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처벌 부당…근본적인 책임은 감염관리 소홀히 한 정부기관"

바른의료연구소, 해외 사례 제시 통해 "의료진 처벌 보다 재발 방지 대책 필요" 주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형사 처벌을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해외 사례를 보면 의료진 처벌 보다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며 "근본적인 감염관리의 책임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4명 구속영장 신청, 정확한 원인 몰라 증거 불충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입건 조사 중이던 7명의 의료진 중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담당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 간호사 1명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교수 1명과 전공의 1년차, 간호사 등 3명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감염 관리 소홀에 따른 구속 수사까지는 불필요하다며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경찰이 의료진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감염경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패혈증 원인은 2017년 12월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가 오염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며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의료진 4명에게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重)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경찰의 주장은 단순히 역학적 개연성에만 근거한 것이지, 이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라며 “만약 의료진이 손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아 지질영양제가 오염됐다면 여러 균에 동시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경찰 주장 이외에도 지질영양제 원병 또는 수액 세트가 이미 오염되어 있었을 가능성, 지질영양제 이외의 다른 주사제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 중심정맥관에 자라고 있던 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 등도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소는 “증거가 빈약하다 보니 경찰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감염 및 위생관리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의료진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는 고강도의 수사를 진행했다”라며 “그러나 시트로박터균을 감염시킴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해외 사례, 의료진 처벌 보다 재발 방지에 최선 

연구소가 직접 해외 사례를 확인한 결과, 해외 정부기관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심각한 감염사건이 발생할 때 의료진을 처벌하기보다 감염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2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위치한 알트나겔빈(Altnagelvin) 병원은 신생아실에서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을 보고했다. 3명이 녹농균에 감염돼 이 중 1명이 사망한 것이다. 

또 2012년 1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병원(the Royal Jubilee Maternity Service)의 신생아실에서도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으로 3명의 신생아가 숨졌다. 

연구소는 “북아일랜드 보건사회부 장관은 규제 및 질향상 기관(The Regulation and Quality Improvement Authority, RQIA)에 사건에 이르게 된 상황과 개입 효과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라며 “RQIA는 2달간 영국 전역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광범위하면서도 심도 있는 조사를 시행했다. 이후 중간보고서를 통해 신생아실에서의 녹농균 집단감염의 원인과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보고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녹농균의 전파경로를 기저귀를 갈면서 씻는데 사용한 녹농균에 오염된 수돗물로부터의 전파로 결론 지었다”라며 “또한 보관을 위해 얼린 모유를 녹이기 위해 사용한 수돗물도 기여한다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RQIA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생아를 닦는 데는 오로지 멸균수만을 사용할 것과 얼린 모유를 녹이는 과정에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 것 등을 포함한 15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 사건의 유족들은 병원들이 좀 더 일찍 집단감염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수립했다면 자신의 아이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과 정부를 원망했다”라며 “보건사회부 장관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이런 불행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병원들이 새로운 지침에 따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이 사건에서 해당 병원 의료진의 감염과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됐다”라며 “그러나 해당 의료진을 형사 처벌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2017년 4월 미국 UC어바인 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8개월간 치명적인 세균인 메티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에 10명의 신생아가 감염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소는 “문제는 감염 사실이 이 병원을 찾는 산모들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라며 “하지만 캘리포니아 보건부는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했다.  

감염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 정부기관에 물어야 

연구소는 “정부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감염관리과 위생관리 규정을 위반해 처벌한다면 의료진을 처벌해선 안 된다”라며 “이러한 상황을 방관한 이대목동병원 이사장과 병원장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사망 원인이 의료진의 부주의가 아니며 근본적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확인한 결과, 신생아 급사의 가능한 원인으로 패혈증(fulminant sepsis) 이외에도 폐색전증이 있었다. 이는 80분 사이에 4명의 신생아가 연속적으로 사망한 것을 시트로박터 균에 의한 패혈증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연구소는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아직 과학적으로도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라며 “미국 FDA는 이번 사건의 지질영양제인 스모프리피드가 그 자체로도 폐색전증을 일으켜 미숙아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소는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기관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연구소는 "바이알 주사제의 분할투여를 장려하고 인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7년 8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1인당 1바이알 사용을 권고했다며 이런 내용으로 경찰에 회신했으나 실제로는 올해 2월 의료기관에 배포한 질병관리본부, 미국 FDA와 달리 경고조치를 하지 않고 신생아에 1회 분량이 가능하도록 극소용량 지질영양제 생산을 제조업체에 요구하지 않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감염과 위생관리를 평가해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증한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이 실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해당 의료진을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한다면 현재도 열악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치료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이런 사건이 빈발해질 수 있다”라며 “그때마다 책임을 회피할 것이 명백한 보건복지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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