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과 '전면전'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반등 vs 3월부터 진짜 의료대란

정부는 강경대응으로 전공의 압박에 지지율 상승 노려...3월 의료대란 상황에서 대학병원 교수들 집단행동 여부가 최대 변수

3월 1일 서울시의사회를 압수수색하는 경찰.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의료계를 강타했다. 

정부는 예고한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인 2월 29일 직후인 3월 1일 곧바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시의사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13명에 대한 엄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송달했다. 사실상 의료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상대로 법적 제재 이외에도 사직서 제출을 반려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의사면허를 수련병원에 묶어두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신속한 무관용 강경 대응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전공의들을 압박해 의료대란을 막고,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도 덩달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와 정부의 한치도 물러섬 없는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무관용 법적 대응은 전방위적인 전공의 압박카드…경제 제재까지 동반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무관용 강경대응은 우선 사직한 전공의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 병원 이탈 사태가 장기화돼 의료대란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속출할 경우, 대중의 비난이 사태를 빠르게 진정시키기 못한 정부에게 향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3월 1일 곧바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시의사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13명에 대한 엄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송달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다음주부턴 의협 비대위 집행부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작한다. 

법적 제재 이외에도 전공의들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병원 측에 사직서 제출을 반려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각 수련병원들은 2월 28일 저녁 전공의들에게 "사직서 제출과 무관하게 3월 1일부로 전공의 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알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전공의들이 의사면허가 기존 수련병원들에 묶여 다른 의료기관에서 재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병원 월급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상황이 빠듯한 전공의라면 충분히 병원 복귀가 고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수련병원의 한 전공의는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아내도 출산으로 일을 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급여가 끊기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직이 반려돼 면허가 기존 병원에 묶여 다른 병원 취업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2월 급여도 무단 결근이라는 이유로 상당 부분이 깎인 상태로 지급됐다"고 말했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강경대응으로 지지율 반등 경험 되살리나

정부가 4월 총선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보다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킨 경험이 있다. 즉 이번에도 의사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강경 대응을 통해 지지율을 높여 총선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 지지도가 높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파격적인 2000명 규모로 늘려 국민 지지를 1차적으로 얻고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지난 정부와 달리 무관용, 무협상 전략으로 억제해 2차 지지도 상승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다 29일을 복귀 데드라인으로 잡고 전공의들에게 긴급회동을 제안한 것도 '강경대응 이외에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고 시간을 줬지만 전공의들이 이를 무시했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의 노골적인 '의사 때리기'는 정부여당 지지율 반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26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9%로 상승해 최근 4주 연속 올랐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선 것은 8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당시 대통령인수위에서 일했던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기존 예상보다 높은 2000명 증원 규모로 발표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유도하고 집단행동이 나오면 이를 강경대응하는 순서로 지지율을 높인다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고 평가했다.  

교수들 집단행동 여부가 최대 변수…"3월 중순부터가 진짜 위기"

정부와 의료계 강대강 대치는 더 강화되고 있지만 출구는 묘연한 상태다. 

다수 전공의들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병원 복귀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대로 정부도 2000명 증원을 양보하고 이대로 물러서기엔 4월 총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최근 계속된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의 강한 어조의 의사 때리기 발언으로 정부에 대한 전체 의료계 민심은 바닥을 쳤다. 

한 가지 변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다. 전공의와 전임의까지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수들이 겸직해제 혹은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사실상 대한민국 의료가 멈추게 되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겸직해제는 대학 소속과 병원 소속을 겸직하는 것에서 대학 소속만 한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 2월 28일 교수 중 84.6%가 '사태 해결을 위한 집단행동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3월 초부터 의료대란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3월 중순부터가 시작이다. 3월 초는 원래도 새로 들어온 인턴과 레지던트 등 인원들이 처음 업무를 익히는 기간"이라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30일이 지나는 시점인 3월 15~20일 이후부턴 병원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당연 사직이 이뤄진다. 3월 중순부터가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도 교수들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3월 중순이 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속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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