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면학회(WASM, 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가 제정한 매년 3월 셋째주 수면 인식주간과 3월 18일 세계 수면의 날을 기념해 수면건강 유튜버 1위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의 브레이너 제이가 불면증과 심리학에 대한 논문 리뷰를 통해 불면증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함께 고민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불면증을 비롯한 갖가지 수면장애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매년 급증하는 수면장애 환자 비율의 통계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적 측면에서의 ‘잠’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기 때문이다.
매달 수편씩 출간되는 수면에 관한 책들, 수면을 주제로 방영되는 다양한 TV 프로그램, 수면산업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여러 기업들의 수면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전 세계적인 콘텐츠 트렌드로 자리 잡혀온 수면 음악과 ASMR, 백색소음, 수면 스토리 등의 미디어 콘텐츠. 지구상의 모든 동물에 있어 가장 오래된 기초 생명활동 중 하나인 '수면(sleep)'이 마치 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문물인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반세기 동안에 걸쳐 제시된 수면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고찰 중 의미있게 살펴 볼만한 몇 가지 심리학적 모델을 소개해보려 한다. 필자가 지난 4년여 동안 수면 문제를 가진 10만명 이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참고한 정보다.
불면장애에 관한 심리학적 모델
해외 한 전문 매체에서 세계 10대 불면장애 치료 전문가로 지목했던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 찰스 모린(Charles M. Morin) 박사다. 첫 번째 그림(Fig. 1)은 1993년도에 모린 박사가 본인의 문헌에서 처음 소개했던 불면장애의 인지행동적 모델이다.
모린 박사의 인지행동모델에서는 수면을 방해하는 각성 또는 과각성(hyperarousal) 요인에 대해 크게 세가지 종류인 정서적 과각성, 인지적 과각성, 생리적 과각성으로 나누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이 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나 대인관계 속 발생되는 복잡한 감정 문제들이 정서적 과각성 원인에 해당하고,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학업과 야근 또는 게임이나 미디어 시청 습관은 인지적 과각성의 원인에 해당한다. 생리적 과각성 원인에는 유전적인 요인을 비롯해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와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등의 섭식 문제가 포함된다.
세 가지 과각성 요인 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인지적 요인과 정서적 요인이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의 수면 문제가 정신적 스트레스나 잘못된 인식, 그리고 끊임없는 후회와 걱정, 기대와 희망이 펼쳐지는 머리 속 드라마에서 비롯됐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관련된 이야기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다.
두 번째 그림(Fig. 2)은 모린 박사의 인지행동적 모델을 참고해 탄생된 '메타인지적 불면장애 모델'이다. 2012년도 제이슨 옹 박사와 그의 동료들(Jason C. Ong, Christi S. Ulmer, Rachel Manber)이 '마음챙김과 수용을 통한 수면 개선'이란 주제로 행동요법 전용 저널(저널명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에 게재한 논문 내용 중 하나다.
앞선 인지행동모델보다 좀 더 단순화되면서도 각성을 유발하는 요인들의 작용 방식을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먼저 일차적 각성(primary arousal)은 수면의 문제와 직결되는 인지적 활동들로 비롯되는데, 대표적으로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수면을 방해하는 여러 관념들이 포함된다.
이차적 각성(secondary arousal)은 앞선 관념들이 얼마나 강하게 연결돼 수면을 방해하는지를 의미한다. 일차적 각성 요인 위로 정서적 감정가(emotional valence)와 애착(attachment), 주관적 해석(interpretive value)이 더해지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특정 관념이나 인식이 그 자체로써 받아들여지기 보다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태도에 영향을 받아 왜곡되거나 자해석됨으로써 편향적인 정서상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인지에 대한 '상위인지 과정'이 반영된 '불면장애의 메타인지모델'이라 할 수 있다.
모린 박사의 인지행동모델과 제이슨 박사와 동료들의 메타인지모델을 합쳐서 예시를 한 번 들어보자. '적어도 7시간은 잠을 자야 다음날 지장없이 생활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관념은 모린 박사의 인지행동모델에서 역기능적 인식(dysfunctional cognition)에 포함되는 인지적 각성 유발 요인이다.
그리고 메타인지모델에서는 일차적 각성 원인에 해당되는데, 나아가 이 관념에 대해 심각한 강박과 애착 강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이차적 각성까지 일으킴으로써 더 큰 수면 문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일차적 각성과 이차적 각성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양성피드백(positive feedback)하는 관계에 있고, 강박이나 믿음의 강도가 클수록 불면장애가 더 악화되거나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잠자리에 누워서 1~2시간씩 뒤척이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을 거야' 같은 부정적인 믿음이 생겨날 수 있다. 이는 잠자리를 두려움의 공간, 잠을 잘 수 없는 공간인 것처럼 잠재의식 속에 잘못 연결지어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잘못된 인식 자체는 일차적 각성의 원인이 되지만, 인식에 대한 믿음과 애착 강도가 커짐에 따라 과도한 불안과 망상 등의 부정적 정서로 이어지면서 이차적 각성의 원인이 된다.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역기능적 인식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와 연결된 주관적 반응과 태도도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현대인이 갖는 불면장애의 원인 및 심각도의 스펙트럼은 아마 몹시 넓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인 인지 오류를 바로잡는 일과 더불어 이차적으로 연결 및 심화되는 부정적 반응들을 잠재우는 일이 필요하다.
잘못된 관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수용 그리고 정화
수면 장애가 여러 정신질환과 동반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들이 많다. 앞서 소개된 메타인지모델만 보더라도 잘못된 관념이 정서적 문제나 이차적 수면 문제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잘 표현돼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과의 동반성에 대한 이유도 어느정도 납득이 된다.
다만 관건은 이미 만들어진 잘못된 관념들을 어떻게 해소시키고 올바른 인식으로 바꿀 것인가에 있겠다. 이러한 노력은 어쩌면 수면 문제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심리적이고 생활적인 문제들까지도 긍정적 나비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수면의학회는 불면장애를 치료하는 최고의 표준 치료법(gold standard treatment)으로써 '불면장애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ural Therapy for Insomnia, CBT-I)'를 손꼽고 있다. 치료의 대표적인 접근법 중에는 환자들의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인식과 수면 오지각(misperception) 증상 등을 바로잡고 인지적 재구조화(cognitive restructuring)를 돕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최근 들어 학계에 여러 임상연구와 함께 유의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마음챙김기반 불면장애 치료요법(Mindfulness-Based Therapy for Insomnia, MBTI)'에서도 인식과 믿음의 오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는 인식 훈련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법을 수면 개선에 친화적인 방식으로 응용해 개발한 방법이다.
필자는 여러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학계에 많은 보고가 누적돼 온 '심신중재(Mind-Body Interventions, MBI)'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정서적 해소와 안정을 돕거나 역기능적 관념들을 덜어내고 잠에 들 수 있도록 돕는 방법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꼈다(물론 수면 외 다른 기저질환이 있거나, 중증도 및 만성도가 심각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2년간 830만명 이상이 이용한 콘텐츠에서는 '비움 명상'이라는 MBI를 안내하고 있는데, 이는 수면 개선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완요법(relaxation technique)과 심상요법(mental imagery technique)을 결합해 만든 것이다. 나래이션으로 직접 지도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운드스케이프(sound scape) 방식을 통한 심상요법으로 다양한 테마의 수면 사운드를 개발해왔는데, 다행히도 많은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사운드 흐름에 몰입해 편안한 상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갖고 있던 강박적 인식과 관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의식을 전환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내면의 관념 오류를 직접 마주하고 정화하도록 안내하는 훈련법도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수면과 더불어 심리적 문제 개선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열거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수면에 대해 갖는 여러 잘못된 관념과 인식의 오류가 왜 문제되는지, 또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수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봤다. 더욱이 현대 사회처럼 끝없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정보 관리와 관념 형성이 수면 건강에 이어 정신 건강까지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짚어봤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방법들을 무작정 따라하거나 갖가지 수면 상품들을 충동구매하기 마련이다. 그 이전에 가장 먼저 본인의 수면 습관에 대해 바르게 직면하고 그것과 연관된 관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입된 잘못된 정보와 관념이 내면 깊이 차곡차곡 쌓이고 또 그것이 해소되지 않은 채 정서적 문제로까지 이어져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에도 우리의 의식을 잠들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그 강박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루의 끝에서 모두가 단 10분이라도 하루를 정리하며 의식 속 강박과 관념을 내려놓은 채 포근한 잠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참고 문헌
1. Morin, C. M. (1993). Insomnia: Psychological assessment and management. New York: The Guilford Press.
2. Ong JC, Ulmer CS, Manber R. (2012). Improving sleep with mindfulness and acceptance: a metacognitive model of insomnia. Behav Res Ther, 50(11), 651-60. doi: 10.1016/j.brat.2012.0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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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orin, C. M., Rodrigue, S., & Ivers, H. (2003). Role of stress, arousal, and coping skills in primary insomnia. Psychosomatic medicine, 65(2), 259–267. doi: 10.1097/01.psy.0000030391.09558.a3.
6. Wright, C. D., Tiani, A. G., Billingsley, A. L., Steinman, S. A., Larkin, K. T., & McNeil, D. W. (2019). 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Role of Psychological Processes in Disease Development, Maintenance, and Treatment: The 3P-Disease Model. Frontiers in psychology, 10, 2498. doi: 10.3389/fpsyg.2019.02498.
7. National Sleep Foundation. (2020).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 .
8.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2016). Relaxation techniques for health.
9.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2016). Meditation: In dep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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