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선정 '필수의료' 기준 관심…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청구 비율 높으면 '필수의료'?

정부, 필수의료 행위 선별해 적정보상 수준 도출해 재정 지원…"기본진료에 대한 보상도 균형 맞춰야"

27일 열린 제46회 심평포럼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수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 인상이 필요한 '필수의료' 대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 필수의료 행위를 선정할 때 야간‧공휴‧응급 가산 청구비율이 높은 행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청구비율이 높은 행위를 기준으로 잡으면서 수가 인상에서 소외될 의료행위를 둘러싼 반발이 우려된다.

'필수의료' 난이도 업무강도 높아 공급 부족한 분야, 의료 수요 감소 분야로 선정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제46회 심평포럼에서 건강보험혁신센터 상대가치개선부 정선호 부장이 '고난도‧고위험 필수의료 수가 개선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정 부장은 "필수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다"며 "다만 정책적으로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 지역적 특성 또는 시장수요의 부족으로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분야, 미래 전문인력인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에 미달하는 과목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난이도, 업무강도 등이 높아 공급이 부족한 외과계 및 내과계 중증질환 분야와 분만‧소아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의료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로 필수의료 대상을 선정해 필수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장은 "필수의료 수가 인상을 위해서는 먼저 필수의료 행위를 선별해 적정보상 수준을 도출하고,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수가 개선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첫 번째 단계인 필수의료 행위 선별부터가 굉장히 어렵다"고 심평원이 선정한 필수의료 분야를 소개했다.

심평원은 필수의료를 ▲응급진료 ▲중증질환 ▲고난도 행위Ⅰ ▲상대가치 구성요소가 높은 고난도 행위Ⅱ ▲저평가 행위 ▲저보상 행위 등 6가지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응급진료의 경우 야간‧공휴‧응급 가산 청구비율이 높은 행위를 중증질환은 산정특례 대상자에게 실시한 비율이 높은 행위로 구분했다.

고난도 행위Ⅰ은 상급종합‧종합병원 청구비율이 높은 행위로, 고난도 행위Ⅱ는 상대가치 구성요소가 높은 행위로, 저평가 행위는 미국 CPT 수가 수준과 비교해 상대적 저평가 행위로, 저보상 행위는 의료비용 조사결과 원가보상율이 낮은 저보상 행위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저평가 행위에는 간 수술, 흉곽 및 종격동 수술, 위 수술, 내이수술, 두개골 수술, 유리 피판술 등이 나왔고, 저보상 행위에는 혈관외과 수술, 장 및 장간막 수술, 이비인후과 수술, 췌장수술, 경동맥 수술, 말초신경계 수술 등이 나왔다.

정 부장은 "6가지 기준 외에 더 많은 기준이 있을 것이므로 필수의료 선정 기준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선정기준을 조합한 필수의료 선정 등 다양한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선정한 대상의 보상 수준에 대한 고민도 크다. 제외국 사례와 임상현실을 반영해 충분한 보상 수준을 마련하고 어떤 우선순위로 검토해 수가 인상을 할 것인지를 마련하는 게 향후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일본과 수가 비교하니…외과는 평균값 1.8배, 내과는 3.5배, 흉부외과는 2.8배 일본이 더 높아

뒤이어 임지혜 심사평가연구실 임지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가체계를 가진 일본과 유사한 행위별로 수가를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먼저 임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상대가치 분류 수술행위 기준과 일본 진료보수점수표 등재 수술행위의 일치 정도를 확인했는데, 자체적으로 1:1 매칭 307개, 1:N 매칭 211개, N:1 622개, N:N 953개, 미매칭 328개 결과를 얻었다.

이후 14개 학회에 대상 매칭 정확성 검토를 요청한 뒤 비교가 가능한 의료행위에 대해 일본 진료보수점수를 100원으로 산정해 한-일 수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외과는 일본의 수가가 한국 수가 평균값의 1.8배, 중앙값은 1.5배나 됐는데, 특히 위암전절제술의 일본 수가는 한국의 3.9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는 일본 수가가 한국 수가 평균값의 3.5배, 중앙값의 2.7배였는데, 특히 역행성 담췌관 내시경 협착확장술의 일본 수가는 한국 수가의 2.2배였다.

흉부외과의 경우 일본 수가의 평균값은 한국의 2.8배, 중앙값은 3.6배였고, 신경외과는 일본 수가의 평균값이 한국의 3.5배, 중앙값은 5.6배로 높게 나타났다.

임 부연구위원은 "매칭 바이어스도 존재하고, 점수의 비교 가능성, 분석 결과의 일반화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 행위 매칭 관련 특성을 확인하고, 한국과 일본의 수가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행위별 점수 결정 시 향후 난이도 조정 등 수가 조정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임 부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진료과별 또는 행위별 총점 부여 행태가 아닌 필요가 높은 의료서비스에 우선적으로 보상이 가능하도록 수가 개선을 위한 자율적 논의 기구가 필요하겠다는 점도 우리나라 시스템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전했다.

과별로 보상 비중 차이 커 '필수의료 수가 인상' 놓고 갈등 우려…기본진료 수가 인상도 함께 가야

이어진 토론회에서 이대목동병원 외과 정순섭 교수는 "필수의료 살리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본인이 행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보상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보건복지 예산 중 의료 예산 106조 8586억원 중 수술에 지급되는 비용이 5%에도 못 미치는 4조 7700억원임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 중에서도 외과 의사의 행위에 대한 내용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년 전 데이터를 보면 외과에서 수술로 받는 급여액이 5~6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외과 의사의 행위에 대한 내용은 1000억원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중증, 고난이도 행위에 많은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당 행위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서 많이 하는 행위이다. 다만 실제 의사 인력의 3분의 1 이상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닌 의원급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개원가의 반발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의원급도 과별로 보상을 받는 비중에 차이가 있고,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와 그렇지 않은 과에서 차이가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 소득이 일본을 앞질렀다. 하지만 의료비 수준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7년도에 외과학회가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과 수술 비용이 일본에 비해 평균 26.9% 정도 낮았다"며 "일본과 똑같게 하기는 힘들어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정현 교수는 "필수의료 저보상, 저평가 행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찬성하지만, 중증질환 이외에도 본래 본업에 충실한 기본진료에 있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고려해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저수가 분야의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일에 대한 책임 분장, 고강도의 업무를 나눌 수 있는 기본적인 인력이나 시설 지원도 필요하다. 또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때 적자가 나지 않도록 자원의 배분과 그에 대한 평가도 지속적으로 해야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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