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개발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인 레스메티롬 역시 미흡한 효능으로 시장성과 임상적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내사들이 경쟁력있는 후발주자를 내놓기 위해 적극적으로 R&D에 뛰어들고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 손상, 섬유화 등이 나타나는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의 진행성 질환이다. NASH로 간 손상이 심해지면 간경화,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간 재단(American Liver Foundation)은 미국 성인의 약 5%가 NASH를, 약 25%가 NAFLD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인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NASH 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는 2026년 46억6600만 달러(6조33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NASH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NASH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NASH 치료제 후보 약물의 종류는 5가지로 ▲Farnesoid X 수용체(FXR) 작용제,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THR)-β 작용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작용제, ▲퍼옥시좀 증식 활성화 수용체(PPAR),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FGF) 21 작용제 등이 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글로벌 빅파마가 NASH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한 상태다.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즈(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 성분명: obeticholic acid)도 2020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NASH 치료제 FDA 승인에 실패했다.
인터셉트가 오칼리바의 FDA 품목허가(NDA)를 위해 제출한 임상 3상자료는 2단계 또는 3단계 간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글로벌 연구다.
18개월의 중간 분석 결과, 고용량 투여군(OCA 25mg)은 1차 평가변수인 간 섬유화가 개선됐으나, NASH 해소(Resolution) 지표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간 손상을 포함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저용량 투여군(OCA 10mg)은 효능이 미미했으며 1차 평가변수도 충족하지 못했다.
FDA는 저용량에서의 불분명한 임상 효능과 고용량에서의 간 손상 부작용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으며, NDA를 다시 제출하려면 3상의 전체평가가 완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터셉트는 희귀하거나 심각한 간 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올해말까지 오칼리바의 NASH 임상 시험과 모든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칼리바는 FXR 작용기전으로, NASH에서 지질과 담즙 대사 기능 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는 FXR 발현 장애를 교정한다. FXR 작용제는 단일 요법과 병용 요법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FDA의 승인 거절로 향후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칼리바 승인이 무산되면서, 마드리갈 파마슈티컬(Madrigal Pharmaceuticals)의 경구 NASH 치료제인 레스메티롬(Resmetirom)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스메티롬 3상 임상시험(NCT03900429)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FDA 의 혁신 치료제 지정을 받았다.
마드리갈은 레스메티롬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52주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의 3상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위약 대비 간 섬유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해 1차평가지표를 달성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기획팀 진주연 연구원은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은 경구투여 방식의 THR-β 작용제다. THR-β 은 지방 분해와 키토몬드리아 활성 조절을 매개해 간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도 THR 작용제 VK2809의 임상 2상 결과에서 간 지방량을 최대 51.7% 감소시킨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NASH 치료제 분야에서 THR 작용제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3상에서 섬유화 억제 등에 있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1차평가 지표 달성으로 FDA가 품목허가 신청을 거절할 특별한 이유는 없으나, 임상의사의 입장에서 해당 약물이 단독으로 사용시 환자에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XR, THR-β 작용제 외에 NASH의 핵심 문제인 인슐린 저항성을 표적으로 하는 GLP-1 작용제 후보물질도 있다. 실제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GLP-1 작용제인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성분명: Semaglutide)을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FXR 효능제 'Cilofexor', 아세틸-CoA 카복실라아제(ACC) 억제제 'Firsocostat' 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2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수출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는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수용체와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로, 올해 6월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바 있다. 유럽간학회에서는 24주차에 투여 전 대비 간 경직도를 72.7%로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GLP-1R/글루카곤(GCG) 이중작용제인 코타듀타이드(Cotadutide)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환자모집 이슈와 회사의 전략 변경으로 인해 임상 2/3상을 중단한 상황이다.
89Bio는 FGF21 유사제 악물인 페고자퍼민(Pegozafermin)으로 임상 2b상을 진행해 긍정적인 중간 결과를 도출했다. 중간 결과에 따르면 30mg 투여군은 19%의 환자가 최소 1단계 이상의 간섬유증 개선을 보였으며 위약 대비 21%의 환자가 섬유증 악화 없이 NASH 증상의 개선을 보였다. 44mg 투여군은 20%의 환자가 간섬유증 개선을 보였으며 위약대비 24%의 환자가 NASH 증상의 개선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GLP-1과 FGF21를 타겟한 이중작용제 BI 3006337(국내 프로젝트명 : YH25724)을 개발,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했고 올해 3월 유럽 1상 시험을 종료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인벤티바는 PPAR 작용제의 NASH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하반기 임상 3상 결과(NCT04849728)를 발표할 계획이다. PPAR 활성화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의 점막 생산을 억제해 간 내 지방의 감소와 염증을 개선한다.
진 연구원은 "PPAR 작용제인 젠핏의 엘라피브라노는 한때 기대를 모았으나 2020년 3상 중간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그해 7월 연구 종료를 결정했다"면서 "현재까지 인터셉트의 오칼리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타두타이드, 젠핏의 엘라피브라노 등이 N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 한미/MSD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 89 바이오의 페고자퍼민, 유한/베링거인겔하임의 BI 3006337, 인벤티바의 라니피브라노 등이 최초의 NASH 치료제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임상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삼진제약, HK이노엔, 엘지화학 등 국내사들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NASH 시장 돌파를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에 GPR119 agonist(작용제) 기전의 NASH치료제 후보물질 DA-1241을 기술수출했다. 뉴로보는 비임상과 1상을 통해 혁신신약(퍼스트인클래스)로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2a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하반기부터 2상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에 종료하겠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은 국내 바이오기업과 함께 유럽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그룹의 합성신약 연구개발 계열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는 지난해 11월 FXR 작용제 기전의 NASH 후보물질 ID119031166M에 대한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현재 일동제약과 협력해 미국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를 활용해 빠른 임상 진출과 개발을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국적사 뿐 아니라 국내사들이 NASH에 도전장을 내고 있으나, 개발 중단, 철회가 잇따르고 있으며 오랜기간 다양한 기전의 R&D에도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1곳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국내사 한 연구진은 "임상 종결점(1차평가지표)을 객관화, 정량화하기 어렵고 질병 진행의 복합성으로 인해 임상개발 과정이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평가지표로 간세포의 섬유화 개선을 정했다고 하면, 생검을 통해 조직의 지방축적 비율을 스코어링해야 한다. 이때 장기 중 1kg이 넘는 큰 조직에 해당하는 간 부위에서 니들(주사 바늘)을 넣고 떼는데, 0.5mm가 갖는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약물 전후 생검을 통해 지방축적과 염증, 세포섬유화 등의 개선 정도를 확인하는데, 병리학자마다, 임상사이트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혈액 검사나 체중 측정 등으로 지표를 확인하는 다른 질병과 달리, NASH는 임상적 유효성을 정량적,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질병 진행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NASH는 지방 축적으로 염증 반응이 유발되고 이후 섬유화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환자 중 지방간이 많아도 염증이 없는 경우도 있고 또 반대되는 상황도 있으며, 진행 속도마다 모두 양상이 달라 동일한 병리적 상태를 갖기 어렵다.
연구진은 "동일기전 약물이 NASH환자에서 모두 동일한 효능 보기가 어려워 평균적 유효성을 측정하기 힘들다. 때문에 NASH치료제는 빨리 상용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효능이 매우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약물을 출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여러 병용 조합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 최적의 효능을 낼 수 있는 조합을 먼저 찾는 곳이 선발주자 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