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공의 대신 병원지키던 전임의·임상강사도 2월 29일 그만둔다

전임의·임상강사들 "자긍심을 잃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쉬어간다"...전공의 사직은 시작에 불과, 3월 1일부터 의료대란 현실화

2월 29일 그나마 병원에 남아있던 전공의와 전임의 등의 한차례 대규모 이탈 사례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2월 29일 대규모 이탈 사례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병원에 남아 있는 일부 전공의와 전임의·임상강사들이 이날 병원을 대부분 떠날 예정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3월 1일부터는 이른바 '젊은 의사'들이 모두 블랙아웃인 채 교수들이 모든 진료와 업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부가 의료계와 중재없이 연일 '강대강' 대치 상황을 이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병원 지키던 34% 전공의들 마저 이탈 현실화…정부는 강대강 대치 여전

23일 전임의·임상강사 등에 따르면 병원 측과 계약관계로 얽혀 있는 10~20%가량의 최소 인원을 제외하면 전임의와 임상강사들도 대부분 오는 29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의료현장을 비울 채비를 마쳤다. 현 전공의 3·4년차 동기들로 이뤄진 예비 전임의들도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통상 병원 업무 계약이 2월 말까지인 것을 감안해 3월부터 근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직 병원에 남아 있는 일부 전공의들도 같은 날 병원을 대부분 떠나면서 그야말로 3월 1일부터는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병원들이 전공의 사직을 시작한 2월 20일부터 수술 일정과 입원환자를 30%~50%으로 줄였지만, 이렇게 되면 더 줄여야 할 상황에 놓인다. 전임의들이 많은 빅5병원과 같은 곳일수록 영향은 더욱 크게 받게 된다.  

빅5병원 한 전임의는 "전공의를 마치는 졸국 의사들과 전임의는 혼자 입원과 전원 수속, 진료 등을 다 할 수 있어 인턴 4명의 몫을 맡게 된다. 이 인원들까지 나가면 그때는 정말 의료공백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전임의 역시 "현재 수술 일정을 30% 이상 줄이고 전임의들이 모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업무를 떠안고 있다"라며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이 연장되는 만큼 2월 29일 일제히 병원을 떠나 1년간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업무복귀도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연일 브리핑을 통해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직서 제출과 업무 미복귀 사례는 더 늘고 있다. 일부 업무복귀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위급한 상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진료에 나선 것이거나, 병원 전산상 오류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1만2000여명 전체 전공의 중 9275명(74.4%)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8024명(64.4%)이 병원 근무지를 이탈했다. 대신 아직 34.6%의 전공의는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의사를 악마화하는 등 정부의 강압적 태도가 연일 이어지면서 나머지도 병원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업무개시명령만 내리던 정부, 상황 장기화되면 뾰족한 수 없어

최근 의대정원 문제를 둘러싼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증원 정책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고, 의대정원 수요 조사에서 2000명 이상 증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의대학장들도 증원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 정부 당시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 정도 10년 동안 증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여당 반응이 어땠나"라며 "그런데 무려 그 5배인 연간 2000명을 지금 당장 증원하면 의대들이 수용이 가능하겠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국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의대증원 2000명과 이에 항의하며 동맹휴학 등을 결의한 학생들로 인해 교육 현장의 대혼란이 초래된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며 “2000명이란 수치는 KAMC가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전국 40개 의대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했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막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원칙에 따른 학사 운영을 당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사실상 의대생들의 휴학을 막을 권한이 없다. 만약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년 인턴들마저 '0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적 사유로 사직서를 내는 행위를 단체행동으로 보고 이를 업무개시명령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 여부도 향후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연일 의사 때리기에 나섰던 여론들도 서서히 돌아서는 모양새다. 최근 A일간지는 '1년간 28차례 의정협의를 했다는데 소통을 하긴 한 것인가. 희외록을 공개하라'고 정부를 질타했고 B방송사도 '빗발치는 의대생 휴학신청을 정부가 막을 방법이 없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정부가 그저 강압적 태도로 전공의들을 대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부에 대항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말 더 이상 의료현장에 남을 자신이 없어 사직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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