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지방 종합병원이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급된 응급의료관리료를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이 간호사 인력 확보 등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공익상 부당이득징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5일 의료기관 측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수 처분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006년부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 운영되고 있는 A병원은 2011년경부터 응급실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지역 의료기관에 종사할 간호사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병원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등을 상대로 응급처치와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건보공단으로부터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아 왔다.
이에 건보공단은 A병원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았다고 보고 2016년과 2017년 두차례에 걸쳐 약 1억 6700만원을 징수처분했다.
앞선 2심 판결에서도 요양급여의 일반원칙에 따라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의 요양급여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과 시설, 장비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건보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지정기준에 시설과 인력, 장비기준이 각각 정해져 있는데 응급실 전담간호사의 경우 5명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인력기준이 규정돼 있음에도 A병원이 이 같은 기준을 어겼다는 것이 원심 판결의 골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환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공익에도 반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시설임에도 현실적으로 간호사 인력 확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며 "따라서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나 과태료 부과 등 제재조치를 하는 것 외에 응급의료관리료를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봐 제재하는 것은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건보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적정한 인력과 시설, 장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적정한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다"라며 "반면 법 취지가 지역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감호사 인원수를 구 응급의료법령이 정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응급의료관리료 제도는 응급환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응급실에서 응급처치 등을 받은 경우 응급의료관리료를 모두 본인에게 부담시켜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억제하는 목적이 있다"며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응급처치 등을 행한 경우에 한해서만 국한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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