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1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강원도 원주 규제특구지역 원격의료 사업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의 본질이 왜곡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의사에게 대면진료와 같은 책임을 지우는 현행 의료법상의 문제도 들었다.
지난 7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특구법'에 따라 강원도를 바이오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강원도 산간 등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강원도 내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비롯한 몇 개의 병원들이 특구사업자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협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와 같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게 될 경우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의 본질이 왜곡되고 의료체계 전반에 크나큰 혼란과 재앙을 불러 올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환자에게 실시하는 의료는 경증·중증 여부에 상관없이 문진·시진·촉진·타진·청진 등의 대면진료 행위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어“이와 대립되는 원격의료는 모니터로 확인하는 시각적 판단 및 환자의 주관적인 답변에 따라 청각적 판단만 가능하다. 촉진·검사 등의 직접 진찰을 통한 객관적 판단근거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진료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으며, 불완전한 진료행태”라고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안전성과 환자에 대한 유효성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기술적 안정성도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할 경우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삼아 국민의 건강권에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번 규제자유특구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소기업벤처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업종 제한 없이 사업 기회에 제약을 받았던 기업들에게 규제자유특구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 진출의 기회를 부여해 매출증가와 신규고용 창출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에 따라 생명을 다루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 궁극적으로 대형자본의 의료시장 진출 본격화과 궁극적으로는 의료영리화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게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묻는 현행 의료법도 지적했다. 의협은 “대면진료에 비해 절대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될 수 없는 원격진료를 진행한다면 발생한 분쟁에 관한 책임 등이 원격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게 상당 부분 지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등이 부족해 원격의료를 수행하는 의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규제자유특구 사업이 원격모니터링 위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원격 모니터링 역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데이터를 병원에 전송하며, 이를 의료진이 분석해 환자에게 피드백을 주고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 정말로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불확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2018년 1월 세계적 학술지‘Nature Digital Medicine’의 원격 환자 모니터링 관련 연구 분석(meta analysis)논문을 통해 원격 환자 모니터링 그룹이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협은 “원격 모니터링에 필요한 비용 대비 효용가치에 관한 연구도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원격의료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파급력을 가진 원격의료 사업을 의료계와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원격의료 사업에 대한 참여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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