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20년 제대로 평가하자...의사에 진료비, 약사에 조제료·약품비 국민부담"

의협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투약 원스톱으로 해야"...약사회 "예외 축소하고 성분명 처방까지 도입해야"

한국보건행정학회·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주최, 국민건강보험공단 후원으로 16일 오후 1시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약분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의사가 많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보건행정학회·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주최, 국민건강보험공단 후원으로 16일 오후 1시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2000년 7월 시행된 의약분업 제도의 의의와 성과,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강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8.3%가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 받는 것에 대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한 성과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며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58.3%, “의약분업 불편함 크지 않아”

이현옥 건보공단 부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의약분업 이후 전문직 역할과 국민 인식 변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건강보험가입자 중 지역, 성, 연령을 고려한 인구비례 충화표본추출을 통해 전국 14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 것에 대한 불편 정도’를 묻는 항목에 ‘매우 불편, 대체로 불편’ 응답자는 220명(15.1%), ‘보통이다’는 389명(26.6%), ‘별로 불편하지 않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852명(58.3%)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집 인근 약국 선택 비율이 2008년 64.7%에서 2020년 74.1%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사가 대체조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조제에 ‘동의한다’가 35.7%, ‘동의하지 않는다’가 41.3%로 관련 인식이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동의가 가장 높았고 50대가 가장 낮았다.

‘의료기관·약국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 항목의 경우는 의사의 진료행위 만족도는 2008년 3.8점에서 2020년 3.93점으로, 약사의 복약지도·정보제공 만족도는 같은 기간 3.5점에서 3.91점으로 올랐다.

임상 현장 의사·약사 총 17명에 대해 진행된 심층면접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은 분업 이후 처방전 공개로 처방 내역에 신중해졌으나 정체성이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인식했다.

또한, 약가마진 감소에 대한 수가 보상 부족으로 비급여서비스가 증가했다고 답하며 의약분업 개선을 위해 수가보전과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분업 이전의 불명확한 역할에서 벗어나 의약품 전문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관련 지식을 학습할 동기를 부여 받았다고 생각했다.

다만, 합리적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지역 처방 의약품 목록 공유, 대체조제 활성화, 성분명 처방 등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협, “성과 평가 일러...제대로 된 평가지표 만들어야”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의사들이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혁 총무이사는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성과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건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한 평가가 없다”며 “제도를 보는 시각이 국민, 의료계, 약계, 정책 입안자 등 모두 다른 듯하다. 국민 설문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총무이사는 “의사 집단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압도적으로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있다”며 “20년이 지났는데도 (제도에) 의사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총무이사는 ▲의약품 오남용 예방 효과 ▲국민 의료비 절감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 향상 측면에서 의약분업 제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박 총무이사는 “정부는 의약분업 효과로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 제도만이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약제 적정성 평가나 삭감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방만 감소시킨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안전하게 항생제 처방을 할 수 있는 법적 요인 등이 다양하게 작용될 듯하다”며 “(방안 등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의약품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총무이사는 “의약분업제도 실시 이전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투약을 원스톱으로 받고 진료비를 지불했다. 그러나 의약분업제도 시행 이후에는 의료기관에는 진료비를, 약국에는 조제료와 약품비를 지불하게 됨에 따라 당연히 국민부담은 증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내 원스톱으로 하면 불안감이 없다”며 “직능을 분업해 전문성을 강화하면 좋은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뚜렷한 지표가 없다. 지금도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면 그 나름대로 의약분업의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의료계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이라며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정말 있는 그대로 날 것으로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 “환자 알 권리 향상 효과 있지만 보완점도 존재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의약분업으로 환자의 알 권리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좌석훈 부회장은 “약국에서 인지하는 의약분업의 뚜렷한 효과는 발표자료 외에도 소아에서의 페노바비탈 사용의 극적인 감소”라며 “이는 처방약 공개로 인한 의약분업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좌 부회장은 “의약분업 시작 전 복지부는 약국에 처방약이 없어 조제를 못 하는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의료기관에서의 처방약 목록 제출의 미이행으로 약국에서는 의료기관 처방약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 약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수년 동안 이용해온 단골 환자에게 약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단골 환자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약을 준비해야 했으나 예측하지 못하게 처방약이 수시로 바뀌는 현실로 약국에는 불용재고의 약품이 엄청나게 쌓였다. 막대한 손실을 안겼고 지금도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의 측면에서는 제약과 유통에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위탁 제네릭 제품을 수없이 만들었고 불법 CSO가 난립해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게 하는 원인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의약분업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20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평가나 개선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예외 규정 축소 등을 통한 완전분업 추구 노력이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이라는 과정은 결국 의약협업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현재 진행형”이라며 “의·약·정 합의 이행, 예외 규정 축소 등 보다 완전하고 성숙된 의약분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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