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을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칼럼]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여론이 아닌 전문가 의견 반영해 의료정책 수립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힘겹게 세상을 나온 어린 생명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국민 여론과 일부 언론은 사건이 일어난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나아가 병원 운영 자체를 중지해야 한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일부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의료진이 감염관리나 원내 위생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걸까? 실제 병원 환경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지지해주고 있을까를 살펴보면 어이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감염예방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원내 의료용품 중에 사용해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일회용 의료용품이 많다는 것이다. 의료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그에 따른 항생제의 사용 및 항생제 내성균은 증가하고 있다. 원내 감염 우려 또한 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이 어긋난 것인지 감염예방을 보조해주는 물품이나 도구는 정부에서 그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아 병원이 손해를 감수하며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회용 의료용품을 사용하면 그 비용을 공단에도 환자에게도 청구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멸균용 수술 장갑은 병원에서 구매하는 단가가 몇백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없다. 

관절강내 주사를 놓을 때나 다른 감염 위험에 놓인 처치를 할 때 일반 비닐장갑을 착용허가나 혹은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고 시술하는 것보다는 철저히 소독하고 멸균 장갑을 착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나 이 비용을 나라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이렇게 감염 방지에 중요한 의료기기들을 국가에서는 왜 비용을 인정하고 권장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과거의 한 기사에서는 정부가 일회용품 의료기기의 재사용을 오히려 권장하며 재정 절감을 바라는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2009년 11월에 발행된 관련 기사에 따르면, 당시에 개최한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관한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에서 한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라고 하고, 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도 "과거에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이 환자의 안전성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용절감과 환경오염 방지 등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건보공단 부연구위원도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한 효과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가 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일회용이라도 재사용해서 사용하는 게 낫다는 정부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발언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본인들이 수술이나 처치를 받을 때 일회용을 재사용하는 것과 새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수년 전 기사라 이러한 생각들이 지금은 바뀌었기를 바란다.
 
위에서 예로 든 멸균 장갑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벌레가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된 수액은 단가가 매우 낮다. 그것도 입찰을 통해서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업체가 얼마의 비용을 들여서 철저한 관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재정 절감을 위해서 단가를 싸게 하거나 지원을 안 해주면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데 왜 의료는 이렇게 대할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세부적인 방안을 시행해나갈 중요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들과 직접 부딪치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 정책 입안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폐이스북 친구인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통해 중요한 생각과 실천방향을 제시한다. 내가 국가 정책 수립자라면 그 분을 당장 보건복지부 차관이나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에 영입하고 싶을 정도다. 이런 분들이 진짜 전문가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알아야 제대로 고칠 것 아닌가. 실제 현장에서 처절하게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야 할 것 아닌가. 국가 재정 절감이 목표인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국가재정을 아끼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고, 보편적 복지가 목표인 사람은 비용을 쪼개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언제쯤 보건이 모든 국가 정책의 근본임을 인정하고 비전문가 혹은 무늬만 전문가가 아닌 진짜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줘서 국민의 보건 향상의 질적 발전을 꾀할 것인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는 것도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의 MRI 검사 비용이 몇십만 원인데 여기에 건강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감염을 막는 멸균 장갑 비용 몇백 원을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까? 길 지나가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은 같을 것아다. 하지만 현실은, 눈에 보이는 복지를 인정해줘 혜택이 많이 가는 방향처럼 보이는 정책을 선호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혜택이 아닌 것 같은 원내 감염 방지나 예방 물품 지원에는 관심이 없다.
 
실제로 얼마 전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이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본인들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하면 반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여론의 향방을 정책 수립의 최우선 지표로 삼는다면 국가 재정 지원이 늘어나도 국민들에게 거두는 비용은 늘릴 수가 없다. 정부가 솔직히 설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중요한 곳에 국가 재정을 투여하기를 바란다 .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내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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