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사회보면 치매 예방됩니다" 일본에서 화제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사업센터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노인대국 일본은 '치매 대국'이기도 하다. 2025년에는 고령자(65세 이상) 5명 가운데 한 명(약 700만 명)은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개인도 치매 예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신체운동과 뇌활동 등 치매 예방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고,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이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치매예방 시스템을 선보여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연구소 '이화학연구소'(理化學硏究所. '리켄'이라고 불림)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그룹 커뮤니케이션 진행을 지원하는 AI로봇이다. 그룹 대화 시간에 사회를 맡은 AI로봇이 참여자들이 자발적이고 균형감 있게 듣고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대화 참여자들의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이번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연구팀의 리더 오타케 미호코(大武美保子) 박사는 타인과의 대화(듣고 말하기)와 치매 발병의 연관성 연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타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을수록 인지기능을 높여 그만큼 치매 발병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이 오타케 팀장의 연구 가설이었고, 이를 실증하기 위해 그가 창안한 '공상법'(共想法)이라는 대화방식이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았다.

공상법이란 함께 대화하면서 생각해본다는 의미로, 대화 참여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음식, 주변 명소 등을 테마로 '화제의 사진'을 준비하고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시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참여자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고, 타인의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화자의 교대 타이밍에도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치매 예방에는 말하는 것과 듣는 것, 양자를 균형감 있게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타케 연구팀의 공상법이 균형감 있는 대화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타케 연구팀이 이번에 선보인 기술은 바로 이 공상법에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AI 탑재 로봇이 그룹 커뮤니케이션 사회자가 되어 그룹 전원이 균형감 있게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사회진행을 맡은 AI로봇 ‘보노짱’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대화 참가자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모니터링 한다. 

 보노짱은 발언양이 적은 사람, 대화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해 내고 해당자에게 “ㅇㅇ씨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라는 식으로 참여를 이끌어낸다. 특정인 한명의 발언이 너무 많을 때는 해당자에게 발언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진행을 하면서 상대방과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발언을 중단시키는 데 주저하는 경향을 보이는 인간과는 달리 로봇은 주저하는 법이 없다. 중단 당하는 발언자도 상대가 로봇이다 보니 별다른 감정 없이 흔쾌히 납득한다고 한다. 사람이 그만하라고 하면 불쾌감을 느끼지만 로봇에 의해 중단 당하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보노짱은 또 적절한 침묵의 시간도 학습을 통해 습득하고 있어, 보노짱이 참여자들의 침묵을 깨고 끼어드는 타이밍은 매우 절묘하다고 한다.

​연구팀은 건강한 고령자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주 간격으로 30분씩 12회에 걸쳐 실증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AI로봇을 활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이 향상됐다고 한다. 테스트는 1분간 최대한 많은 종류의 단어를 말하는 건데, 실험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단어수가 실험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화를 통한 고령자 인지기능 향상이 확인된 것은 세계 최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보건의료에서 AI기술 활용 중점 분야 6개를 선정해 이 분야 전문가 컨소시엄에서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보건의료 분야 6개 항목은 게놈 의료, 화상진단 지원, 진단 치료지원(문진, 일반적 검사 등), 의약품 개발, 간병 및 치매, 수술지원이다.

치매 전문가들은 치매 발명 위험을 높이는 중요 요소로 ‘사회적 고립’을 꼽는다. ​타인과의  대화 부족이 치매 유발과 치매 증상의 중증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교류가 적은 사람은 많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약 8배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타케 박사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타케 연구팀은 ‘보노짱 시스템’을 추가 검증 실험과 시스템 개량을 거쳐 오는 2022년 실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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