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부지, 의료시설로만 쓰게 못 박는다

서울시, 올해 안에 관련 절차 마무리 예정…중증 외상환자 위한 의료기관으로 전환 제안도 나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올해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을 폐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서울시 이광구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장은 2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주최로 열린 ’서울백병원 폐원과 도심 의료공백‘ 토론회에서 서울백병원 부지의 도시계획시설 결정 추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장은 먼저 “코로나19를 겪으며 서울시는 종합의료시설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모든 걸 공공의료에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의료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백병원이 다른 시설로 바뀌면 앞으로는 도심에서 백병원 규모의 병원을 만들려면 3000㎡ 이상의 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백병원이 사라지고 나면 백병원 규모의 종병을 도심에서 다시 만들 수 없다는 의미”라며 백병원 부지의 종합의료시설 결정을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현재 중구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중으로, 서울시는 해당 자료를 중구로부터 넘겨받으면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올 12월 안에는 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할 예정이다. 또 서울백병원 뿐 아니라 부지 규모가 3000㎡ 이상인 서울시 소재 종합병원들에 대해선 모두 종합의료시설로 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백병원 장여구 교수 "위치 장점 살려 외상환자 대상 의료기관으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백병원을 중증 외상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으로 부활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백병원 외과 장여구 교수는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종로, 중구, 용산구 일부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다”며 “폐원을 하게 되면서 서울 도심 중앙의 공공의료 공백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서울백병원이 가진 위치 측면의 장점을 살려 도심 의료공백을 막는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백인제 박사가 1932년 외과 병원으로 시작했던 서울백병원을, 그 취지를 살려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목숨을 잃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는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장 교수는 “서울백병원은 공간의 한계는 있지만 위치적으로 큰 장점을 갖고 있다”며 “중증 외상 환자를 위한 의료시설 중 복부 위장관과 뇌 손상에 특화된 응급 의료시설로 전환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시설로 유지하자”고 덧붙였다.
 
이어 “이처럼 도심 한복판에서 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위치의 장점을 살린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만성 적자로 인한 무조건 폐원만이 정답이라는 논리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최근 부산 지역으로 전보된 직원들을 만나고 온 얘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부산으로 전보된 직원이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낀다고 하면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더라. 백병원에 청춘을 바치고자 입사했던 20대의 젊은 간호사들 중 지금 집에서 새 직장을 찾고 있는 이들도 있다”며 “우리처럼 나이 많은 교수들이야 괜찮지만 젊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서울백병원 외과 장여구 교수는 부산으로 전보된 직원들 얘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

서울시의회도 서울시 결정 '공감'…백수경 전 부이사장 "국감서 인제학원 부조리 다뤄져야"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은 중구가 서울 자치구 중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응급의료기관 등 의료자원이 부족한 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 중구 등과 함께 서울백병원 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중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용산구에 이어 가장 적은 자치구”라며 “상급종합병원은 하나도 없고, 종합병원도 2곳, 병원급도 3곳밖에 없다 자치구별 평원급 이상 의료기관 평균 개수인 11.5개의 절반도 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서울의 응급의료기관이 49곳 있는데 중구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백병원 두 곳뿐”이라며 “백병원 폐원으로 중구 응급의료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될 거고, 인접한 마포구와 용산구를 합쳐서 응급의료기관이 한 곳뿐이란 점을 감안하면 인접 자치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와 중구가 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결정하겠다는 데에 대해 서울시의회도 매우 공감한다”며 “서울시의회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협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백수경 전 인제학원 부이사장(인제학원 백낙환 전 이사장 장녀)은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인제학원의 개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백병원 폐원 등 재단이 백 전 이사장의 창학정신 및 비전과 어긋나게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 전 부이사장은 “재단은 서울백병원 폐원 과정에서 의사, 간호사 등 구성원들의 인사를 함부로 다뤄 구성원들의 퇴사가 잇따르는 등 노사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지난 3차례 총장선거에서는 1등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논문 표절 시비가 있는 현 총장을 연임시켜 대학 구성원들을 절망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 운영의 편법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교수들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10월부터 시작되는 국회 정기국정감사를 통해서 교육부가 인제학원 개혁에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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