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가장한 28차례 요식행위 협의, 정확한 근거없는 증원 규모 2000명...대통령님, 이대론 안됩니다

대통령실 '사실은 이렇습니다'에 대한 의료계 반박 '진실은 이렇습니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대통령실 '사실은 이렇습니다'에 대한 의료계 반박, '진실은 이렇습니다'.
대통령님, 이대론 안됩니다. 의료계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1. 의대 정원 확대, 정부의 일방적 결정? → 필수의료 혁신전략 및 정책패키지 마련을 위해 총 130회 이상 소통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공식소통 채널을 구성하여 28차례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130차례 이상 충분히 소통했습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 전제 조건인 ❶수가 인상 ❷의료사고 부담 완화 ❸근무여건 개선 등도 위와 같은 논의방식을 통해 정책패키지에 담았습니다. 

정부는 공문(1.15)으로 의협에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였으나, 의협은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소통을 가장한 요식행위를 28차례동안 했습니다.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정부용 전문가 등을 들러리로 앞세워 정해진 의대증원을 위한 명분쌓기용 소통을 130차례 지속해 왔습니다. 내년에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서도 각계 각층과 130차례 소통과정에서 단 한번도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우선 350명 증원 후 추가 논의를 제안했으나 정부는 대답이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중증 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 체계 개선과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환경개선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5년 간 1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재원조달 방법조차 나와있지 않으며 구체성이 결여돼 있습니다. 

연간 의료재정이 12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매년 2조원의 재정 투입이 효율적인 필수의료 체계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장황스럽게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진심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난 10년간 연평균 인구 증가율 0.55%인 반면, 활동의사 증가율은 3.07%로 의대증원을 하지 않아도 의사 초과잉 상태입니다. 의사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저수가의 건강보험 재정을 국고지원 지급을 통한 재원조달을 강제화해 원가 이하의 저수가로 인한 필수의료 수가개선 지역별 의료 공백·격차 심화, 의대교육·의료환경 조성 우선, 병상 재분배 선행, 국민 부담 가중 등이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근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대신에 정부는 엉뚱하게 필수의료 수가인상이 아닌 비급여 시장을 조절하려는 해법을 내세웠습니다. 혼합 진료 행태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복원과 지역의료격차는 의사 증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의료시스템의 여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실손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오히려 제한해 국민들의 진료를 제한하려는 것입니다. 
 
2. 의대 정원 증원 규모 과하다? → 연 2천 명 증원은 오히려 부족한 수준, 2035년까지 1.5만 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 

인구 통계학자 등에 따르면 오는 2055년에는 인구가 지금보다 32% 감소한 3,20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고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의사 수를 단 한명도 안 늘려도 과잉공급이 명확히 예측되고, 고령화로 의료비는 50~7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서울대학교 등 전문가 추계결과 2035년을 기준으로 현재 대비 1만 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도 의료취약지역 의사가 5천명이 부족합니다. 

향후 인구수 감소에도, 고령인구 증가로 의료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젊은 의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20대 의사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고(10.55→ 4.79% ) , 60세 이상 고령 의사 비중은 2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10.12%→19.03%). 

1998년 이후 27년간 의대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못한 결과입니다. 2035년이 되면, 의사 100명 중 20대는 4명이 채 안 되는 상황으로, 2천 명 규모의 증원 없이는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미래 인구추계를 감안한 의사 수급정책이 필요합니다. 그저 총선용 2000명 증원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계도 없는 상태입니다. 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할 때 보건사회연구원, KDI(한국개발연구원), 서울대 연구보고서를 참고해 10년 뒤인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세 편의 연구 모두 앞으로 의사 수가 '부족'할 것이라고 했지만, 200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제언한 연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부가 부족하다고 본 1만5000명이라는 숫자에 가장 근접하는 결과가 보사연 연구입니다. 하지만 2035년까지는 현재 기준 10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단순 계산을 해봐도 보사연의 연구 결과를 대입하면 증원 규모는 1000~1500명 수준입니다.  

KDI 연구를 보더라도 연구진은 2024년부터 30년까지 해마다 5~7% 수준에서 증원하는 방식이 필요 의사 인력 규모에 가장 근접한 의사 인력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정원의 5~7% 수준은 약 153~214명 수준이이며, 5%씩 늘린다고 했을 때 2030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4518명입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가 2020년 10월에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는 의대정원 확대 가정 자체를 1000명까지만 설정하고 있습니다. 500~1000명을 증원하면 의사인력 수급 부족이 완화돼 일정 시기 이후부터는 의사인력 수급 초과가 나타나 이후에는 감축방안도 필요하다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그리스는 인구 1000명당 의사 6.3명으로 대표적인 의사 과잉 배출 국가이지만, 지역과 직역 간 큰 격차와 불균형으로 해외로 이주한 의사는 1만 7500명이고 6000곳의 공공병원의 의사 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의대 정원을 확대한 독일의 경우는 3000명 가량의 의사들이 근무 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습니다. 현재 외국인 의사 5만여 명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대의 현실은 다릅니다. 의대 수(의대 41개, 한의대 12개를 포함해 총 53개)는 면적 대비는 물론이고 인구 대비조차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미니의대를 다수 설립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대를 보유한 나라입니다. 특히 1985년 이후부터는 국립이건 사립이건 간에 '미니 의과대학의 다수설립'이란 정책으로 13년간에 18개교가 설립됐습니다. 인구가 2.85배 증가하는 60년 동안에 의과대학은 41개교, 한의과대학은 12개교로 총 53개교가 돼 거의 11배의 증가를 보였고 입학 정원은 3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면적과 인구대비해 세계 최고로 많은 의과대학을 갖는 국가가 됐습니다.  
 
3.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으로 의학교육 질이 하락한다? → 증원해도 의학교육의 질 개선 가능 

1980년대 의과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서울대 의대 등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정원이 절반 수준입니다. 

* 서울대 정원 260명→135명, 부산대 208명→125명, 경북대 196명→110명 

반면 교수 채용은 크게 늘어나, 서울대 의대의 경우 1985년 대비 기초 교수는 2.5배, 임상교수는 3배 증가했습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의대생을 교육할 교수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재 40개의 의과대학 중 17개교가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입니다. 소규모 의대라도 교수는 동일하게 일정 수 이상을 필수적으로 배치해야 하기때문에 의과대학 운영에 투입되는 자원 대비 입학정원이 지나치게 작은 경우 비효율이 생기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외국 의과대학은 평균 정원이 10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비해 교육 운영에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습니다. 

* 의과대학 평균 정원: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 등 

정부가 지난 해 말 각 의과대학 현장점검 등을 실시한 결과 2,000명 수준을 증원하더라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부처 협업을 통해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초임상교수 확충, 필수 지역의료 임상실습 확대 등과 더불어 필요한 경우 재정적 지원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국내 194개 의학 학술단체를 총괄하는 대한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대 대규모 증원에 우려를 표명하고, 선제적으로 교육자원 확충과 적정한 재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초의학은 물론 임상의학 교수도 부족한 의대가 다수인 상황에서 대규모 증원은 교육 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졸업 후 수련 대책 등 증원에 따른 부작용 역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으며, 이는 결국 전공의 교육 전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소멸 위기는 의료체계 전반의 누적된 문제들이 터져 나온 문제의 해결책을 의대 정원에서 찾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의대 증원은 그동안 어렵게 만든 한국 의료시스템을 파괴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될 것입니다. 

급격한 의대 증원 정책은 이공계 인력의 의료계 유입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근간을 무너지게 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4. 의사 수가 증가해도 지역·필수 의료로 안간다? → 증원된 인력은 지역·필수 의료 인력으로 양성 

지역에서 교육받으면 지역 의사로 성장이 가능합니다. 2017년 전문의 자격 취득자의 2020년 근무지역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하는 경우 비수도권에 남는 비율은 82%나 됩니다.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도 의사의 근무지역 선택에 있어 출신 지역과 의대 졸업지역, 전문의 수련 지역에 따라 지역 근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증원된 인력이 지역·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추진합니다. 

먼저, 지역 인재를 더 많이 선발(60% 이상)하고, 파격적 정주지원 등과 연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여 지역 명의로 키울 것입니다. 

둘째, 지역정책 수가 확대, 지역의료발전기금을 신설하여 우수한 지역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지역인프라 개선을 위한 권역별 최대 500억 원 투자로 지역병의원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필수 의료분야 의사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을 높이고, 의료사고 민·형사 부담을 줄일 것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지역의료 불균형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에 따라 지역에 환자가 없어서 의사들이 떠나는 것입니다. 적은 환자를 보더라도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상급기관 진료시 소견서를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군 단위의료기관은 본인부담 인상 없는 지역 진찰료를 가산하는 차등 진찰료 제도 도입, 군 단위 중소 민간병원 지역수가 지원 및 인건비 지원, 지역 공공의료기관 의료인력 인센티브 제도 도입, 고령 의사들의 재취업을 위한 연금 제도 개선 등이 당장 의대 증원보다 효과적입니다. 

지역 내 의료인력 근무여건 개선이 없으면 아무리 수천 명의 젊은 의사들이 나와도 지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으로 근무한 공중보건의 근무 당시의 나쁜 경험 역시 지역 근무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 뿐입니다.
 
5.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 → 의사가 증가해도 의료비 부담 늘지 않아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진료비와 활동 의사 수 통계로 분석한 결과 의사 수와 진료비는 상관관계가 미미합니다. 외국(독일)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 수가 늘면 소위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미충족된 필수 의료를 골든타임 내에 제공할 수 있어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됩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의 골든타임 내 치료 시 연간 절감비용이 7,636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출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비용-편익분석(2012) 

오히려 의사가 부족하면 인건비가 상승하고, 건강보험 의료가격(수가)도 높아집니다. 실제 지역별 의사 수에 따라 인건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의사 구인난이 심한 지방일수록 인건비가 높아집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 350명 증원을 가정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상을 유지할 때 보다 약 6조원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의대 정원을 1000명 증원하면 2040년에는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17조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의대 정원 규모가 2000명과 3000명으로 증가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각각 약 35조, 약 52조가 더 늘어납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건보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하게 될 경우 국민의 건보료 폭탄이 불가피합니다. 의사가 늘면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국민소득과 노인 인구 증가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의료계는 지난 수십년간 인건비 상승률과 물가인상률을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해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로 기형적인 의료를 초래했을 뿐입니다. 이제 근본적 문제 해결부터 필요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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