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에 교수들이 야간당직까지…내과학회 "그래도 전공의 지지한다"

정부 필수의료정책 진심 느껴지지 않아…"의대증원 결정을 철회, 전문가 단체와 재논의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74%에 해당하는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대학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가운데, 대한내과학회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2일 대한내과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오히려 의료의 질 하락을 부추기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인프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러한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과 진정성 없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종합대책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대한민국 전공의의 단합된 행동에 대해 내과학회와 연관학회가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학회는 "전공의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직서를 내게 된 이유는 더 이상 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상실감과 좌절감 때문"이라며 "이들의 상당수가 필수의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내과전공의"라고 설명했다.

내과전공의는 3년의 수련기간 동안 불철주야 중환자실, 응급실, 그리고 병실을 지키면서 내과 전문의가 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내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학회는 "이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고 응급 상황을 항상 대비해야 하는 힘든 필수의료 분야의 수련과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며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구상은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는 중증 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 체계 개선과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환경개선 등을 담았으나, 이를 위해 5년간 1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재원조달 방법조차 나와 있지 않으며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학회는 "연간 의료재정이 12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2조 원의 투입이 효율적인 필수의료 체계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부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장황스럽게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학회는 의대 정원을 매년 현 정원의 60% 이상인 2000명씩 5년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의학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짧은 생각"이라며 "기본적으로 교육정책은 20년, 30년을 보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정부는 건설적인 논의조차 거부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2025학년도에 350명을 증원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향후 교육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의료인력의 수급양상과 정부가 제시하는 필수의료 체계 개선의 가시적 성과를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논의를 하자고 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학회는 "내과의사는 정부의 과도한 의대증원 결정을 철회하고, 전문가 단체와의 재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의대 정원 정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합리적인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정책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고, 많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기꺼이 그 분야로 진출할 꿈을 키우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 전국의 수련병원은 교수가 입원환자를 직접 보는 체계로 바뀌었다. 교수들이 야간 당직도 서고 입원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많은 환자분들에게 큰 불안감과 불편, 피해를 주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다. 더 나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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