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 ‘제1저자(First Author)’의 영광과 수고를 돼지우리에 던지지 말라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1977년 5월 위스콘신대학 약학대학의 약리생화학 전공 대학원생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에 이미 체류하고 있었기에 9월 학기 시작 전에 연구원으로 랩(Lab)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은 ‘도제제도(徒弟制度)’다.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배우는 서열이 분명한 것처럼 학위를 받으려면 최소한 5년이 걸리는 그런 과정이었다.

지도교수인 Charles J. Sih 교수 랩의 대부분 구성원들이 화학자들이었다. 합성하기 힘든 천연물의 Total Synthesis까지 할 수 있는 실험실이었기 때문이다. Sih 교수의 근본이 미생물학으로 학위를 받았지만 바이오 쪽에는 포닥 한 사람과 3년 차 대학원생에 이어 내가 초년생이었다. 그러기에 랩에서 유리 튜브를 씻는 고전적인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은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생합성(biosynthesis)에 관해 공부했다. 1979년부터 'Slow Reacting Substances of anaphylaxis from Cat Paws'라는 필자의 박사학위 Thesis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Sih 교수의 둘째 아들이 천식을 앓았기에 천식에 관한 연구테마를 이미 대학원생인 Joel Houglum이 랩에서 시작한 것이다. 외부 물질에 대한 면역반응이 심해져 과민증을 넘어 아나필락시스 쇼크(shock)가 올 때 히스타민은 빠르게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오지만 천천히 올라가는 물질(Slow Reacting Substances, SRS)이 존재하는 것을 약리학자들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 몰랐기에 ‘substances’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이 과제의 목표는 substances의 구조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었다. 고양이 발톱에 SRS가 많이 존재한다고 보고된 것을 알았기에 매일 아침 길 건너 의과대학 동물센터에서 버려진 고양이 두 마리를 잠자게 만들어 주면 실험실로 모셔왔다. 먼저 발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고 가는 튜브를 혈관에 끼어 넣어 2시간 동안 perfusion을 해서 발톱 안에 있는 SRS를 모은다. 바이오 에세이(bioassay)를 위해 guinea pig의 ileum을 달아매 contractile response를 보면 비교치 히스타민에 비해 SRS는 서서히 올라갔다.

1979년 여름이 되지 상황이 급박히 돌아갔다. 5년차 조(Joel)는 여름 학기 졸업을 하고 사우스 다코다(South Dakoda State Univ.) 약학대학의 조교수로 임명 받았기에 필자가 이 과제를 이어받았다. 또한 워싱턴 DC 학회에 가셨던 Sih 교수는 도중에 나에게 직접 전화를 주셨다. 1982년에 노벨상을 받은 스웨덴의 벵트 사무엘손(Bengt Samuelsson)박사가 SRS의 구조를 그 학회에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름을 ‘Leukotriene C’라고 붙였다고 한다.

하루에 고양이 두 마리를 수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학위를 받을 때까지 약 300 마리를 수술한 것 같다. 항상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에 세미나 때마다 고양이 카툰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문제는 우리 실험실에서 얻은 SRS가 두 개라 SRS-1과 SRS-2로 이름을 붙였는데 사무엘손 박사는 루코트리엔 C(LTC) 하나이다. 다시 사무엘손 박사의 연구를 우리 실험실에서 재현을 해보자 문제가 해결됐다. 사무엘손 박사가 사용한 쥐에서는 LTC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LTC는 ‘SRS-GSH’였다. 

아라키도닉산이 5번 위치에 산소가 들어와 epoxide가 되면 LTA4란 독극물이 된다. 글루타치온(Gluthathione)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조직과 기관을 활성산소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몸이 스스로 생성하는 감마글루탐산-시스테인-글리신으로 조성된 세개의 펩타이드(γ-Glu-Cys-Gly)이다. 그러기에 해독작용으로 LTA4에 글루타치온이 붙으면 LTC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별하게도 사무엘손 박사가 사용한 쥐는 γ-Glutamic acid를 잘라내는 효소가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LTC만 만들어졌고 반면에 우리가 사용한 고양이 발톱에서는 그 효소가 너무 많아 LTC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SRS-1(LTD)가 만들어지고 다이펩티데이즈(dipeptidase)에 의해 SRS-2(LTE)도 만들어진 것이다. 이전에 보고된 논문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키는 SRS-A가 arylsulfatase란 효소에 의해 기능이 없어진다는 보고를 재현하려고 SRS-1(LTD)에 arylsulfatase 효소를 작용시키면 SRS-2(LTE)가 만들어져서 activity가 떨어지기에 진정한 SRS-A는 SRS-1(LTD)라는 것을 증명했다.

언급한 이런 데이터를 모아서 1980년 초 논문의 초본을 필자가 교수님에게 드렸을 때 어려운 부탁을 받았다. 과제를 시작한 조(Joel)는 이미 조교수로 취직이 됐지만 과제를 시작만 하고 변변한 논문도 못 출판했으니,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로 조를 넣어야 앞으로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계속 필자에게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아무 것도 모르던 나는 과학논문 ‘제1 저자(First Author)’의 영광은 미래에 맡기고 '예'라고 대답했다.

이번 조국 장관의 사태를 보면서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은 과학논문 ‘제1저자(First Author)’의 영광과 수고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2주간 일한 고등학생 인턴이 수고도 없이 제1 저자의 영광을 이용해 대학생이 됐다는 것이다. 주임교수가 제1저자가 돼야 마땅한 다른 연구원에게 Sih 교수처럼 양해를 구했는지 모르겠다. 그분은 자기 아들을 위해 품앗이로만 생각해 2주짜리 고등학생을 돼지 우리에 던져 버렸나.

고백하기 싫은 경험이지만 많은 수의 고양이를 수술하며 실험하는 수고에 대해 전혀 의식이 없기에 이런 필자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과학논문 제1 저자의 영광과 수고를 일반인들이 제대로 인식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혹 아는 분이 과학논문 제1 저자가 되면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그런 일이 조국에 팽배하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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