만큼이나 일상 속 꾸준하고 규칙적인 자가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처해 검진 및 관리가 어려운 취약계층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앱이라 할 수 있다. 당당케어의 차별화된 행동활성화 이론 기반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이 스쳐 지나가는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계획을 실천에 옮기면서 우울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점차 우울감에서 빠져나와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
Q. 앞으로 학회 차원에서 비슷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다른 앱도 시도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대한당뇨병학회가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학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정부, 학회가 다같이 만성질환 관리를 활성화시킬 방안들이 필요하다. 1형 당뇨병에 대해서는 비대면과 비슷한 재택 진료 관리 사업이 있다. 지금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차상위 계층이나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환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당뇨는 약으로만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30년 정도 진료를 해보니 일상생활의 변화와 운동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
당뇨병 치료는 항상 이야기하지만 아트라고 생각한다. 혈압은 약물 치료를 하게 되면 관리가 되지만 당뇨병은 그렇지 않다. 약물로 혈당이 내려오다가도 또 다시 올라가곤 한다. 행동과 스트레스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을 너무 쉽게 보면 안 된다. 충분히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좋아야 되고 민간과 관이 같이 협동해야 한다. 지금 당뇨병 환자 600만, 700만 명으로, 제2의 당뇨 대란이 올 수도 있을 만큼 늘고 있는 만큼 다함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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