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청와대 앞에 모인 의협 집행부 "의료진 안전이 환자안전, 폭행 근절 대책 마련하라"

"청와대 차원의 대책 마련해야…폭행 가해자, 벌금형 없애고 구속수사 원칙으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5일 오후 12시부터 12시 30분까지 청와대 인근 분수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33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의협 집행부 20명 가량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사회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주요 임원들이 간단한 연설을 한 다음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됐다. 이들은 "의료기관 내 폭력이 근절돼야 환자 생명과 국민 건강이 지켜진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말했다.  
▲연설을 하고 있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최 회장 오른쪽) 이철호 의장, 안치현 회장. (최 회장 왼쪽) 강대식 회장.  
최대집 의협회장 "24시간 진료하면서 생명 위협 느끼는 의료인들"

“의료인들은 365일 24시간, 하루에 수백건의 진료를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7월 한달동안 주요 언론에 4건의 커다란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정부는 아무런 긴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북 구미의 한 병원에서 인턴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갑자기 다가온 환자에게 쇠로 된 트레이로 후두부를 가격당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구속되지 않았다. 만약 (쇠트레이가 아니라) 매우 위험한 흉기였다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하루빨리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의 날씨에 피가 끓는 심정으로 정부와 청와대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 "완벽한 입법조치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한 완벽한 입법 조치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폭행당한 의료인의 쾌유를 기원하고 사고를 당한 의료진 가족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 안전한 진료환경은 단순히 의료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다. 하루 빨리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 벌금형 금지, 구속수사 원칙 등) 입법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강대식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의협 부회장), "짧은 진료시간 등 의료환경부터 개선을"  

“의료인 폭행 사건은 응급실과 진료실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안전한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환자들이 의료인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 여러 가지 요인의 의료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응급실에 과도한 환자가 몰려들고 진료실에서 환자를 짧게 진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에 진료실 내 의료인 폭행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의협 정책이사), "의사 안전이 곧 환자 안전"

"의사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단순히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만 보호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환자 생명을 위한 것이다. 적어도 환자 생명이 달린 응급실의 안전이 지켜져야 한다는 데 있다. 이번 구미 사건에서 인턴은 환자에게 쇠트레이로 맞아 동맥이 파열됐다. 인턴은 주취자의 수많은 폭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보호조치도 받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수많은 폭언과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을 보호해줄 수 없었다. 의료진과 환자들이 모두 같이 있는 진료현장에서는 반드시 안전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지킬 수 있고 환자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폭행 사태는 계속 발생할 수 있고, 환자들은 계속해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응급실 공백 생기면 심정지 환자 살릴 수 없다" 

“의료진 폭행 사건은 응급실에서,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진료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심정지(심장마비)를 보이는 환자가 응급실에 왔다고 해보자. (의료진 공백이 생기면)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나갈 수 있다. 국민 생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 대해 왜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이 없는가, 그리고 왜 침묵하는가.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관련 법률이 없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로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을 기본으로 해야 의료기관 내 폭력이 없어질 수 있다. (의사들은) 의료인의 인권만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청와대가 침묵하지 말고 (정부기관에) 지시를 내려 하루 속히 대책위원회를 마련하길 바란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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