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법 제20조 '무진찰 치료 등 금지의 원칙'…의사 윤리지침에 명시해 환자와 의료인 안전 지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본은 의사의 진찰 없이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법 제20조 ‘무진찰 치료 등 금지의 원칙(無診察治療の禁止)’이다. 이를 어기면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사들 스스로도 이를 의사직업 윤리 지침에 반영해 기본적인 진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1일 일본 현지의 제보로 의사법 20조를 확인한 결과,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치료하거나 진단서 또는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할 수 없다. 특히 환자의 편의만을 위해 전화 상담으로 처방전을 발행하거나 진찰 없이 원격진료로 처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찰이란 의사가 환자에게 병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환자 자신과 가족의 병력, 발병 시기, 경과를 물어보는 문진(問診), 의사가 환자를 눈으로 보고 환자의 병을 진찰하는 시진(視診), 의사가 환자의 몸을 손으로 만져 진찰하는 촉진(觸診), 의사가 환자의 몸을 두드려 진찰하는 타진(打診), 의사가 환자의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 진찰하는 청진(聽診) 등의 진찰 방법이 있다.
의사법 제정 취지에서 무진찰 치료 금지 이유는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의사 스스로를 지키고 올바른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찰하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심각한 질환을 놓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무진찰 치료 금지 원칙에 따라 진찰을 가장 기본적인 의료행위로 보고 진찰 기록도 상세하게 적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의사를 상대로 각종 의료소송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의사법의 강제조항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 스스로 기본적인 진찰의 중요성을 인식해 의사와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주력했다. 이런 진찰의 중요성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한 의료기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진찰 없이 약만 달라는 환자들에게 다음 세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공지했다.
해당 공지사항에 따르면 첫째, 스스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다음 대법원이 의사법 제20조의 판결을 검토하게 한다. 둘째, 자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 의사법 제20조를 개정해 의사의 무진찰 치료를 인정하도록 만든다. 셋째, 자신과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의사법 제20조를 개정하고 의사의 무진찰 치료를 인정하도록 한다.
일본 의료기관들은 “진찰 없이 치료를 하는 것은 건강보험에 적용받을 수 없고 의사 스스로 위법 행위를 하는 것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이 처방전 발행만 원하는 행위는 불법 의료행위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그만큼 의사의 진찰행위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환자 편의성을 배려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만큼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의사법을 위반해 진찰 없이 치료를 한다면 의사는 부당청구로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는 “일본은 의사들 스스로 의사 직업윤리 교육을 통해 진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편의를 목적으로 여러가지 불법 의료행위가 생겨나는 것을 막고 잘못된 진단도 줄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의료법과 의사법이 나눠져있는데,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도 일본의 법을 본딴 것으로 보이는 조항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진찰을 강조하는 등 기본적인 원칙에서 배울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9월 국회 전체회의에서 대리처방 법안이 통과됐다. 기본적인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능하고 동일한 상병에 장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등에서 환자 가족이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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