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책 방향은 "전문의, 세부전문과목, 응급∙야간∙공휴일 진료"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 필수의료 강화 대책 제시...의∙병협 "의료분쟁특례법∙병원 간 협력체계 구축" 주문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선 정책 방향이 전문의, 세부전문과목, 응급∙야간∙공휴일 진료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 정책 방안으론 수가 인상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 등이 제시됐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은 28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주최로 열린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까’ 국회 토론회에서 위기에 빠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분야가 '필수의료'...전문의, 세부 전문과목, 응급∙야간∙공휴일 지원

박 소장은 먼저 필수의료를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의료 분야”라며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내렸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도 피부암을 치료할 의사가 없고 구순구개열 수술을 할 의사가 없다면 필수의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 중에서도 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 우선 지원해야 할 분야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일거에 모든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으론 전문의, 세부 전문과목, 응급∙야간∙공휴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는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니 전공의 지원에 집중했었다”며 “하지만 전공의 기간은 3~4년이고, 이후 전문의로 살아야 할 기간은 30~40년”이라며 전공의 지원에서 전문의 지원으로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 소장은 또 “전문과목별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세부 전문과목으로 살펴야 한다. 실제로 신경외과의 경우, 척추 분야는 의사가 충분하지만 뇌 수술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또, 밤이나 공휴일에 나와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세부 전문과목과 응급∙야간∙공휴일 진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가 인상은 필수...지역의료와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 

구체적 정책 방안으론 수가 인상, 지역의료 강화,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를 제시했다.

먼저 수가 부분에선 응급의료관리료를 포함한 응급 기본진료료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응급 기본진료료는 A~C등급 중 A등급을 받은 기관엔 가산, C등급 기관엔 페널티를 매기는데, 이를 A, B등급의 경우 가산하고, C등급에 대한 페널티를 없애는 쪽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응급의료기관, 중앙∙권역 전문, 지역응급의료센터 등 기관 종류에 따라 가산되는 행위에 구분을 두지 말고 동일하게 50% 가산하자고 했다.

야간 및 공휴 가산과 관련해선 평일 18~9시나 공휴일 9~18시에 이뤄진 처치 및 수술은 50% 가산, 공휴일 18~9시 사이 처치 및 수술은 100%를 가산하자고 제안했다. 또, 중증수술과 중환자실에 대한 수가 인상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방의료 강화를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이 지역중심 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한편, 공공병원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응급지역기관만 있는 7개 지역의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응급지역센터로 승격시켜 응급의료를 강화하자고 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정책수가’와 관련해선 병원들이 삭감 우려로 중환자실과, 음압병실 투자를 꺼리지 않도록 준 중환자실, 준 음압병실 수가를 신설하고, 응급∙심장∙뇌졸중∙소아수술 등의 분야에는 5%의 지역가산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 방안으로는 의료질 평가 지원금 평가기준에 필수 세부전문과목 적정 인력 평가 추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필수진료과목 12개로 확대(기존 9개+신경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및 일부 진료과목 필수 세부전문과목 명시 등을 제시했다.
 

의협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급선무"...병협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들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기관간 필수의료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의협 이상운 보험정책 부회장은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선의의 의료제공을 하다가 발생한 일에 대해 불합리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의사가 그런 의료행위를 하겠느냐”며 “의료분쟁 특례법을 제정해 맘 놓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 지원과 관련해선 “필수의료 지원을 건보 재정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아주 두터운 재정을 투입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병협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의료기관 간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에서 일정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운영중인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체계에 국공립 의료기관 뿐 아니라 민간병원도 대거 동참해서 지역완결형 의료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외상, 응급 등은 적시 진료를 위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하다”며 “권역별 응급외상센터가 자원을 배분할 수 있게 역할을 부여하고, 국공립은 물론이고 전문병원도 포함시켜 응급환자 발생시 적시 진료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또 “지역별론 응급의료기관 간 당직 순번제 등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한 방식을 도입해 응급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권역으로 후송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제안에 대해 최근 필수의료 정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도  화답했다. 특히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수가 인상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수가 포함해 전달체계 인력 문제도 같이 고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엔 의료계에서 주로 수가 얘기를 많이했다. 물론 수가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의료계에서도 수가 인상만으론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아졌고, 복지부 역시 수가는 물론이고 전달체계나 인력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박은철 교수의 발제를 보면서 복지부가 마련 중인 대책이 크게 틀리진 않았구나라고 안심하게 됐다”며 “수가인상, 지역의료 강화, 인력강화 방안에 대해 비슷하게 가려고 하고 있고, 새로운 제안이 있어 검토해봐야겠단 내용도 있다”고 했다.

차 과장은 또 “공급자의 입장만 보기보단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며 “복지부는 정책 공급자고, 의협∙병협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인데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지속성도 중요하다. 필수의료의 정의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필수의료는 상대적 개념이고 수요와 공급 문제이기도 해서 유동적”이라며 “이 부분은 의료계와 계속 소통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어떤 것이 필수의료고,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할 부분이 어떤 분야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거버넌스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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