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ADC 거래 이어져…빅파마 관심 꾸준한 가운데 중국기업의 기술수출 눈길

30조원 규모 계약 체결한 MSD와 고배에도 재도전하는 GSK…주요거래 상당수 중국의 기술수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Pharma)의 파드셉(PADCEV, 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이 요로상피암 1차 치료 3상 임상시험에서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병용요법으로 표준 치료 대비 사망 위험을 53% 줄이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개발한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역시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6% 낮추며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처럼 ADC가 획기적인 생존 데이터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블록버스터 항암제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규모의 파트너십 거래 5건 중 1건이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빅파마들은 ADC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하는데도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화이자(Pfizer)는 ADC 분야의 선두주자인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하고,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독일 ADC 개발 스타트업 이머전스 테라퓨틱스(Emergence Therapeutics)를 인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하반기에도 꾸준하게 이어지며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도 진행됐다. 특히 주요 거래의 상당수가 중국기업의 기술수출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빅파마들이 어떤 ADC 자산을 사들였고, 국내 거래 동향은 어떠했는지 알아봤다.

MSD, 후기단계 포함 퍼스트인클래스 3개 확보…2030년대 중반 수십억달러 수익 기대

아스트라제네카와 엔허투 개발에 성공한 다이이찌산쿄는 다음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해 MSD와 손잡았다. MSD는 후기 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포함 총 3개 후보물질에 대해 계약 조건으로 선급금 40억 달러를 포함, 총 220억 달러(약 30조원)을 쾌척했다.

계약에 따라 두 회사는 3상 단계의 HER2 표적 ADC인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patritumab deruxtecan, HER3-DXd)과 2상 단계의 B7-H3 표적 ADC인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finatamab deruxtecan, I-DXd), 1상 단계의 CDH6 표적 ADC인 랄루도타툭 데룩스테칸(raludotatug deruxtecan, R-DXd)을 공동 개발하고 상업화한다.

MSD 로버트 데이비스(Robert M. Davi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다이이찌산쿄와의 임상 및 상업적 협력을 통해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ADC 세 가지를 개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환자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막대한 혜택을 바탕으로, 2030년대 중반에 이르면 수십억 달러 상업적 수익을 거둘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GSK, 中한서제약과 B7-H4 표적 ADC 계약…부인암 새 옵션 탄생 기대

GSK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ADC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GSK는 BCMA 단클론항체로 구성된 ADC 블렌렙(Blenrep)을 가속 승인 받았으나, 2022년 확증 3상 임상시험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약물 링커 기술은 시젠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단클론항체는 교와기린그룹(Kyowa Kirin Group) 계열사인 바이오와(BioWa Inc.)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기술을 사용해 생산됐다.

같은 해 미국 메르사나 테라퓨틱스(Mersana Therapeutics)와 HER2 표적 ADC XMT-2056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1억 달러와 마일스톤 최대 13억6000만 달러로, 전임상 단계 ADC 자산에 대한 거래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선급금을 지급한지 반년만인 올해 3월 첫 번째 임상시험(NCT05514717)에서 환자가 사망하며 임상 보류 처분을 받았다. 1상 용량 증량 시작 용량을 낮추기로 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임상 보류를 해제했다.

이어 GSK는 올해 10월 중국 한서제약(Hansoh Pharma)과 계약을 체결, 중국에서 1상(NCT05263479)을 진행 중인 B7-H4 표적 ADC HS-20089의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선급금 8500만 달러와 성공 기반 마일스톤으로 최대 14억85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이며, GSK는 2024년 중국 외 지역에서 1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헤샴 압둘라(Hesham Abdullah) GSK R&D 글로벌 종양학 총괄 수석부사장은 "초기 임상 데이터를 고려할 때 HS-20089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에서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고형암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계약은 부인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접근 방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머크와 바이오엔텍, 중국 기업들과 연이어 라이선스 계약 체결

머크(Merck KGaA)는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과 클라우딘18.2(Claudin18.2) 표적 ADC SHR-A1904의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차세대 PARP1 억제제를 포함해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4억 유로(약 2조원)다.

머크는 SHR-A1904가 다양한 링커 페이로드 기술을 적용하는 머크의 내부 전임상 및 임상 ADC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 머크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첫 번째 ADC인 CEACAM5 표적 ADC M9140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1a/b상 임상 연구에서 평가되고 있다.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은 4월 중국 듀얼리티바이오(DualityBio)와 HER2 표적을 포함 ADC 후보물질 2개에 대해 최대 15억 달러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9월 계약을 확장, 후보물질 1개를 추가했다. 

추가로 확보한 DB-1305는 TROP2 표적 3세대 ADC로, 전임상 종양 모델에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보였고, 비소세포폐암(NSCLC) 및 기타 고형암에서 강력한 임상 효능을 나타냈다. 현재 고형암에 대한 1/2상 임상시험(NCT05438329)을 진행 중이다.

이어 10월에는 또다른 중국 기업인 메디링크 테라퓨틱스(MediLink Therapeutics)와 HER3 표적 ADC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바이오엔텍은 7000만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고, 추가 개발, 규제, 상업적 마일스톤을 약속하며, 잠재적 계약 가치는 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사들, 바이오텍뿐 아니라 대기업도 ADC 개발에 관심 높아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LegoChem Biosciences)가 최근 독일 글리코토프(Glycotope)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레고켐의 ADC 기술과 글리코토프의 연구용 항체 중 하나를 결합해 ADC를 개발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레고켐은 선택한 항체를 ADC로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전 세계 독점권을 갖는다. 글리코토프는 선급금과 임상, 규제, 판매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으며, 구체적인 재무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3세대 ADC 기술을 적용한 이중항체 ADC 개발을 위해 네덜란드 시나픽스(Synaffix B.V)의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ADC 치료제가 단독항체에 기반하는데 반해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항체를 동시에 표적해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는 이중항체의 장점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ADC를 개발하고자 한다.

신속한 연구개발을 위해 이미 예비 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을 비롯한 우수한 결과를 확보한 이중항체를 적용함으로써, 2025년 첫 ADC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대기업 역시 ADC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부상한 ADC 부문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JPM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ADC를 포함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비전과 ADC 전용 생산 설비 계획을 발표했으며, 4월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링커 및 접합 기술 개발사인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Araris Biotech)에 투자했다. 

9월에는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 네 번째 투자처로 ADC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인 에임드바이오(AimedBio)를 선정하고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에임드바이오가 개발 중인 AMB302는 FGFR3을 표적하는 퍼스트인클래스 후보 물질로 내년 첫 임상에 진입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국내 바이오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 향후 1년간 기존 링커와 페이로드에 대한 새로운 ADC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롯데는 ADC 위탁개발(CDO) 역량을 내재화해 ADC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카나프는 공동 개발 결과물을 바탕으로 차세대 ADC 신약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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