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우리가 간절하게 맞고 싶은 코로나19 백신(Vaccine) 이야기가 계속된다. m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본떠서 인체가 스스로 항원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숙주 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먼저 세포막에 존재하는 ACE2라는 우리 몸의 자물쇠 격인 수용체 단백질에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열쇠를 넣는다. ACE2 슬쩍 속이고 인체 세포의 문을 여는 셈이다. 세포 안으로 침입한 후 자신의 유전물질을 주입한다. 주입된 바이러스 유전체는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해 스스로 복제되고 리보솜을 이용해 외피를 만든다. 이 과정이 수 없이 많이 반복되며 바이러스가 증식되고 증식된 바이러스는 세포 밖으로 방출돼 다른 세포를 또 감염시킨다.
RNA 백신은 이런 작용을 하는 바이러스 대신 '유전자 코드'를 주사한다.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정보 mRNA를 전달 플랫폼인 리피드 나노파티클(Lipid Nanoparticle)에 포장해 주사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와 증식하듯이, 발현된 바이러스 당백질에 대해 인체가 백신 제조기가 된다. 우리 몸이 항체 단백질을 만들어 바이러스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어떻게 RNA 백신이 태어났을까? 2020년 읽어보면 모더나(Moderna), GSK, 바이오엔텍(BioNTech), 큐어백(CureVac)이 mRNA 백신 특허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RNA 백신의 선구자는 연구를 오래하다 그 결과로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큐어백(2000년 창업), 바이오엔텍(2008년), 모더나(2010년)라는 작은 바이오텍 회사들이다.
2000년 큐어백을 창설한 잉마르 호에르(Ingmar Hoerr)가 튜빙겐대학의 대학원생일때 진행한 하나의 실험이 바로 RNA 백신 회사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 주류를 이루며 유행했던 DNA백신 개발을 위해 그가 디자인한 DNA를 쥐에 주사했다. 호에르는 대조군으로 같은 시퀀스를 RNA로 바꿔 주사했다. DNA는 이중나선으로 안정한 반면 RNA는 하나의 나선이기에 RNAase 반응으로 곧 파괴될 것이기에 대조군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면역작용의 리드아웃(readouts)을 봤을 때 RNA를 주사한 쥐가 더 좋은 면역작용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DNA와 RNA를 잘못 주사한 줄 알고 다시 실험을 진행했지만 계속 RNA가 더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바로 RNA 백신을 만드는 큐어백이란 회사를 창립했다.
화이자(Pfizer)와 코로나 백신을 제일 먼저 출시한 독일의 바이오엔텍은 터키 출신의 남편 우구르 사힌과 아내 외즐렘 튀레지 부부가 2008년 공동 설립한 회사다. 두 사람의 부모는 1960년대 후반 독일로 이주했다. 사힌은 터키 남부에서 태어나 4세 때 독일 쾰른으로 이주했다. 튀레지는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州)에서 태어났다. 부부는 차별과 고생을 맛본 전형적인 터키 출신 외국인 근로자 2세다. 자연 상태에서의 mRNA는 금방 분해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분해된 mRNA가 체내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면역 반응을 안정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mRNA 안정화가 바이오엔텍의 주요 기술이다.
왜 mRNA 안정화가 필요한가? DNA와 RNA의 공통점은 3종류 염기(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이고 차이점은 RNA는 유라실이고 DNA는 거기에 메틸이 하나 더 붙은 타이민이다. 그리고 유전정보의 뼈대를 구성하는 당이 디옥시리보오스(deoxyribonucleic acid)면 DNA, 리보스(Ribose)면 RNA이다. RNA구조의 불안정성이다. 이중나선으로 이뤄진 DNA와 다르게 RNA는 하나의 나선이기에 작은 온도 변화나 세포 내 환경 변화(에너지 상태, RNA binding proteins) 등에 민감하게 영향받고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mRNA 백신이 코로나19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지만 영하 70°C 혹은 영하 20°C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의 경우 영하 70°C 수준의 초저온 환경에서, 모더나는 영하 20°C에서 보관해야만 효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많은 종류의 세포들에서 mRNA의 전사량과 번역된 결과물인 단백질 양이 일치하지 않는다. 전사가 일어난 후 mRNA에도 여러가지 화학적 변이가 일어나 mRNA의 다양한 운명을 조절하기에 전사 후 조절 과정의 중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슈도유리딘(Pseudouridine, Ψ)'과 같은 RNA 변형은 상대적으로 낮은 발현 수준을 보임으로써 '면역자극생산 활성(immunostimulatory activity)'을 조절할 수 있다. 합성 변형된 mRNA(modRNA)는 게놈 통합의 위험없이 특정 조직에 높은, 일시적인, 안전, 비 면역원성 및 제어된 mRNA 전달을 제공하기에 새로운 유전자 치료 접근법도 제시한다.
어디가 mRNA 안정화 기술 연구의 산실일까? 지금 바이오엔텍의 연구총괄 수석부사장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박사와 드루 와이즈만(Drew Weisman)교수의 기초 연구가 진행된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UPenn)다. 헝가리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를 받고 UPenn의대에서 포닥으로 연구했던 카리코 박사가 1997년 mRNA 연구 진전이 안돼 거의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려 할 때 마침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에서 파우치 박사와 연구를 마친 와이즈만이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종이가 떨어진 카피 머신(Copy Machine) 앞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연구를 이야기하다 와이즈만 교수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한다.
만남과 대화가 연구 방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다. 같이 mRNA 연구를 시작한 카리코와 와이즈만 박사는 유리딘을 슈도유리딘으로 치환하면 세포내로 mRNA 정보를 안정적으로 집어넣는 중요한 결과를 . 이어 특허를 등록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텍 회사를 설립한다. 하지만 아무도 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자 회사는 망하고 카리코는 다시 UPenn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교수로 받아주지 않는다. 반납된 특허는 UPenn이 가지고 있다 어느 엔젤 투자가가 미리 선점했으나 결국 바이오엔텍으로 넘기게 된다. 카리코는 2013년에 그 당시 웹사이트도 없지만 자신의 특허를 소유한 독일의 작은 바이오엔텍으로 옮기게 된다.
드디어 모더나 차례다. 누가 모더나를 창업했나?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Malta)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온 자동차 수리공 아버지와 빵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에게서 1966년 태어난 로시는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다. 로시도 이민자 2세다. 헬싱키대학에서 박사학위 후에 당시 스탠퍼드대학에서 포닥이었던 데렉 로시(Derrick Rossi)는 카리코와 와이즈만의 논문에 꽂히게 된다. 하버드 의대 (Harvard Medical School) 줄기세포 생물학 분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가 되자 로시는 2010년 mRNA 백신과 약을 만들기 위해 3명의 하버드의대 교수들 그리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밥 랭거(Bob Langer) 교수와 모더나를 창업한다.
제약 바이오와 화학 등의 분야에서 4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랭거 교수는 바이오텍 공동창업 전문가이다. mRNA를 전달 플랫폼인 LNP 기술의 랭거와 만난 로시 교수는 보스턴 창업의 바람을 타고 모더나 외에도 인텔리아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 마젠타테라퓨틱스(Magenta Therapeutics), 스텔렉시스테라퓨틱스(Stelexis Therapeutics) 등 여러 회사를 창업하고 특이하게도 만 52세에 은퇴하는 멋진 사나이다. 특히 CRISPR 편집업체인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트랜스티레인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이라는 유전병 환자를 위해 mRNA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달 첫 번째 환자에게 실험적 의약품을 투여했다.
mRNA 백신은 결정한 바이러스의 특정부위를 IVT(In vitro transcription)로 RNA 합성을 한다. 대량 생산을 위해 5'에 캐핑(capping)을 화학적 방법으로 제작한다. 캡(CAP)의 기능은 mRNA 분해를 방지하는 것으로 더 안정하고 번역 능력을 증가시킨다. DNA 백신처럼 mRNA 전사를 위해 반드시 핵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없이 세포질 내에서 바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 또한 RNA 백신은 세포 안에 짧은 기간 활성화돼 타겟 단백질을 발현하고, 수일 안에 RNAase 반응으로 파괴된다. 이런 '치고 빠지기(hit-and-run)' 특징 때문에 빠르게 안전하게 인체에 적용 가능하다. mRNA를 싸고 있는 LNP를 만드는 PEG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지만 쉽게 넘어갈 고개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RNA를 이용한 RNAi, miRNA, 압타머 그리고 효소처럼 작용하는 리보자임(Ribozyme) 등 많은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앨나일람(Alnylam)의 유전성 트랜스티레틴(hATTR)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RNAi 치료제 온파트로(Onpattro)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최초의 RNAi 치료제가 시장에 발을 디뎠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mRNA 백신도 2020년도 시작부터 허가까지 한 해에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95%까지 예방하며 드디어 'RNA World'가 됐다. 더욱 mRNA 백신은 내인성 항원이므로 T세포 면역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주로 B세포 면역을 유도하는 항원백신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물론 저장온도를 냉장으로 가능하게, 2회 접종을 1회로 편리성 개선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미래는 mRNA 백신이 일상이 될 것이다.
왜 기초연구에 정부가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 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텍이 만들어져야 하는가? "우리나라에 RNA 백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요? 항암 신항원 백신 개발을 하고자 하는데 RNA 백신 기술이 있는 우리나라 회사에서 라이센싱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항암 권위자인 O교수께서 이런 질문을 주셨다. "저도 왜 없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특허 장벽이 높더라고요." O교수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연결할 경쟁력 있는 우리 자체 기술이 없는 것이다. 기술 기반의 바이오텍과 빅 파마들의 경험과 생산 시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정부가 미래를 바라보고 기본 기술을 발굴해 투자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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