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요 빅파마 M&A 특징은…가장 큰손은 화이자·BMS·애브비

[특별기획] 종양학 분야 거래 가장 많고 ADC 기업에 가장 큰 돈 몰려…릴리·AZ·애브비·BMS 등 인수에 적극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1년과 2022년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은 300억 달러 이상 대규모 거래가 사라지고, 거래량과 거래 규모가 대폭 줄며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23년 430억 달러 규모의 M&A 거래가 성사됐고, 100억 달러대 거래도 3건 이뤄지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2023년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M&A 거래 현황을 분석해 어떤 빅파마들이 거래에 적극적이었고, 어떤 분야의 바이오텍에 관심이 많았는지 알아봤다.

화이자, ADC 기업 430억달러에 인수하며 종양학 파이프라인 2배 늘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화이자(Pfizer)와 BMS(Bristol Myers Squibb)가 대규모 인수합병(M&A) 거래를 이끌었다. [관련기사=2022년 빅파마 5대 M&A 거래는…암젠·화이자·BMS, 희귀질환·암 치료제 추가]

화이자는 2022년 편두통 치료제 개발사 바이오헤이븐 파마슈티컬(Biohaven Pharmaceutical)을 11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M&A 거래로 오간 현금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다수 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2023년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에 인수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다.

시젠은 애드세트리스(ADCETRIS)와 파드셉(PADCEV), 티브닥(TIVDAK), 투키사(TUKYSA) 등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ADC 제품과 더불어 글로벌 상업권이 있는 새로운 분자를 10개 이상, 차세대 링커/페이로드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는 시젠 매출이 2030년 100억 달러 이상에 이르고, 그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거금을 투자했다. 시젠과의 합병으로 화이자의 초기 단계 종양학 임상 파이프라인은 두 배로 늘었다.

BMS, 조현병 치료제·KRAS 억제제·방사성 의약품 기업 인수

화이자 다음으로 M&A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 BMS와 애브비는 각각 3개 바이오텍을 인수하며 중추신경계(CNS)와 종양학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먼저 BMS는 조현병 치료제 KarXT(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를 개발한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를 140억 달러에 인수해 화이자의 시젠 인수 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KarXT는 M1 및 M4 무스카린 수용체를 모두 표적하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약물이다. 1990년대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자노멜린을 개발, 2상에서 효능을 확인했지만 말초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나타나 개발을 중단했다. 카루나는 중추신경계 외부에서 작용하는 투로스피움과 결합하면 치료 효능을 낮추지 않으면서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릴리로부터 자노멜린에 대한 권리를 사들였고, 조현병 3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현재 조현병 치료 및 보조치료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정신증 치료, 추가 신경정신과적 및 신경퇴행성 적응증에 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 9월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출시될 예정이다. BMS는 KarXT가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 외에도 카루나의 초기 단계 및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의 잠재력도 기대하고 있다.

종양학 분야에서는 KRAS 억제제 크라자티(KRAZATI, 성분명 크라자티)를 개발한 미라티 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와 방사성 의약품 개발사인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각각 48억 달러와 41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브비, 조현병 치료제와 파킨슨병 치료제 확보…ADC로 항암제 파이프라인도 다각화

애브비(AbbVie)는 ADC 개발 기업 이뮤노젠(ImmunoGen)을 101억 달러에 인수하며 고형암 분야의 입지 강화에 나섰다. 이뮤노젠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난소암 첫 ADC로 허가 받은 엘라히어(ELAHERE, 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다. 차세대 항-FRα ADC IMGN-151과 혈액암을 표적하는 항-CD123 ADC 피베키맙(Pivekimab)도 보유하고 있다. 애브비는 이뮤노젠 인수가 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고형암과 혈액암에 걸쳐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더욱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87억 달러에 인수한 세러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는 신경과학 분야 파이프라인에 중점을 둔 기업이다. 후기 단계 자산인 엠라글리딘(Emraclidine)은 무스카린 M4 수용체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AM)로, 조현병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치매 관련 정신질환에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파킨슨병 관리를 위한 첫 도파민 D1/D5 선택적 부분 작용제인 타바파돈(Tavapadon)은 3상 임상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파킨슨병 최초 질병 개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토키닌(Mitokinin)을 1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미토키닌의 후보물질은 파킨슨병 발병 및 진행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지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MSD와 로슈, 각각 프로메테우스·텔라반트 인수하며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추가

MSD는 단일 거래지만 108억 달러로 그 다음을 이었다. 인수 기업은 염증성 장질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Prometheus Biosciences)다. 주요 후보물질인 PRA023은 장내 염증 및 섬유증과 관련된 표적인 종양괴사인자(TNF)-유사 리간드 1A(TL1A)에 대한 인간화 단클론항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기타 자가면역 질환을 포함한 면역 매개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로슈(Roche) 역시 71억 달러에 로이반트(Roivant) 자회사인 텔라반트(Telavant)를 인수하며 염증성 장질환 치료용 TL1A 표적 항체 RVT-3101(미국, 일본 내 개발, 제조, 상업화 권리)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RVT-3101는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2b상에서 강력한 데이터를 보여줬으며 현재 3상 단계에서 개발되고 있다. 텔라반트 인수로 1b상 단계에 있는 차세대 p40/TL1A 이중특이항체에 대해 화이자와 글로벌 협력을 체결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또한 27억 달러에 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인수하며 GLP-1 비만약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못은 비만 치료제로 주1회 피하 주사하는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 CT-388과 하루 1회 경구용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CT-996, 제1형 당뇨병 환자 대상 하루 1회 주사하는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 CT-868 등을 개발하고 있다.

릴리, 4개 기업 인수하며 가장 다양한 파이프라인 추가

바이오젠(Biogen)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리아타 파마슈티컬스(Reata Pharmaceuticals)를 73억 달러에 인수했다. 리아타는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의 유일한 치료제로 스카이클라리스(SKYCLARYS, 성분명 오마벨록솔론)을 가지고 있다. 바이오젠은 리아타 인수가 단기 성장 궤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경근육계 및 희귀질환 치료제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기회라고 봤다.

릴리는 거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맵링크 바이오사이언스(Mablink Bioscience),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Point Biopharma Global), 시길론 테라퓨틱스(Sigilon Therapeutics), 다이스 테라퓨틱스(Dice Therapeutics) 4개 기업을 인수하며 고형암 ADC와 방사성 의약품, 제1형 당뇨병 세포 치료제, 경구용 IL-17 억제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사노피(Sasnofi)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으나 프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를 29억 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프로벤션은 제1형 당뇨병을 지연시키는 치료제인 티지엘드(Tzield, 성분명 테플리주맙)를 개발했다. 코프로모션 계약으로 미국에서는 사노피가 해당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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