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체계 개편 시범사업 3월 시작, 총액계약제와 관계 없고 심사에 TRC 관여 안해"

심평원, 전체 진료비의 9.6% 만성질환부터…"EMR 조사는 이의신청 데이터 추가일 뿐"

의협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주장에 정확한 의도 파악해야 vs 의협 그동안 반대 안했다

▲심사체계 개편 업무흐름도. 자료=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가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심사평가체계 개편 시범사업의 부당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의료계와 상세한 논의를 거쳐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세부적인 항목은 얼마든지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심사평가체제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으로 시민단체가 심사체계에 참여하는 TRC(Top Review Committee, 사회적 논의기구 또는 심사제도 운영위원회)에 있다고 했다. 전자의무기록(EMR)을 전수조사해서 모든 청구명세서를 세세하게 심사하면 의료기관의 데이터가 모두 심평원으로 전송되는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심사체계 개편안은 가치기반 지불제도 개편에 맞닿아있고 총액계약제로의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심평원, 올해 3월부터 만성질환에서 심사체계 개편 시범사업 
 
자료=보건복지부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올해 1월 중 이번 심사평가 개편 시범사업 지침을 만들고 지표와 기준선을 설정한다. 의학적 심사에 관여하는 전문가심사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분석시스템을 개발한다. 또 올해 3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 만성질환부터 시작해서 급성기(슬관절치환술),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초음파 등 전체 7개 항목의 심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은 ①환자 중심, ②의학적 타당성 중심, ③참여적 운영방식 중심, ④질 향상 중심의 가치 하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현행 건별로 분절적으로 판단하는 심사 방식을 환자 중심의 에피소드 단위로 개편하고, 주요 진료정보를 지표화해 청구현황, 기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분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우선적으로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시작하는 만성질환의 진료비는 5조4000억원으로 진료비 전체의 9.6%의 범위다. 2022년 본사업까지 이뤄지면 25조4000억원의 규모이며 전체 진료비의 45.0%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의 특징을 보면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기구에 있다. 이는 지역단위 전문가 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를 거쳐  전문분과 심의위원회 (Special Review Committee, SRC)로 이어진다. 논란이 있었던 TRC(Top Review Committee, 사회적 논의기구 또는 심사제도 운영위원회)는 심사에는 관여하지 않고 심사체계만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대해 심평원 이영아 개편실행반장은 “만성질환 심사체계 개편 시범사업의 진료비중은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을 예시로 보여준 것이다. 총액을 고정한다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 반장은 “전체 진료비는 증가 추세에 있고 환자마다 상태도 다르다. 당연히 전체 비용을 고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반장은 “심사방법을 검토한 것이지, 지불제도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제별(에피소드별)로 심사평가 방향을 분석하다 보니 질환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의료의 질과 비용을 연계하는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만성질환을 선택한 것”라고 말했다. 

그는 “의학적인 근거로 평가할 것이며 삭감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의료계가 다양한 각도로 제도에 대한 의심을 제기한다면 시범사업을 해보면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MR 전수조사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반장은 “현재는 요양기관에서 심사청구자료를 내고 이의신청을 할 때 또 다시 보완자료를 내야 한다. 이를 하나로 합친 표준서식을 만드는 것으로 보면 된다. 표준서식을 EMR과 매칭해놨다가 편리하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반장은 "청구명세서를 기존의 한달에서 일자별로 정리하는데 2년정도 걸렸다. 청구명세서 표준서식도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듭해서 의협과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반장은 “심사는 심평원 고유의 권한이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전문가단체이며 의협이다. 지역의사회가 심사체계 개편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더라도 의협을 '패싱'하진 않겠다. 연초에 의협과 대화하면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얼마든지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의협 주장에 엇갈린 해석, 정확한 의도 파악해야 vs 의협 그동안 반대 안했다 

의협은 심사체계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피력했다.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심사체계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 변형규 보험이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SRC에서 이견이 있을 때 TRC에서 조정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나 심평원은 TRC에서 심사에 관여할 리가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TRC가 심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했다. 

변 이사는 “심평원에 있는 협의체 위원들이 TRC를 심사 영역과 제도를 투트랙으로 나눠서 운영해보자고 했다. 일단 가입자 단체나 시민단체가 가 심사제도 운영에 들어오는 것은 반대다. 제도와 관련한 부분도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이중 규제가 된다”고 했다. 
 
변 이사는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EMR 시스템 강화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는 진단명, 약제,  의료행위 등을 청구명세서에 넣어서 청구했다. 하지만 앞으로 여기에 진단명, 환자의 진료 내용, 과거력 등을 넣는 것을 표준 의무기록으로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심사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변 이사는 “복지부나 심평원과 심사체계 개편과 관련한 대화를 하다 보면 회의 때마다 새로운 것이 계속 추가된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심사체계 개편안을 늦추고 제대로 된 심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의 주장을 두고 의료계와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관계자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협은 TRC에 비전문가인 가입자,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협의체에 불참을 선언하고 백지화를 요구했다"라며 "의협은 지불제도 개편 등으로 이어지는 개편안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 끌려 다니다가 뒤늦게야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의협의 행태를 보면서 아마추어 회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의협이라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결국 구렁텅이로 떨어질 날만을 기다려야 한다"라며 "의협이 이번 개편안에 담긴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심사체계 개편에 반대가 아니라 참여를 전제로 회의를 해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한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 TRC를 가입자 단체가 아니라 가입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의료인으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의협 측과 논의했던 것을 보면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취지는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에서 갑자기 이렇게 나오면 나머지 협의체 위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며 “의협이 충분히 회의를 진행하고 나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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