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추경 66조인데 방역엔 고작 3조…돈 잔치 아닌 의료진·환자 지원이 우선순위여야"

의협 종합학술대회서 전문성 존중한 방역체계·중환자 시스템 등 주문...정은경 청장은 백신접종률 강조·의료계와 소통 보완

사진 왼쪽 위부터 대한의사협회 학술대회 세션1(코로나19 감염병의 현황과 미래) 좌장을 맡은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호흡기내과 교수,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사진=온라인 학술대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에 국가 방역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감염병 관련 예산 지원이 막대하기 이뤄지고 있지만 우선순위에 있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병예방법상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으로 '제38차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추경 예산 지원은 방역 아닌 국민 표 사기 위한 돈 잔치일 뿐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대응 예산의 부적절성에 대해 역설했다. 위급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우선순위를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실제로 2020년 국회는 코로나19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총 3번에 걸쳐 약 66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중 방역과 관련이 있는 예산은 5% 남짓인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에 극도로 한정된 예산을 할당했다. 지난해 8월 추경 1684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을 때 코호트 격리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이 과정에서 서울 구로 미소들요양병원은 의료인력 등 부족을 이유로 국민청원까지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4회에 걸친 추경예산 지출을 분석해 보면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부와 국회는 국민에게 표를 사기 위한 거대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느낌"이라며 "최소한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방역 정책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과 환자가 지원의 가장 우선순위로 설정돼야 하는 것은 합당한 이치"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과 객관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대응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 교수는 "방역 대책 강제 처분은 감염의 상대적 위험도에 비례해 설계하고 집행돼야 한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방역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자의적인 행정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 지정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과 자의성도 해소돼야 할 숙제"라고 했다.
 
이어 그는 "특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전문성과 객관적 판단을 존중하는 대응 체계도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의 판단이 수정돼야 할 때 그 필요성을 제시하는 곳에서 정확한 이유를 국민에게 알리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환자 치료 시스템 정착…부작용 따른 다학제적 접근 강조
 
감염병 전문병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는 다른 일반 중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시술 준비 과정이나 이후 진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중환자들을 모아 일반 환자들과 분리해 중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된다. 이를 위해 인력 투입이나 지원 등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부작용과 관련해서도 국내 의료진의 다학제적인 접근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는 초기에 바이러스로 인한 손상이지만 환자가 중환이 되는 이유는 후기에 나오는 염증성 반응 때문"이라며 "특히 특징적으로 혈관 내 염증은 여러 장기 손상의 주요 기전이 된다. 코로나19 중환자에서 시행되는 항염증성 치료는 이차적인 감염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2차적인 감염의 위험에 대비하면서도 코로나19가 회복된 이후에도 관련 증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이런 점을 염두해두고 다학제적인 접근 방법이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은경 청장 “의료계와 의사소통 부족했다는 점 공감…소통체계 강화할 것”
 
이날 학술대회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학술대회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온라인으로 참여해 현재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의료계와 코로나19와 관련한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일부 시인하면서 향후 소통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파력이 매우 높고 백신 효과를 감소시키는 델타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이에 10월 말부터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60대 이상 고령층의 돌파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고 위중증 환자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별 중증화율과 치명률도 10월 이후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다가오는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60세 이상 외에도 접종률이 낮거나 접종 대상이 아닌 19세 이하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체 확진자의 35%가 60세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어 중증 사망 예방을 위해 추가 접종을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정부는 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 패스를 도입하고 다중이용시설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동안 일선 의료 현장과의 소통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향후 의료계와의 소통 협력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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