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1년…과거에서 배운 것과 현재 얻은 것, 그리고 미래는?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20년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악몽의 신천지였고 After Corona(AC)의 시작의 해가 됐다. 이 악몽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인가? 아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제1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해인 1918년 시작한 스페인 독감(H1N1 바이러스)은 약 2년간 지속되며 당시 세계인구의 약 3분의 1인 5억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5000만 명에 달했다. 하버드대 전염병 전문가 마크 립시치 교수는 지난해 2월 24일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전체 인류 중 최대 4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스페인 독감 당시 세계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됐기에 100년 후 지구가 하나가 된 지금 감염률을 조금 더 높게 잡은 것 같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스페인 독감이었기에 우리 한반도는 무풍지대였을까? 미국과 유럽처럼 그해 1918년 일제 강점 하에 있던 우리나라도 9월부터 크게 번졌다. 매일신보는 '악성의 유행병, 몹시 아픈 감기'라 보도했다. 심지어 백범 김구 선생도 1919년 20일간 스페인 독감으로 고생했다. 백범일지에는 "병원이란 곳에는 혹을 떼러 제중원에 1개월, 상해에 온 후 서반아 감기로 20일 동안 치료한 것뿐이다"고 기록돼 있다.

한반도에서 스페인 독감으로 몇 명이나 죽었을까?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은 총 인구 1670만명 중 44%인 742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죽었고 일본인 역시 15만 9916명의 환자가 발생해 129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치사율에서 한국인은 1.88%나 됐고 일본인은 0.71%이다. 같은 독감이지만 치사율에서 정복자와 피정복자는 차이가 났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그 상황 아래 일제에 억압받는 민족에게 1919년 일어난 '3·1운동'은 필연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전세계 질병관리 관료, 과학자, 역사가들은 지금까지 인류역사 상 가장 큰 피해를 줬던 '스페인 독감'을 왜 재조명하고 있는가? 역사가 현재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트럼프 덕분에 마스크를 안 하는 미국인들이 이번에 그렇게 많이 죽었다. 그러나 100년전 미국에서 마스크를 안 하면 감옥에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나중에 시작한 도시나 그 기간을 적게 가진 도시는 사망자가 높고 전체적인 사망률도 높았다. 1918년 3월부터 1919년까지 미국에서 팬데믹 기간동안 세 개의 파도가 있었다. 1918년 봄과 가을, 1919년 겨울과 이어진 봄 시즌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3번의 파도가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번 3번째 파도는 정말 그 크기가 무섭다. 마스크 착용은 '위대한 애국심의 상징'이었는데 왜 미국은 과거를 잊었을까? 잊지 말자. 미래에도 감염병에는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필수 방어무기다.

지난 2002~2003년 사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명이 감염되는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이번 SARS-CoV-2는 바이러스 이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를 집어넣을 만큼 근원이 같다. 사스처럼 같은 ACE2 단백질을 이용해 사람을 감염시키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까? 염기서열 차이에 바이러스의 모든 비밀이 들어있다. SARS-CoV의 N479가 SARS-CoV-2에서는 RBD의 구조적으로 같은 위치 Gln493 돌연변이 하나가 주범이다. ACE2에 대한 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친화력(Kd)을 비교하면 최대 5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현실의 전파력은 그것보다 더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ACE2 단백질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평소에 그렇게 많이 발현되지 않기에 사스 바람이 불 때 전 세계 감염자는 8000명에 그쳤다. 그러나 왜 이번에는 팬데믹으로 갔을까?

건강한 사람도 감염되는 SARS-CoV-2에 SARS-CoV와 다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무엇은 단백질을 자르는 퓨린(Furin)이라는 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아미노산 사이트가 코로나19의 S-protein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스에는 없지만 SARS-CoV-2에 4개 아미노산(PRRA)이 삽입(insertion)돼 HIV의 'Envelope 단백질'인 Gp160와 유사한 변이를 가지고 있다. 퓨린 효소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motif (R/K)-(2X)n-(R/K)↓'를 자르면 바로 사람 세포의 엔도솜(endosome)과 결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융합 단백질(Fusion Protein)'이 바로 연결돼 작용한다. SARS-CoV-2가 이러한 인체 침투 방식으로 ACE2 단백질만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스보다 100∼1000배 전파력이 높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우리 몸에서 ACE2 단백질이 가장 많이 발현되는 부위가 바로 폐와 소장이다. 놀랍게도 퓨린 효소가 가장 많이 발현하는 곳도 바로 폐다. 그러기에 SARS라는 질환명이 2019년 바이러스에 SARS-CoV-2로 명명된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RNA 바이러스는 숙주를 쉽게 감염시키고 생존하기 위해 자주 변이한다. 지난해 2월 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말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바이러스가 'D614G' 돌연변이다. 지난해 6월 국내 바이러스 526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D614G'가 지배적인 바이러스 형으로 확인됐다. 4월 9일 이전에는 한 건도 없더니 소위 이태원 사태 이후는 모두 바뀌었다. 바이러스의 '생존의 세계'는 숙주인 인간에 대한 치명도를 낮추면서 감염자들은 스스로 감염 여부를 자각하지 못하게 무증상으로 바꾼다. 더 많이 퍼지게 변이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이다.

해가 바뀌기 직전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가 국내에 속속 들어온다. 영국형 변이인 B.1.1.7의 스파이크단백질(S-P) 변이 가운데 3 군데가 특별하다. 첫째, N501Y는 우리 몸의 자물쇠인 ACE2와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다. 둘째, P681H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세포로 침투하기위해 S-P이 잘리는 부위에 4개 아미노산 PRRA 삽입의 P681H 변이한 것이다. 셋째는 '69-70del'인데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두 아미노산이 삭제돼 빠져나간 것이다. 남아공 변이는 S-P 변이인 N501Y를 포함해 K417N, E484K가 존재한다. E484K가 특별한 것은 음성 아미노산이 양성으로 확 바뀌었기에 RBD 도메인의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얻은 기적은 mRNA 백신이 팬데믹 와중에 태어난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완성하지 못한 mRNA 백신이 2020년 시작부터 한 해에 허가까지 이뤄졌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95%까지 예방하며 드디어 'RNA World'가 됐다. m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본떠 인체가 스스로 항원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정보 mRNA를 전달 플랫폼인 리피드 나노파티클(Lipid Nanoparticle)에 포장해 주사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 증식하듯이 '유전자 코드'에 대해 인체가 백신 제조기가 된다. 우리 몸이 항체 단백질을 만들어 바이러스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더욱 mRNA 백신은 내인성 항원이므로 T세포 면역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주로 B세포 면역을 유도하는 항원백신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코로나19 덕분에 오프라인 학회 개최가 어렵다 보니 온라인 기반의 학회가 시작된 것이 현실이다. 청중이 없고 방송장비만 있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발표자들은 강의를 했다. 온라인 학회 참여자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그 강의를 듣고 강의 후 실시간으로 질의 응답들이 이뤄졌다. 비대면 회의들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색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가간 장벽을 넘어서 활발하게 이뤄져 거래까지 간다.

또한 코로나19 덕분에 방치했던 비대면 서비스의 확장,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집중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비대면 서비스는 진료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19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인 전화 상담과 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시작된 이후 7개월 간(2020년 2월부터 2020년 9월) 77만 3000건의 전화 상담과 처방이 이뤄졌고 지금도 이를 분석하는 여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아쉬운 것은 지난 한 해의 주식시장이다. 바이오 투자는 펀더멘털(fundamental)은 아니고 이벤트(event)만 중요하다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봤다. 거기에 맞춰(?) 펀더멘털은 의심되지만 코로나19를 이용한 이벤트성인 것이 심했다. 예를 들어 뉴스기사 타이틀은 '투여 하루만에 99% 죽인다'고 하지만 99%를 죽인다는 표현은 바이러스에게 걸맞지 않다. 숫자로 보기엔 정말 효과가 있는듯 속지만, 바이러스의 수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10의 7승이상의 타이터를 보이는 바이러스를 99% 죽인다고해도 여전히 10의 5승의 바이러스가 여전히 남아있다가 바로 증식하기에 바이러스에 실질적인 효능을 보이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간단히 추출한 인삼 엑기스도 보통 바이러스의 99%를 죽이는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보도자료 뉴스를 동학개미들이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벤트가 급하게 설계돼도 펀더멘털한 데이터는 필요악이다. 이벤트는 늘 지나가고 펀더멘털은 영원히 남기에 주식투자가에게 펀더멘털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깨어남'이란 책이 있다. 100년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 후유증으로 '기면성뇌염(嗜眠性腦炎, encephalitis lethargica, EL)'에 걸려 1920년대부터 수십 년간 얼어붙어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색스 박사는 1960년 중반 뉴욕의 요양시설인 마운트카멜병원에서 제1차 세계대전 직후 EL이 유행한 이래 40년 넘게 꼼짝없이 그 병에 갇혀 있던 환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수면병(睡眠病)으로도 불리는 EL은 뇌수에 염증이 생겨 일어나는 신경계 질환이다. 책에는 환자들이 깨어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코로나19 중증을 앓았던 환자 가운데 일부는 섬망과 같은 합병증을 경험하고 혼란과 기억 상실을 포함한 인지장애가 급성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얼마동안 지속한다. 바이러스가 뇌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증상은 염증에 따른 이차적인 결과인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편 이상의 연구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증상은 두통, 후각 상실, 감각 이상 같은 가벼운 증상은 물론 실어증, 뇌졸중, 발작과 같은 심각한 형태로도 나타난다. 바이러스가 두뇌의 도파민 뉴런과 중추신경계에 영구적이고 심대한 손상을 입혔다. 어떻게? 아마도 바이러스가 BBB를 넘어 뇌에 침투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중앙일보가 최근 신천지 대구교회 측에 의뢰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신도 4198명(교회 자체 집계)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이중 12%인 532명이 '코로나 완치 후 후유증으로 생각되는 증세가 있다'고 답했다. '이상 증세가 있다'고 답한 532명 중 174명(33%)은 근육통 및 만성피로를 호소했다. 101명(19%)은 두통 및 기억력 감퇴를, 99명(18%)은 호흡기 및 폐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또 63명(12%)은 후각, 미각, 청각 등에 이상을, 44명(8%)은 탈모, 21명(4%)은 피부질환이 있어 힘들다고 했다. 이밖에 15명(3%)은 위장장애를, 빈혈을 호소한 사례도 1명이 나왔다. 무기력증 등 기타 증세도 14명(3%)에 달했다. 

100년전 경험은 인플루엔자였지만 지금은 코로나이기에 더 심한 미래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는 과거의 경험을 통한 현실이며 과거를 통해 미래가 예측되기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관리가 시급하다. 아주 은밀하고 교활하고 위험한 바이러스의 장기 후유증에서 깨어나는 치료가 계속 필요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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