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는 3.1%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16.4% 올라

[칼럼]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

정부, 규제 위주 아닌 지원 대책 마련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2018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오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보험 수가는 3.1% 오르는 반면 올해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수가 인상률의 5배가 넘는 16.4%였다.

의료계는 구인난 등 최저 임금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건강보험 청구액(병의원의 수익이 아니다) 혹은 매출은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거나, 신규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의 연봉이 급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의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와 근로자간 서로 원하는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과거보다 대형병원, 3차 의료기관으로 진입하는 간호사의 문턱은 낮아진 반면 1차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간호사는 줄었다. 의원에서는 간호조무사 채용이 힘들어졌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직원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동료 의사들도 간호사 구인이 어렵다거나, 간호사를 구했더라도 며칠 만에 그만두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정형외과 등에서 많이 고용하는 물리치료사의 구인난은 더욱 심각하다. 요즘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도수치료를 하려면 물리치료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몇 달을 물리치료사 광고를 내도 구인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임금 격차는 고용 불안을 유발하면서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료는 이미 모든 분야가 소위 ‘3D’로 전락했다. 1차 의료기관의 구인난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일부 1차 의료기관은 구인광고를 내고도 몇 달째 인력을 구하지 못해 가족이 일을 맡기도 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를 하고 일은 고되긴 한데, 임금마저 넉넉히 줄 수 없는 형편 탓에 의료기관 구인난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형병원에 취업한 간호사들의 생활도 만만치 않다는 않아 보인다. 대한간호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취득자 34만명(2015년 기준) 중에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을 하는 인력은 18만여명에 불과하다. 대형병원에 취업한 정규직 간호사도 3교대라는 불규칙한 생활을 이기지 못해 쉽게 퇴직을 하고 간호사면허를 장롱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최근에는 간호사의 ‘태움’ 문화까지 불거졌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재가 될 때까지 태울 정도로 괴롭힌다는 뜻을 말한다. 이는 도제식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노동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 문제이자 저수가로 인한 고용확보의 부족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현장에서 겪는 것은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의사들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고용난을 해결하고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과 취업률 향상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는 생산이고 재생산이면서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 분야다. 의료 문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없다. 의료에 비용을 지불해야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보건의료 근로자들도 적절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소득수준과 문화수준이 높아진 국민들도 안전하게 행복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처럼 지원이 아닌 규제 위주의 의료제도는 보건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근로자나 직업인으로서의 자유와 복지를 제한한다. 정부가 의료기관에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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