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정부 정책 발표하면 실력행사부터 하는 의사들..같은 날 사직은 단체행동 아닌가"

복지부, 의대정원 증원 규모 2000명 양보 불가 방침...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의료계 겁박 말고 하나씩 논의해야"

 KBS 1TV '사사건건'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왼쪽)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오른쪽)이 토론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의대 증원 ‘2000명’ 규모에 대해서는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의대 증원 규모 조정에 대한 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와 '강대 강'으로 맞부딪혔다.
 
23일 오후 3시 30분 KBS 1TV 사사건건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이 출연해 ‘의대 증원’을 놓고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박민수 차관은 의료계의 ‘2000명’이라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2000명은 오히려 부족한 수치라며 증원 규모 재조정은 불가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박 차관은 ”의료계는 2000명이 너무 많다고 하는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족분을 메우려고 하기 힘들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는 협상에서 양보를 해서 밀고 당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증원이 필요하다면 정확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위원회를 통해 논의해야 하는데, 몇 가지 보고서만 가지고 증원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2000명 증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의료계는 갑자기 정부가 2000명을 이야기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정부가 필수의료 4대 패키지를 제시했지만, 그 내용이 너무 나열식이다”라며 “필수의료 패키지는 사실상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료계에 제시한 정책으로, 의대 증원을 위한 당근책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필수의료 패키지는 한 가지, 한 가지가 너무 중요한 내용이라 하나씩 논의를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하지만 의사 수 2000명 증원에 대한 접점을 먼저 찾아야 필수의료 패키지 등 다른 부분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0명도 부족하다’, ‘여기서 한 발도 물러서기 어렵다’고 하니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렵다”며 “정책은 유연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유연성을 가진다면 의사단체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결국 의사 수 2000명으로 정해진 부분이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가져야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은 “필수의료 패키지는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서는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가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박 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는 그야말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것이 의료계가 늘 주장했던 바이다. 이 부분을 포함해 논제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며 " 내년에 2000명 증원을 시작으로 향후 증원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은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계는 논의도 전에 뛰쳐나갔다“고 비판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한 다음 다음날 곧바로 파업을 이야기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벌써 실력행사부터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수년간 누적된 경험에 의한 것이다"라며 "의사 파업으로 인해 정부 정책은 뒤로 물러선 것이 매번 있었다. 그것이 학습되면서 (의사들이) 실력행사부터 하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박 차관은 이어 “아쉬운 것이 정말 그것(파업) 말고 방법이 없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의사라고 무조건 환자 곁에 붙어 있으라는 것은 아니고.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에게 요구조건을 내걸어야 한다"라며 "요구조건도 하루 이틀 전에 나왔을 뿐이다. 비대위도 정부가 뭘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라는 것인지 정리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은 그간 정부에 근로 시간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을 밝혔다. 의료현안협의체에도 박단 대전협 회장이 참여해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전공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요청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판단해 개별 사직서를 던진 것이다”라고 대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이를 총파업이라고 하는데, 전공의들은 개별적인 자기 판단 하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자꾸만 정부는 ‘총파업이다’, ‘이전에도 이렇게 떼썼다’,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주자’라는 생각을 갖고 전공의와 의사협회에 협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불안은 의료계 단체가 한 게 아니고 정부가 먼저 압박하고 조장했다. 지금도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행정명령, 구속 수사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외국은 의사단체도 정당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정부도 그것을 이해해 준다. 우리는 구체적 행동도 하지 않았고,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 것인 정부가 이토록 압박한다. 저 역시 몇 가지 행정조치를 받았다”며 “의료계를 겁박해서 누르겠다는 정부의 모습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의문이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박 차관은 “누군가의 지지가 아니라 각자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전공의들이) 같은 날 나갔는지 의문이다. SNS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눠서 미리 날짜를 맞춰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단체행동인지 보는 것이다. 분명 (대전협) 성명에도 예고한 바 있고, 단체행동의 예고가 됐을 때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가 내린 명령이 위압적이라고 하지만, 그 명령의 내용은 그저 전공의들이 자리를 지켜달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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