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전원은 의사 증원과 무관한 '공공의료 사관학교'…의정협의체 논의 제외해야"

민주당·국립중앙의료원 심포지엄서 프레임 전환으로 설립 추진...복지부 "필요성에 공감, 의정협의 거칠 것"

사진=유튜브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 증원’, ‘불공정’ 등의 프레임에 갇힌 상황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임준 센터장은 2일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TF가 주최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주관한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에서 “국립의전원 설립 문제는 의정협의체 논의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며 “법안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제외하고서라도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다”고 주장했다.

국립의전원 설립은 지난해 파업 이전에 이미 결정돼 있던 사안이고 의사 증원과도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정협의체 논의서 제외하고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비판위한 비판 안 돼"

임준 센터장은 국립의전원 설립이 필요함에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이 같은 의사 증원 프레임과 지나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의전원 설치는 필수의료의 기획∙조정∙연계∙서비스 제공 역할을 담당할 공공보건의료 핵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부족한 지역 의사 인력 양성 계획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국립의전원이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이 걸려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미 서남의대 49명 정원을 활용하는 것인데 기존 논리구조 속에서 국립의전원을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공의대 학생 선발 과정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불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도지사 추천 등의 학생 선발 방식이 일부 고위층과 시민단체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것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임 센터장은 “모든 입시 절차는 오픈돼 있고 입학전형위원회 등 입시조직을 구성해 하도록 돼 있다”며 “게다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두 기관의 감독을 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훨씬 공정한 입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국립의전원 졸업생들의 지역내 의무복무에 대한 쟁점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의무복무를 지키지 않는 이들이 많을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선 일본이 지난 1972년 의사를 전국에 고루 배치하고자 설립했던 자치의과대학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2019년 기준 1~33기 졸업생 3248명 중 98.6%가 의무복무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국립의전원은 선발 때부터 리더십, 사명감, 소명의식 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때문에 의무복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며 “실제로 공군사관학교 인재들의 상당수도 민간항공사로 가는 대신 공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무기간 미준수시 의사면허 박탈 등의 페널티는 위헌 소지 등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향후 법조문 정리 과정에서 논의가 가능한 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국립의전원 설립은 예산 낭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낭비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도 새병원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미 국립암센터, 국립재활원,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훌륭한 국가중앙병원들이 있는데 여기서 교육훈련을 안한다면 더 큰 사회적 낭비”라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국립의전원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번 국회에서도 0순위였더 것으로 아는데 의협 등의 반대로 안 되고 있다”며 “의사 인력 공급 확대나 분포 문제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전혀 갈등의 요인이 없다.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신욱수 복지부 공공의료과장

국민 공감대 얻기 위한 제안 쏟아져..."국립의전원은 공공의료 사관학교" "6년제 의대로 추진"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조희숙 단장 역시 프레임 전환 등을 통해 국립의전원 설립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읙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 단장은 “국립의전원은 단지 취약지에 의사를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닌데도 대중들이나 반대하는 측은 여전히 그 프레임을 갖고 있다”며 “국립의전원은 공공의료의 사관학교라고 볼 수 있다. 사관학교 졸업생이 다 군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문화와 역량을 강화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국립의전원에도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낡은 취약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의사 모형, 표준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롤 모델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양성하는 기관이란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더 나아가 의전원 교육뿐 아니라 전공의의 수련 과정에서도 교육 비용을 지원하며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인력을 양성해내는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여론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면 국립의전원 법안이 통과가 안 됐겠느냐”며 법안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해당 정책이 의전원 형태로 추진되고 있단 점을 지적했다.

의전원은 국내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이 찍혀있는데다 시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국내 정서상 대학원 입시 체계는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 외에도 학부 졸업 후 의전원에서 4년을 더 재학해야 하는 이들이 공공적 가치보다 경제적 부분을 생각치 않을 수 없다는 점 등도 감안하면 의전원 대신 6년제 의과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국립의전원 필요성 인정하지만 의정협의 등 각계 의견 수렴 필요"

보건복지부 역시 국립의전원은 의대 증원과는 다른문제라며 국립의전원 설립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의정협의는 비롯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추진해나가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신욱수 과장은 “국립의전원은 의대정원 확충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공보건의료인력의 안정적 양성을 위한 국가전문기관 설립이란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보건의료인력의 공급과 분포 문제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으로 학생선발이나 교육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 이런 모든 사항들은 향후 의정협의나 국회 법안 심의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무엇보다도 공공보건의료인력의 공급자, 수요자,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립의전원 설립은 국회에 법안이 발의돼 있고 현재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첫 발을 내디딘 상황이다. 향후 의정협의를 포함한 각계 각층과 활발한 논의를 통해 발전적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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