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의대 교수 "맹목적 의대 증원에 의료 붕괴 조짐…부실교육으로 폐교한 서남의대 재현될 수도"

각종 편법으로 의평원 평가 방해하려는 정부…"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실력 갖춘 의사 양성할 수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 의대 교수들이 반년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고집하면서 부실 교육으로 폐교한 서남의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일 의대 정원이 늘어난 34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맹목적인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료붕괴 조짐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과도한 업무로 시달리던 교수들은 사직을 선택하고 있고, 연구 활동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지역 거점 대학병원들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부터는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지만 정부는 진료에 차질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도 맹목적인 의대 정원 증원만을 완수하고 의사 집단을 억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불합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며 "의대생 유급이나 휴학은 절대 허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대학에는 탄력적 학사 운영이라는 미명 아래 각종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환자를 진료할 때 원칙과 근거에 따르도록 가르쳐야 하는 교수에게 학생들을 각종 편법으로 유급을 못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학생들이 휴학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특히 부실 교육으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불인증을 받아 결국 폐교된 서남의대 사태를 언급했다.

이들은 "서남의대 사태 이후 의대 인증평가제도가 강화되면서 의대 교육 질은 향상돼 왔다"며 "정부는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 기준을 조정하고 인증 평가를 방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는 의대 교육이 부실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과도하고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의학 실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대위는 교육부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는 총장들의 희망일뿐이었고 대학 14곳에 대한 실사에서도 증원이 적절하지 않고 교육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비대위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청문회를 두고 의대 정원 증원 결정과 증원분 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들이 투명하게 밝혀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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