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기는 병원의 위기일 뿐, 개원가의 위기는 아니라는 복지부"

"의협 무시하고 병원 통한 각개격파 의도...의대정원 증원 아닌 근본적인 의료 문제부터 해결해야 "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의료계 각개격파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의료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한병원협회가 29일 개최한 '제14회 코리아헬스케어 콩그레스(Korea Health care Congres, KHC 2023)'에서 '한국 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렸다. 이날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의 발언 내용을 보면 향후 의료계와 많은 정책적으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복지부는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를 '병원 위기'로 규정짓고 있다. 개원가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의료정책 논의 대상이 대한의사협회로 국한된 의정협의체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여러 형태 병원과 각 층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복지부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기본적인 토의는 하되, 전문병원, 중소병원 등 다양한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중소병원은 지금처럼 대학병원과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등증 이하의 환자들을 적절하게 돌보는 병원으로 재구조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협의  대표성을 전면 부인하고 의협을 개원의 대표로서 그 위상을 폄하한 것이다. 각각 의료기관 형태의 협회별 의견수렴을 통해 '각개격파'하려는 의도로, 의료계의 분열을 통해 정부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둘째, 복지부는 의료사고 완화 부담 사안부터 빠르게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의료인들은 사법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는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는 상충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도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사 소송에 의한 손해배상만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에 따라 진료했다면 형사 처벌도 면제해야 한다는 제도 개혁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의사 배상책임보험제도의 도입을 통해 환자가 충분히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셋째, 복지부는 기존 수가체계의 개편 방향으로 같은 진료 시간이라도 리스크, 숙련도, 진료 외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수가 체계를 개편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법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5년, 7년 단위가 아닌 매년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는 의료기관의 입원료나 수술 분야에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사 및 간호사 등의 인력확보 수준, 중환자실 등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병실 운영, 감염병 격리체계 등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입원료 보상을 강화하거나 세분화하는 방안 등 의료전달체계에 맞는 입원료 개편방안 비용분석 방식의 개선이나 현재 지불제도의 보완 등 상대가치와 연관된 다양한 제도에 중증·고난이도 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대책과도 맞물린다. 기존 행위별 수가 체계 내 불균형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의료제도의 확립을 위해 적극적이고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넷째, 복지부는 공공정책 수가 체계에 대해 단기적으로 문제 해결이 시급한 분과와 의료취약지에 적용해 어린이병원에 대한 사후보상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공정책 수가 도입' 조차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정부의 이러한 공공정책수가 정책은 중증 및 응급질환 보상 대책이 미흡하다. 해당 가산을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와 상급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18개소에만 적용함으로써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 중심의 지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증 소아 진료 보상 및 소아진료체계 유지 지원대책도 마찬가지다. 중증 소아 진료 보상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에서는 해당 병원들의 의료적 손실에 대한 기관 단위 사후 보상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 환자 및 신생아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출산율과 소아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소아 일반 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 

다섯째, 복지부는 최근 도입한 지역가산수가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의료취약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의료지도’ 제작한다고 했다. 똑같은 서울이라도 처한 상황이 굉장히 다를 수 있는 만큼, 의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지역 주민의 연령, 소득과 같은 인구 구조 등을 세밀히 분석해 의료지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향후 지역가산수가는 이 지도에 기반해 적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적용한 분만 인프라 회복 대책에서도 구멍이 많다.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 한해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만족하면 현행 분만 수가의 3배 수준의 수가를 책정한다는 정책은 파격적이지만, 실제로 이들 지역의 분만 가능 인구가 경기도를 제외하면 매우 적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질 수가 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분만 인프라 회복과 관련해서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가산 수가만을 남발하지 말고, 기본 분만 수가를 OECD 평균 이상으로 정상화하면서 분만 취약지에 대한 지역 수가를 추가로 책정해야 한다. 

여섯째, 복지부는 의대증원 규모는 조만간 결정할 예정으로 교육의 질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서 의대증원 규모 발표에 맞춰 의사결정 구조 문제, 의료정책 패키지 문제, 중장기적 로드맵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도 대학입시에 반영할 정원 마지노선은 내년 4~5월 말로 생각하고 증원 규모를 곧 결정한다. 아직 규모나 구체적 배분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어 결정된 바는 없지만 증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인력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 전문기관 또는 단체를 보건의료인력지원전문기관에서 법률이 정한 절차를 밟아 순차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복지부는 무조건적인 의대정원 증원이 아니라, 인력규모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의료가 나아가야 하는 근본적인 구조에 개선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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